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복수 끝의 허무함, 올드보이(2003) 분석 [시각예술]

박찬욱 감독의 복수 시리즈 중 하나인 [올드보이], 새로운 관점으로 분석해보는 시간 (※스포일러 주의※)
글 입력 2015.08.0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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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관점으로 분석하기

복수 끝의 허무함, 올드보이(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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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단순히 웃고 즐길 수 있는 영화보단 심오한 뜻이 가득 담긴 수수께기같은 영화를 더 좋아한다. 감독이 숨겨 놓은 장면의 의도나 비밀을 찾아내는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을 보낸 영화가 바로 박찬욱 감독의 복수 시리즈 중 하나인 <올드보이>이다. 거듭되는 반전과 신선한 전개로도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곳곳에 숨겨져 있는 장면과 여러 의미를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함으로써 영화 보는 내내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수수께기가 담겨있는지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아직 영화를 보지 못한 분들은 영화를 본 후에 이 글을 보길 바란다.


※스포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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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배우 최민식이 맡은 주인공의 이름은 '오대수'. 영화에서 제시된 이름의 의미는 '오늘만 대충 수습하며 살자'이다. 하지만 실제 그의 삶은 하루를 대충 수습하며 살만큼 순탄하지 못하다. 즉, 이름과 달리 하루하루를 복잡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주인공을 통해 그의 모순적인 삶의 모습을 더욱 강조하는 것이다. 또한 오대수를 보면 신화 속 오이디푸스 왕과 굉장히 흡사하다. 둘다 아무것도 모른채 어머니(이오카스테), 딸(미도)과 사랑을 나누고, 오이디푸스는 눈을, 오대수는 혀를 잃게 된다. 근친상간과 비극적인 결말을 맺는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이를 통해 '오대수'는 오이디푸스로부터 따온 이름임을 알 수 있으며 주인공 '오대수'라는 이름 하나로도 영화의 전반적인 전개까지 유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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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  온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만 혼자 울게 될 것이다

영화 <올드보이> 中 오대수(최민식)


 오대수가 15년간 감금되어 있는 방안엔 위와 같은 사진과 글귀가 벽에 걸려있다. 작품은 1892년경 벨기에 화가 제임스 앙소르가 그린 <슬퍼하는 남자>이다. 웃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피투성이 사내의 정체는 머리 위 면류관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바로 예수의 얼굴이라는 것을. 십자가에 못 박혀 실성한 듯 입은 웃고 있지만 눈에선 눈물이 흘러져 나온다. 본래 그림에는 글귀가 세겨져 있지 않다. 이는 엘라 월콕스의 <고독>이라는 시의 첫 구절에서 인용한것인데, 실제 박찬욱 감독이 유럽 여행 중 커피잔에 새겨진 이 글귀를 보고 인상깊어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극 중 긴 머리를 한 오대수의 모습과 매우 흡사한데다 이 웃픈(웃기고 슬픈) 표정을 계속적으로 흉내내는 그의 모습은 굉장히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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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밌는것은 대립하고 있는 영화 속 주인공 모두 복수를 하기 위해 15년간 각기 다른 운동을 했다는 점이다. 오대수는 복싱을, 이우진(유지태)은 요가를 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같은 운동을 했을까? 영화에선 직접적으로 말해주고 있지 않지만 충분히 그 깊은 뜻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복싱은 불같고 성질이 강한 운동이다. 오대수는 자신을 15년간 감금시킨 누군가를 복수하기 위해 자기 자신의 육체를 단련한 것이다. 반면, 요가는 내면을 다스리는 운동으로  오대수를 향한 복수를 하기 위해 15년간 칼을 간 이우진에게서 고독한 악인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유지태는 이 장면을 위해 무려 3개월 동안 꾸준히 요가를 배웠고, 사진 속의 요가는 메뚜기 자세로 와이어를 사용한 장면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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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가 빠른 사람이라면 영화를 보면서 눈치챘을 것. 영화 속의 벽지와 상자가 주로 기하학적 무늬의 보라색과 붉은색 계열로 일정한 패턴이 반복된다. 이렇게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배경에도 다양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복잡한 패턴의 벽지는 사람들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음을 뜻한다. 또한 인공적인 영화의 세계를 창조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것이 강렬한 색상과 기하학적인 패턴이기 때문에 이를 가진 벽지와 상자를 사용하여 규칙적이고 폐쇄적인 느낌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영화 <올드보이>의 예술연출을 맡은 류성희 미술감독은 일부러 꽃무늬나 자유곡선을 배제하여 이같은 반복 태턴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오대수가 존재하는 모든 공간들이 이우진의 통제, 계획 하에 있는 것을 표현하려 했으며, 더 깊은 의도는 자유 의지를 가지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결국은 통제되고 억압받는 인간의 불우한 운명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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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위에 보이는 미도와 오대수의 공간, 즉 새 감금방의 벽지 패턴은 이전과 조금 달라 보인다. 딱딱한 층들이 얽혀있던 전과의 벽지와는 다르게 퍼져나가는 눈(雪) 결정체의 모양으로 다소 '희망'적인 느낌마저 든다. 개인적으로는 류성희 미술감독과 박찬욱 감독 모두 이 비극적인 오대수와 미도의 운명을 안타깝게 여겨 나름대로의 '희망'이 있을 것이라는 이들의 먼 미래를 조금이나마 암시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누나를 놓친 손 -> 총 방아쇠를 당기는 시늉 -> 진짜 권총으로 변해 우진의 자살)


 위 동영상을 보면 학창시절의 이우진과 현재의 이우진의 모습이 겹쳐보인다. 이때 그가 난간에서 친누나인 이수화의 손을 놓쳐버리는데, 그의 손을 보면 권총 모양을 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누나를 죽인 것은 자기 자신. 즉, 이우진은 그가 손을 놓쳐버림으로써 자신의 누나를 죽였다는 죄책감을 권총으로 빗대어 표현한 것이다. 결국 손 권총은 현재와 연결되면서 진짜 총을 자신에세 쏴 자살하여 모든 복수가 해결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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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이 영화의 특징은 이처럼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장면과 대사들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무릎. 과거 오대수는 학창시절에 이수화의 무릎을 자주 응시했다. 그녀가 자전거를 탈때 치마 위로 계속 드러나는 무릎과 이우진과 함께 책상 위에 올라가 있을때도 그녀의 무릎을 가장 먼저 보았다. 이때, 현재 그가 미용실 아줌마의 무릎을 보고서 잊고 있었던 학창시절 이수화와 이우진에 대한 과거를 회상함과 동시에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반성한다. 그런데 현재 미용실에 들어와 무릎을 보여주는 여성도 이수화로, 이같이 동일인물로 장면을 배치한 것은 참 재미있다. 그 밖에도 계속되는 최면과 오대수가 '누구냐 넌'을 반복적으로 말하는 것 모두 과거 회상의 매개체, 연결고리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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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짐승같은 놈이라도

살 권리는 있는거 아닌가요?

영화 <올드보이> 中 자살남(오광록)


 영화 초반에 영화배우 오광록이 카메오로 나와 강아지를 안고 자살하려는 소동을 벌이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영화 상에선 왜 그가 자살을 하는지 명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실제로 그가 자살하는 이유는 사진 속 강이지와 성교를 맺었는데, 그 사실이 동네 사람들에게 알려져 부끄러워 자살하는 것이라 한다. 물론 수간이 마음에 걸려 자세한 내용은 삭제했지만, 박찬욱 감독은 한국 영화에서 금기시 되어 있는 주제 세가지인 근친, 감금, 수간 모두를 다루려 한 것이다. 이에 우리는 자살남이 자살 직전에 "뽀비야 꼭 다음 생애 태어나면 내가 개가되고 니가 사람이 되던지 니가 개가되고 내가 사람이 되어서 꼭 다시 만나자" 라고 하는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다.




 
[참고자료]


<이미지>

<영화 고자들> 블로그
네이버 영화 <올드보이>
네이버, 구글 검색
디자인 정글 매거진
中 류성희 미술감독과의 인터뷰
 

<글>

<영화 고자들> 블로그
네이버, 구글 검색
디자인 정글 매거진
中 류성희 미술감독과의 인터뷰

  
<동영상>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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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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