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특집] Amuse in Play : 문제적 인간 연산 (이윤택作)

너네들 붓끝에 놀아나는 세상, 나는 미친 광대였노라 하하!
글 입력 2015.08.3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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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use in Play! : 문제적 인간 연산
 
 
글, 편집 - 서 지 예 (ART insight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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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돌아온 문화특집 : Amsue in Play 입니다! 오늘의 소개 작품은 얼마전 공연되었던 <문제적 인간, 연산>이에요. 저도 공연을 관람하고 왔는데, 공연을 관람한 후에 한번 더 놀랐답니다! 연산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들은 많이 있지만, 저는 그 중에서도 이 작품이 가장 잘 인간적인 면을 창조해내고 부각시켰다고 생각해요. 여러분은 이 작품을 통해 어떤 것을 보실지, 굼금하군요. 오늘도 작품 속으로 빠져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시놉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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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산은 어머니 폐비 윤씨의 기일을 맞아 작은 제의를 지내려 하지만, 어린 왕의 명을 거스르며 왕권을 업신여기던 대신들이 유교사상과 선왕의 권계를 들며 이를 만류한다. 이에 분노한 연산은 지난날의 기록과 명분을 거부하며 결국 어머니의 제의를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폐비윤씨의 혼을 받은 녹수가 어린 연산을 죽이려 했던 음모를 밝히고, 분노한 연산은 엄귀인과 정귀인을 살해한다.
 
개혁을 위한 과도한 정권을 휘두르며 피의 학살이 시작되고, 연산군을 이를 말리는 공신 환관 처선마저 죽이고만다. 그러던 중, 간신 임숭재가 데리고 온 기생 완산월과 다시 환락에 빠진 연산에게 격분한 녹수가 완산월의 손목을 잘라 연산의 아침 수라상에 올린다. 이때, 반정을 도모한 성희안과 박원종 무리가 들이닥쳐 연산의 측근들을 제거함으로써 연산의 혁명 시대는 막을 내리고 연산은 영(靈)으로 돌아간다.
 
 

 
 
<주요인물>
 
 
연산  녹수
 
폐비 윤씨 및 완산월
 
숭재  처선  자원
 
인수대비
 
성종
 
대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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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문명하며- 밝고- 용감하며-
 
근엄하고 어질며 성실하고 효성스러운 우리 연산 대왕님-

 <문제적 인간 연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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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작가ㆍ연출가ㆍ시인ㅣ이윤택
 
실험적 연극의 기수, 이윤택 선생님께서는 시인으로 등단하셨지만 홀로 시 쓰는 일이 외로워서 연극을 하신다고 해요. 선생님에게 연극은 함께 꿈꾸는 일이라고 인터뷰에서 밝히신 적이 있어요. 한국 현대 연극을 이야기할 때 선생님을 빼놓고 이야기하자면 섭섭할만큼 독특하고 실험적인 작품들을 선보여오셨어요. 대표작으로는 <오구 : 죽음의 형식>, <문제적 인간, 연산>, <청바지를 입은 파우스트> 등이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런저런 일을 하시다가 늦은 나이에 연극을 다시 시작하셨고, 그때 처음으로 올렸던 공연은 '굿'이였다고 해요. '우리 연극은 굿으로부터 시작했다'라는 생각을 가지신 선생님의 작품에는 역시나 굿이 많은 형태로 등장하는데, 이번 <문제적 인간, 연산>에도 굿의 형식이 녹아있어요. 이러한 굿의 형식은 많은 작품 실험의 출발이 되었고, 그간 선생님께서 탐색하신 '서양 연극과 다른 우리 연극 찾기'의 실마리가 되었다고 해요. 그렇기때문에 선생님의 작품에는 한국적 정서와 독특한 공연양식이 유감없이 보여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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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소개 작품인 <문제적 인간, 연산>은 역사극인데요, 이외에도 이윤택 선생님께서는 많은 역사극을 쓰셨어요. <혜경궁 홍씨> 와 <시골 선비 조남영> 등의 작품이 있죠. 선생님께서는 이런 역사극에서 공통된 특징을 보여주셨는데, 그 중 한가지가 역사적 사실과 편견에서 벗어난 새로운 인물과 그의 삶이에요. 역사 속의 인물들을 환생시켜 새로운 장르를 보여줌과 동시에 인물에 대한 본성이 부각된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선생님의 작품에서는 갈등의 해결이나 선악의 논리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가장 인간적인 인물을 창조하고, 연약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연민과 애정을 드러내세요. 하나의 인간으로 그려진 역사적 인물의 모습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삶에 적지 않은 감응을 줍니다. 그래서 선생님께서 역사극의 출발은 작가 스스로에서의 출발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이번 <문제적 인간, 연산>에서도 '연산이 누구냐, 바로 나 자신이다' 라고 이야기 하셨답니다. 자신을 투영하고 있는 인물의 진실한 인간성에 집중하는 것이 선생님의 작품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방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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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의 망령이 무덤 위에 쪼그려 앉아 어린 융을 부른다.
 
지는 해를 등에 지고 서서 집에 돌아올 아들을 찾는다.
 
연산, 물속에서 놀다가 문득 어미의 소리를 듣는다.
 
울먹거리는 눈길로 천천히 물밑으로 숨어 버리는 연산.

<문제적 인간 연산> 中
 
 
 

 
 
<문제적 인간 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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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연산군의 이야기를 다룬 많은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연산의 모습을 많이 보여줘요.
 
이 작품에서 연산은 잠들면 자신의 아명인 '융'을 부르는 폐비 윤씨의 목소리와 환영에 시달리는 꿈을 꾸고, 잠에서 깨면 어린아이처럼 녹수에게 위로를 받는 감상적이면서도 나약한 인물이에요. 밤마다 찾아오는 어머니의 혼령, 자신의 말보다 선왕과 공자 말씀을 더 따르는 신하들, 어머니를 죽음으로 몰아간 이들의 뻔뻔함 등 겹쳐지는 문제 속에 혼돈하며 고통받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요. 작품속에서 연산의 행위가 정당하게 비춰지는 것은 그를 둘러싼 고통과 좌절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은 연산을 '왕'으로 그려내지만 동시에 '무당'이자 '개혁자', '시인' 그리고 '미친광대'로 그려내고 있어요. 이전의 폭군과 피로 젖어있는 이야기와는 많이 벗어나 있습니다.
 
작품에서 연산은 독재자의 모습보다 시인으로서의 민감한 감수성을 더 많이 지닌 인물이에요. 시를 읊고 시적 감수성으로 세상을 경영하며 시인 특유의 이상적 세계를 꿈꾸는 몽상가의 기질이 나타나죠. 그의 예민한 감성이 만들어지는 내면의 핵심은 어머니 폐비윤씨입니다. 어머니를 잃게 된 배경을 알게된 연산은 세상을 '뻘밭'과 '썩어빠진 서까래'로 비유하기 시작했고, 그는 그러한 세상의 개혁을 꿈꾸게 되요. 하지만 그가 바라는 세상은 현실의 논리로부터 오는 세상이 아닌, 예술적 이상에서 오는 세상이였어요. 연산이 '뻘밭'같은 현실을 개혁하고 새롭게 세우려는 세상은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정치가 아니라, 어려서 잃은 어머니와의 삶을 복원하는데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나는 더 이상 이 낡은 기둥과 고색창연한 서까래 밑에서 살지 않겠다.
 썩고 썩어서 부패한 냄새가 대궐 곳곳에서 풍기니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단 말이다.
지금 세상에서 내가 할 일은 이 낡은 기둥이며 저 썩은 세상의 서까래를 부수는 일이다.
 파괴다 파괴!"
 
 

그렇게 자신이 바라는 세상을 세우기 위해 연산은 파괴를 지향하게 된 것입니다. 작품에서는 궁궐과 세상을 무너져야 할 세상으로 파악하고 있어요. 연산의 입장에서 억울하게 어머니를 죽인 사람들과 그로도 모자라 부정한 정치를 하며 자신을 왕으로 모시지 않는 신하들이 숨쉬는 세상은 연산에게 무너져야만 하는 세상이였던 것이죠. 개혁은 어머니의 '피 묻은 적삼'으로 인해 실현되었고, 결국은 세상을 뒤집는데 성공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개혁 후 연산은 여전히 과거에 메어있는것과 동시에 벗어나고 싶어해요.
 

 
 연산  난 네 피 적삼 입은 가슴이 싫다 날 이대로 내버려 다오 난 다시 태어나고 싶다
        날 지난 시절의 망령속으로 끌고 들어가지 말란 말이다
 
 녹수  내가 망령이라구요? 내가 아니요 (완산월을 가리키며) 저년이 망령이오, 저년이!
 
 연산  (녹수의 팔을 잡아 팽개친다.) 내 어머니의 혼령을 욕하지 마라!
 
 녹수  뭐라구요?
 
 연산  이 어린 처녀가 만일 내 어머니의 혼령이라면, 우리 어머니는 환생하신 거다
        맑고 영롱한 한 마리 접동새처럼 아름답게 되살아나신 거다 지난 시절 묵은 한도 원도 다 풀고
        이렇게 섬섬옥수로 다시 살아나신 거다 녹수야, 날 더 이상 붙들지 마라 나도 다시 태어나고 싶다 
        우리 모두 다시 태어나야 할 인생들이다 더럽고 추잡한 과거에 갇혀 살아서는 안된단 말이다
 
 

연산에게 녹수는 어머니였고, 안식처였어요. 최선을 다해 연산을 위로했던 여인이였습니다. 하지만 이상적인 어머니를 꿈꾸는 연산이 녹수를 통해 만난 윤씨는 꿈꾸던 어머니가 아니에요. 아름답고 자애로운 어머니의 모습이 아닌, 죽어서 한을 품은 독한 귀였으니까요. 그리고 녹수의 모습이 죽은 어머니와 다를 것이 없었고, 그렇기 때문에 녹수는 연산에게 벗어나고 싶은 과거가 됩니다. 녹수는 연산에게 희망이었지만 절망이었어요. 이렇듯 녹수와 폐비윤씨 역할을 동시에 맡는  배우가 1인 2역으로 배역을 소화한다는 점은 연산이 녹수에게 갖는 이중적인 감정을 상징한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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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 들어서면 무대는 사오백 년 전 폐허화된 궁의 내부. 궁의 뼈대만 남은 무대에 흙이 밀려들어 오고 풀이 자라고 궁 뒤 푸른 대밭만 싱싱하게 살아있다. 무너져 내링 대궐 마루에 임금의 용상이 비스듬히 주저않았고 용상 밑은 질퍽거리는 연못의 물이 밀려들어 와 있다. 무너진 문명(文明)의 잔해, 자연(自然)은 여전히 살아 숨 쉰다. - 작품 무대공간
 
 

작품에서 연산이 처해있는 세상은 산자와 죽은 자의 경계가 무너지고 중음신이 떠도는 세상이에요. 왕은 혼령들이 항궐하는 세상에서 잠을 이루지 못하자 죽은 이들을 불러내어 굿을 하기도 했고, 어떤 이들을 대밭 너무 죽음의 세계로 추방시키기도 해요. 무대에서 폐허가 된 궁궐 뒤로 혼란하게 펼쳐진 대밭은 죽은 자들의 세계이자 연산의 내면을 표현하고 있다고 해요. 그렇기때문에 작품 속에서 '굿'이 사용되고, 연산이 '무당'과 '미륵'으로 그려져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 같아요.
 
 
사실 이전에 <이爾>라는 작품을 소개하면서 연산군에 대한 역사들을 한번 알아본 적이 있어요. 하지만, 이 작품은 실제 역사보다 작품 자체에만 초점을 맞추고 봐도 충분하답니다. 작품속에서 드러나는 상황들에 연산이 가질 감정과 고뇌에 주목 할 필요가 있어요! 전혀 어렵지 않답니다. 작품 자체가 왕이라는 위치보다는 인간적으로 느낄 고통과 고뇌가 더 많이 드러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연산을 한 인간 자체로 보고, 그의 감정을 떠올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이 작품을 '안 읽으면 후회' 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좋아합니다! 굉장히 무겁다고 느껴질 수 있는 주제이긴 하지만, 막상 읽다 보면 무겁기만 하지 않아요. 재미있는 표현의 과장이나 글로 전해지는 감정들이 이 작품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한가지 추천해드리자면 다른 작품과는 다른 성종의 모습과 숭재, 자원, 처선 이 세 신하의 모습에 어떤 역할이 숨겨져 있을지, 이 인물들이 어떤 장치일 수 있을지 생각해보세요! 또 다른 재미가 될 거에요. 이 작품은 한국 작품이지만 셰익스피어적이라고 생각 될 만큼 잘 이루어진 독백과 대화들도 매력적입니다. 많이 어렵고 심오한 희곡이 아니기 떄문에 즐겁게 읽어보시길 추천해드려요!
 
글, 편집 - 서 지 예 (ART insight 편집팀)
 
ART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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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도서ㅣ문제적 인간 연산 - 이윤택 / 2015 <문제적 인간 연산> 프로그램북
사진출처ㅣ구글, 명동예술극장, 플레이디비
 
 

 
 
[서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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