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매혹적인 청춘들의 한 시절을 그린 영화 '킬 유어 달링'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8.29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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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개봉한 미국 영화 [킬 유어 달링]은 비트세대의 문학운동의 포문을 연 인물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일종의 전기영화이다.
소규모 저예산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었으나 다니엘 래드클리프의 출연 결정 이후 많은 유명배우들이 자진하여 출연 의사를 밝혀 빽빽한 필모그래피를 가진 빛나는 배우들이 등장하는, 싱크로율 백퍼센트의 영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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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다니엘 래드클리프와 실제 인물 앨런 긴즈버그, 데인 드한과 루시엔 카, 잭 휴스턴과 잭 캐루악, 엘리자베스 올슨과 이디 파커 등은 특히나 매우 비슷하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앨런 긴즈버그, 윌리엄 버로우즈, 잭 캐루악은 모두 비트세대라고 불리우며 미국 문학뿐 아니라 문화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끼친 인물들이다. 후에 그들이 일으킨 전후의 작은 물결은 히피 문화라는 큰 파도가 되어 돌아온다.
그러나 비트세대로 언급되지 않는 영화 속의 주요 인물이 한 명 있는데, 데인 드한이 연기한 루시엔 카이다. 하지만 실상 그는 누구보다도 비트세대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는 인물로, 비트 문학 작품을 한 편도 쓰지 않았지만 주요 비트 작가들의 뮤즈로서 그들에게 수많은 영감을 준다.
 
영화 속 루시엔 카는 앨런 긴즈버그와 데이빗 캐머러의 사랑을 한몸에 받지만 그 사랑을 받아주는 듯 하다가 거부하는 나쁜 남자다. 반면 그는 불안정하고 유약해 보이기도 하는데, 그러한 양면성은 그의 퇴폐미를 돋보이게 한다. 그는 그에게 사랑을 느끼는 그의 친구들 뿐만 아니라 스크린을 너머의 관객에게도 치명적이고 매혹적이다.
 
영화를 보며 영화 속 어느 인물들보다도 루시엔 카에게 이입하였고, 사랑을 거절당한 앨런 긴즈버그 보다도 그가 불쌍하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는데, 단지 그가 매력적인 인물이어서가 아니라, 천재를 알아볼 줄 알고 천재에게 영감을 줄 줄 알지만 결국 천재가 될 수 없는 그가 열등감으로 그 누구보다 괴로워했을 것 같아서였다. 그가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그의 주위에는 그가 주는 영감으로 인해 재능 있는 사람들이 모이고, 그들 속에서 그는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지 못한다. 파리로 떠나고자 했던 것이 사랑이란 이름으로 그를 구속하는 이들에게서 벗어나 자유와 그의 사랑(재능)을 꽃피우고자 하는 의도였다면 영화 속 사건으로 인해 그 시도는 좌절된다.
 
후일 그가 영영 비트 문학과 작별하고 비트 작가들의 끊임없는 구애에도 결코 비트 문학으로 되돌아가지 않은 것은, 좌절을 겪고 상처를 받으며 이제는 그가 자신에게 재능이 없음을 알고 인정하게 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감독의 첫 장편영화 임에도 영화는 짜임새 있고 섬세하다. 영화 내내 흐르는 자유분방한 리듬의재즈 음악은 비트 정신을 잘 표현하며, 인물들 간의 미묘한 감정선과 눈빛은 감각적이며 장면의 편집과 전환 속에 스토리가 잘 녹아 들어 있다.

영화를 보기 전 비트 문학 운동과 인물들에 대해 약간의 지식이 있다면 좀 더 영화를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관심이 있다면 앨런 긴즈버그의 시들, 잭 캐루악의 [On the road] 등의 비트 문학들을 읽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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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버로우즈와 루시엔 카, 앨런 긴즈버그의 젊은 날들..

 
[이영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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