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제인에어', 각색을 통해 본 성장 이야기[문학]

글 입력 2015.08.0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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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 후쿠나가 감독의 ‘제인에어’(2011)는
영국의 여류작가 샬롯 브론테의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영화는 원작에 대하여 '충실한 각색'의 방식을 취했다.
이는 '최대한 원작의 정신에 가깝게 문학작품을 영상적 시각에서 재창조하는 것'이다.
지금부터 이 각색의 방식을 분석하면서 원작과 영화 간의 미묘한 차이점,
또한 영화와 소설 각각이 갖는 특징에 대해 살펴보자.




각색:장르의 차이-표현의 차이-초점의 변화


영화는 소설에 비해 좀 더 모호하고도 단순하다.
소설은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의미들을 구성함으로서
분명한 문장의 메시지를 지니려 한다면, 
영화는 시각적이고 감정적인 제시가 주를 이룸으로서
감정과 감각의 기억, 덩어리를 공유하는 것과 같다. 


*글과 영상의 문법 차이로 인해 생겨난 '모호한 틈새'는 그것만의 뉘앙스를 갖고서 영화의 매력을 돋운다.
*글이 하지 못한 영화만의 세부적 표현, 언어들도 돋보인다. 로체스터와 자신의 감정을 안 이후 제인의 의상 색이 화사해지는 것도 영화만의 시각 언어이다.
*공통된 내용을 다루는 범위와 강조점에서의 차이 또한 이러한 장르, 양식상의 차이로부터 비롯된다. 영화는 한정된 시간 내에서 감정과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원작보다도 더 현실적이면서 협소한 범위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또한 생략과 압축의 방식을 취한다
*감정이 주요한 매개이자 주제를 구성하는 중심점이 된다. 감정적 표현 또한 한정된 시간 내에 명확한 전달을 요하는 영화 장르상 필요한 것이며 영화가 이야기를 현실감 있게 제시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또한 인물이 새로운 개성을 지니며 작품이 영화로서의 독자적 성격을 갖는 근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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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제인 에어는 소설과 영화에서 공통적으로 ‘진실한 사랑’과 ‘제인의 성장’ 이야기를 담아낸다. 
이를 다룸에 있어 영화는 인물들의 감정에 초점을 두어 더 인간적이고 현실적인 인물들을 그려냈다. 
또한 감정의 원천도 개인적 경험들과 ‘연애적인 것’에 한정한다. 원작 속 도덕적, 종교적 주제를 드러내는 것들은 주로 생략하며 감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구성한다. 
원작에서는 더 포괄적인 주제를 다루면서, 인물 간의 감정의 기류를 넘어 자아와 신념, 삶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장르의 차이로 인한 이야기의 초점의 변화는 인물과 사건이 지니는 중요성도 달라지게 했다.
 




원작에서는 '제인’ 의 삶과 사랑, 성장이라는 것이 한 개인의 이야기로 한정되지 않는다.
원작의 이야기 흐름은 시간적 순서와 사건의 무대를 기준으로 하여 1)유년시절의 게이츠헤드 장 시기와 2)로드학교 시절, 3)성인시절의 손필드 장 시기와 4)무어하우스 시기로 나눌 수 있다. 
또한 각 시절마다 주요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각각 리드가의 사람들과 헬렌 번스, 로체스터와 세인트 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제인의 내면과 성향을 이루는 주요한 성질들에 영향을 주거나 그것들의 표상이 된다. 


1) 제인은 고아로서 친척인 게이츠헤드의 리드 부인에게 맡겨져 길러졌다. 그러나 그곳에서 미움 받는 아이로서 학대와 무관심을 겪고 치욕감과 짓밟힌 자존감 속에서 생활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제인의 내면에 격정과 분노로 자리 잡고 표출되었다. 이는 제인의 성향 중 안주하지 않는 저돌적이고 대담한 기질과도 어느 정도 연관을 지니는 것이다.  

2) 후에 이러한 기질을 다스리고 도덕적이고 이상주의적인 기질을 갖게 되는 계기가 로드학교에서의 경험이다. 리드 부인에게 버림받아 간 로드 학교에서도 처음에 커다란 수치를 겪게 되나 헬렌 번스와 템플 선생이 이를 극복하게끔 영향을 준다. 그 중에서도 헬렌 번스는 깊은 신앙과 자애로운 덕성을 지니고 그녀에게 인내와 순응, 신앙의 가치를 일깨운다. 제인은 이 시기 이후 그러한 도덕적이고 정신적인 면모를 유지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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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헬렌 번스


3) 그러나 손필드에서 로체스터를 만나 진실한 사랑을 느끼고 그가 미치광이와 이미 결혼했었던 상황이 밝혀지는 것을 계기로 절망을 느끼면서 그녀의 내면의 기질은 새로운 양상을 겪게 된다. 제인은 자신의 도덕적 신념을 지키고 자신의 정신과 존엄을 지키려는 의도로 로체스터와의 결혼을 포기하고 도망쳐온다.  

4) 그 후 가게 된 곳이 무어하우스이다. 이곳에서 그녀는 친척임을 후에 알게 되는 세인트 존 리버스와 리버스 자매를 만나게 된다. 세인트 존은 그녀가 이전 무대의 끝에서 결의했던 자기 신념과 정신의 추구의 극단을 보여준다. 그녀의 격정적 면모와 도덕적이고 지성적인 면모를 각각 감성과 이성이라 부른다면 이성의 극점이 되는 것이다. 그는 그녀가 자신의 원칙보다 경시했던 인간적이고 진실된 감정의 중요성을 자각하게끔 한다. 이러한 과정의 의미를 통해 그녀의 반려자인 로체스터의 중요성과 의미가 결정될 수 있었다. 



#결핍과 결합을 통한 완성


이성은 홀로의 독단이 아닌 진실된 감정에 기반할 때, 그것과 결합할 때에 참다운 힘을 낼 수 있다. 로체스터와 제인의 ‘결합’은 이러한 진실된 감정의 원천이 됨으로서 완전한 삶의 단계로 나아가는 시작점이 된다 . 
로체스터는 다른 주요 인물들이 제인의 내면을 이루는 요소 각각의 완전성을 보여주는 것에 비해 부족하고 결핍된 사람이다. ‘결핍’되었기에 ‘결합’을 통해 완성을 이룬다는 주제는 결국 이 이야기가 한 개인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말해준다. 한 개인을 구성하고 개인의 주체성이 관철되게 하는 것은 그가 주변과 맺는 상호 영향관계이다. 상호 간의 영향과 결합을 통해 온전한 ‘자신’을 이룰 수 있다. 





반면에 영화는 한 개인의 이야기를 말한다. 원작의 이야기를 기본 구조로 하지만 구성을 다르게 하였다. 영화는 첫 시작을 손필드 저택에서 도망쳐 무어하우스에서 지내는 시기를 보여주며 이 장면 중에 나타난 감정과 대사를 단초로 하여 유년시절부터의 과거로 돌아간다. 손필드 시기의 장면 전까지는 유년기와 무어하우스기가 이러한 방식으로 교차되어 나타난다. 이후 손필드에서의 로체스터와의 장면이 비중 있게 다뤄지고 다시 무어하우스기를 거쳐 제인과 로체스터의 재결합 장면으로 결말이 난다. 

(영화에서는 로체스터와의 러브스토리에 중점을 둠에 따라 무어하우스 시기의 이야기가 꽤나 간략하게 처리되었다. 원작에서 이 시기는 세인트 존으로 대표되면서 제인의 성장과 로체스트와의 재결합에 중요한 자극이 된다. 존은 드높은 정신성을 상징하는 동시에 이 작품이 말하는 진실한 사랑의 또 다른 면모로서, 끝까지 신의와 믿음을 잃지 않는 종교적 사랑을 상징한다. 이러한 중요성이 존이라는 인물의 개성으로서 드러나지 않은 것이 아쉬운 점이다. 원작에서 기이하고 우울하며 종교적 정열을 지니는 성격의 무게감은 영화에서 경쾌하고 평범한 성격으로 표현되면서 사라졌다.)



#. 감정의 발로: 성장의 시작


영화에서는 손필드로부터의 이탈이 첫 장면으로 등장한다. 원작에서나 영화에서나 손필드로부터 도망치는 것은 그녀가 그녀의 내면이 직접적으로 조화의 상태를 찾아 모색하고 성장해가는 과정의 시작으로서 중요성을 지닌다.
영화에서는 제인의 성장을 역시 ‘감정’을 중심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주제의 범위를 잡고 표현하기 위해 인물의 성격에 조금 변화가 가해진다. 원작에서의 제인은 어떠한 사건에서도 내면의 중심을 갖는 온화한 이미지로 그려진다. 그러나 영화의 제인은 처연하고 외로운 여인이다. 그녀의 내면은 유년시절로부터의 상처에 기인한 고독의 껍질에 갇혀 감정을 솔직히 받아들이고 표현할 줄 모른다. 마치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고 내적으로 공허한 사람과 같아서 내면의 힘이 아닌 정신적 고집만을 내세운다. 이러한 제인이 로체스터와의 사랑을 통해 진실된 감정을 느끼며표현하는 변화를 겪는다. 즉 감정의 ‘발로’가 알을 깨고 나오는 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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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 부인과의 재회 장면에서 원작의 제인은 리드 부인을 받아들이는 온화한 이미지로 드러났다면, 영화 속 제인은 대사는 원작과 같더라도 완전한 용서 보다도 원망과 상처를 드러내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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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장면에서 로체스터와 제인이 갖는 무언의 불안이 로체스터는 성급한 행동을 통해 드러났다면 제인은 감정 없는 얼굴로서 드러났다. 그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에도 그녀는 고목처럼 우두커니 서서 당황의 빛만을 희미하게 드러내고만 있다. 소설에서 이 장면이 그녀 자신의 1인칭적 서술로 죄 없고 선한 마음의 상태가 드러남으로서 표현됐다면 영화에서는 고목같이 선 모습을 포착하는 시각을 통해 관객이 그녀에게 깊히 감정이입하지 못하고 그들 또한 그녀의 껍질에 튕겨짐으로서 충격을 겪게 한다. 이는 소설보다도 생생한 슬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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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제인은 무어하우스의 집에서 결혼을 강요하는 존의 자극에 의해 로체스터와의 사랑의 진정성과 자신의 마음을 마주하게 된다. 그녀는 용서하고 포용할 결심을 갖고서 두려움 없이 실행했다.





'진실'은 중력을 갖는다. 힘의 추동력은 우리가 행동해야할 책임과 용기라는 무게를 얹고서 속력을 더한다. 감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진실한 감정을 마주한 이상 그것을 추동해가는 힘은 막을 수 없다. 감정을 지탱하고 이끌어가는 책임과 용기는 성장의 징표이다. 
결말의 제인의 선택이 더욱 감동적인 것은 이때문일 것이다. 그녀를 향한 진실된 사랑의 형태로 상대와 자신을 향한 제인의 확신을 일깨운 로체스터 역시 감동적이다.
영상 속에서 선명해지는 '감정'의 언어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원작의 근본적 주제까지 다다를 수 있다.
이러한 것이 역시 각색, 재구성의 묘미일 것이다.


[최인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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