[Opinion] 지독하고 아름다운, 드라마 '밀회'

글 입력 2015.08.30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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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테랑’을 보며 유아인이라는 배우에 대해 궁금해졌다. 그는 내 기억 속에 어렸을 적 챙겨보던 성장드라마 ‘반올림’에 나왔던 잘생긴 남자배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베테랑’을 보면서 유아인의 필모그래피가 궁금해졌고, 그래서 비교적 최근에 출연했던 드라마 ‘밀회’를 보기로 했다.

불륜을 소재로 다룬 드라마에서는 내연관계가 드러나고 주인공들이 응징당하며 끝이 나지만 ‘밀회’는 혜원의 남편이 선재와 혜원의 관계를 알게 되는 것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둘의 관계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탄로나버렸음에도 불구하고 드라마는 전혀 지루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절정에 다다른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은 심지어 아름다워 보인다. 떳떳하지 못한 사랑은 언젠가 초라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선재와 혜원의 사랑은 초라하게 끝나지 않았다.

‘불륜’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사랑이 아름답고, 아프고, 심지어 우아해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로는, 드라마 속 오혜원은 사랑을 배신하는 존재가 아니다. 불륜관계에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사랑했던 사람을 배신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혜원의 남편과 혜원은 서로 결혼이라는 관계로 얽힌 사람일뿐 그들 사이에 사랑은 존재하지 않았다. 40대에 시작된 혜원의 진짜 사랑은 미칠듯한 행복을 가져다 주기도 했지만 그녀에게 가혹한 결과를 초래했다. 그 현실에 괴로워하는 혜원을 보며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두 번째로, 선재와 혜원의 사랑은 사랑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선재는 혜원에게 사랑을 가르쳐준 존재이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인생을 찾아준 존재이기도 하다. 사실 ‘밀회’는 불륜이야기도 아니고, 사랑이야기도 하니고, 혜원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쩌면 선재는 혜원이 ‘진짜’ 인생을 살아가도록 조력자역할을 하는 인물일 뿐일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혜원이 진짜로 원한 것은 선재가 아니라, 지나가버린 자기 자신일지도 모르겠다는.

혜원은 선재를 사랑 대신 집으로 표현하고,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도 선재의 집에서 끝이 난다. ‘밀회’에서 ‘집’은 어쩌면 피아노보다도 더 중요한 소재이다. 선재와 혜원에게 집이라는 공간이 정확히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정의할 수 없다. 다만 우리가 알 수 있는 한 가지는, 그들이 풋풋하지만 지독한 사랑을 했고 결국 각자의 집을 찾았다는 것.


[이정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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