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Japonisme에 대하여 [시각에술]

일본문화가 프랑스 인상주의에 미친 영향
글 입력 2015.08.15 00:2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고슴도치의 우아함>이라는 책을 보고 이상한 기분을 느낀 적이 있다. 고등학교 철학 선생님을 했었던 프랑스 여성 작가가 쓴 이 책을 학창시절 처음 읽고 느꼈던 인상은, 다름아닌 “이 사람, 일본을 왜 이렇게 좋아해?”였다. 정말로, 일본에 어떤 오리엔탈리즘적 판타지라도 가지고 있는지, 그녀는 일본에 대해 칭찬을 하다하다 못해 환호를 한다. 이 책을 읽고서 처음으로 프랑스 사람들은 일본을 좋아한다는 선입견을 갖게 되었다.
그 선입견을 확신으로 굳히게 된 것은 프랑스에 간 이후부터였다. 필자는 9개월여 동안 프랑스에 교환학생으로 있었는데, 홈스테이를 했던 주인집 할머니나 신부님은 일본 학생들에 대해 굉장히 호감을 갖고 있었다. 이쯤 되니 꺼림칙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일본이 프랑스에 무슨 마법을 걸었길래 이토록 프랑스가 일본을 좋아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예술 수업을 들으며 뜻밖에 일본문화가 프랑스에 미친 영향에 대해 알게 되었다. 1854년에 프랑스와 일본이 교류를 시작한 뒤로, 일본화풍이 프랑스에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일명 “Japonisme”이라고 하는 예술 양식은 일본문화에 대한 동경으로 이어져 사회, 문화계 각 부분에서 열광적인 지지를 받게 되었다. 상류층 여인들은 일본 풍의 의상을 입고 싶어 했으며, 미술품 수집가들은 일본의 판화나 도자기 같은 미술 작품들을 수입했다.


200px-Hokusai_1760-1849_Ocean_waves.jpg
Ocean waves, Hokusai, 1760-1849
 

그중 특히 일본 도자기의 포장지에 새겨진 일본 판화는 프랑스의 미술에 대단한 영향을 미쳤다. 일본 판화는 노랑, 빨강, 보라 등의 화려한 원색과 극단적인 로우 앵글, 하이 앵글과 같은 특이한 구도, 중심을 가로지르는 선, 단순하고 간결한 표현, 원근법의 무시와 같은 특징을 갖는데, 이러한 일본미술에 영향을 받은 미술가들이 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 작가들이다. (모네, 고갱, 고흐, 모네, 피사로, 툴르즈 로트렉 등)


Hiroshige_Atake_sous_une_averse_soudaine.jpg
 Sudden Shower Over Shin-Ohashi Bridge and Atake / Hiroshige, 1857


Vincent_van_Gogh_-_Brug_in_de_regen-_naar_Hiroshige_-_Google_Art_Project.jpg
Bridge in the Rain (after Hiroshige) / Van Gogh, 1887

 
16764959.jpg
 Edouard Manet (1832–83), Portrait of Emile Zola, 1868, Musée d’Orsay


인물 뒤에 걸린 일본 풍의 그림은 당시 일본 미술이 얼마나 프랑스에서 유행하였는지 보여준다.


Edgar_Degas_Au_Louvre_la_peinture_(Mary_Cassatt)_c1879-1880.jpg
Mary Cassatt at the Louvre: The Paintings Gallery / Degas, c. 1879–80
                                                

edgar-degas-the-dance-lesson-c-1879-painting_4877479.jpg
La leçon de danse / Edgar Degas, 1879
     

화면 중앙을 가로지르는 대담한 선, 몸 전체가 드러나지 않고 가려지거나 화면 밖으로 벗어난 것 등이 당시 일본미술의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준다.
 

1-145EE5E540167A215AF.jpg
 Edgar Degas Le Tub Woman Bathing in a Shallow Tub 1886


단순한 화면 구성, 그림자의 부재, 원근감 무시, 주인공 여인이 중앙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것과 사선이 그림 가운데를 가로지르고 있는 것, 아래로 내려다보는 각도 등에서 일본미술의 영향을 받았음을 찾을 수 있다.

일본문화에 심취한 모네는 심지어 말년에 거주하던 지베르니에 수련이 떠 있는 연못과 일본풍 다리가 있는 일본식 정원을 꾸미고 일본 판화를 수집했다. 모네의 [일본 전통 의상을 입은 카미유]는 그가 얼마나 일본문화에 빠져 있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SC297848.jpg
 Claude Monet, Madame Monet in Japanese Costume (La Japonaise),
1876, Museum of Fine Arts, Boston.


3-C-Monnet-Le-Bassin-aux-Nympheas.jpg
Le Pont Japonais, par Claude Monet, 1899.
Courtesy 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프랑스인들의 일본에 대한 호감은 무려 19세기부터 시작되었던 것이다. 일본인들은 동양의 신비한 나라에 대한 그들의 호기심을 이용하여 현재까지 일본의 좋은 이미지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와는 돌이킬 수 없는 역사가 있어 좋은 이미지일 수 없지만 다른 나라들에게는 자신들의 이미지를 잘 구축해 놓았다는 생각이 들어 좀 배가 아팠다. 국가간 경계가 없어질 만큼 서로간의 교류가 많아지고 있는 지금, 국가 이미지는 주저 않고 가장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 중 하나이다. 케이팝이나 한류 등을 비롯한 독창적인 컨텐츠 개발과 우리가 가진 흥, 열정적인 공연문화 등은 우리나라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일본이나 프랑스 저리가라 하는 문화강대국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이영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