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웹툰의 드라마화, 득일까 실일까?[문화 전반]

질보다는 양을 추구하는 드라마 제작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글 입력 2015.07.30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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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적으로 웹툰은 매우 큰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네이버에서만 199개의 웹툰이 연재되고 있으며(12개 휴재 중) 다음에서는 122개(10개 휴재 중)가 연재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올레웹툰, 레진코믹스 등에서 수 백 가지의 웹툰이 연재중입니다. 인터넷으로 대개 ‘무료’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높고, 다양한 장르와 스토리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웹툰은 처음 시작된 이래로 지금까지 끊임없는 관심을 받고, 한 편으로는 만화책의 종말을 예고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웹툰은 단순히 ‘웹툰’에서 끝나지 않고, 스크린으로 진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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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툰이 스크린에 그려진 것은 최근의 일만은 아닙니다. 9년 전에는 강풀작가의 ‘아파트’가 영화화되었습니다. 최근에는 강풀 작가의 ‘이웃사람’, ‘26년’, HUN 작가의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을 찾아볼 수 있어요. 하지만 최근 영화화보다 더욱 도드라지는 웹툰의 활용 추세는 ‘드라마화’입니다. 그 전에도 MBC ‘궁’(2006), ‘탐나는 도다’(2009), ‘노다메 칸타빌레’등 만화가 원작인 드라마들은 많았지만 요즘처럼 웹툰의 드라마화가 활발했던 시기는 없는 것 같습니다.
  


 웹툰을 드라마화한다면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첫째로,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면 웹툰의 팬들을 드라마 시청층으로 끌어옴으로서 초반의 화제성과 시청률에서 앞설 수 있습니다. 원작의 팬들은 댓글로 ‘기대된다’, 혹은 ‘굳이 드라마로 만들지 마라’등의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사람들은 이 드라마에 집중하게 되겠죠? 그렇다면 제작사 측에서는 이미 마케팅이 반쯤은 성공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수많은 웹툰 속에서 소재를 정한다면 드라마 제작이 조금 더 용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이미 있는 캐릭터를 각색하는 것이니까요. 드라마가 일반적으로 16회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했을 때, 수 년간 연재되어온 웹툰에서 스토리를 각색하고 추려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작업이 되기는 하겠지만 이미 꽤 보장된 스토리를 가지고 재창작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점은 없을까?



 하지만 저는 단점에 주목해보려 합니다. 가장 최근의 사례를 생각해보겠습니다. ‘치즈 인 더 트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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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은 네이버에서 2010년 연재를 시작하여 무려 6년째 꾸준히 목요 웹툰 상위권을 지키고 있습니다. 평범한 여대생 홍설, 그리고 어딘가 수상한 선배 유정. 그리고 유정과 한 때는 친구였지만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속내로) 원수지간인, 손이 망가진 피아니스트 지망생 백인호. 세 주인공의 미묘한 관계를 다양하고 입체적인 인물들,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대학 생활 묘사, 주인공의 버릇과 표정에서 읽을 수 있는 미묘한 감정선들의 연결, 치밀한 복선으로 찬사를 받고 있는 웹툰입니다. 많은 팬들이 남자주인공 유정 역에 다양한 남자 배우들을 이입해보고, 드라마화가 발표되기 이전에도 가상 캐스팅을 누구로 해야한다는 등의 이야기가 많았던 작품입니다.

 그리고 드라마화가 발표되자, 대부분의 팬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캐스팅에 집중했습니다. 드라마화가 발표된 후에도 정확히 이렇다할 캐스팅 상황이 진행되지 않았고, 팬들에게 주로 캐스팅 후보로 뽑힌 해당 배우들은 ‘좋은 작품이지만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럽다’는 뉘앙스의 인터뷰를 계속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배우 유해진이 유정 역을 승낙하고, 홍설 역 캐스팅에 모든 팬들의 주목이 이어졌습니다. 팬들은 천우희, 오연서 등의 배우를 추천했지만, 제작사 측의 생각은 달랐나봅니다. 

 지난 7월 7일, 미쓰에이의 수지가 홍설 역을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가 뜨자마자 팬들은 득달같이 달려들어 ‘수지는 안된다’ ‘절대 안된다’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해당 주 목요일에 올라온 웹툰에서도 7개의 베스트 리플이 ‘수지는 안된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관심이 웹툰의 진행 내용이 아니라 드라마 캐스팅에만 집중된 것입니다.(순끼 작가님은 이전에 작가의 말을 통해 자신은 드라마화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수지는 고심 끝에 13일 홍설 역을 고사했다고 밝혔고, 지난 18일에는 배우 김고은이 해당 역을 검토하다가 최종적으로는 불발되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두 번의 캐스팅이 번번히 팬들의 득달같은 반대로 불발되자 대중들은 이런 팬들의 반응에 질렸다며 팬들에게 웹툰 제목 ‘치즈 인 더 트랩’과 ‘시어머니’의 합성어인 ‘치어머니’라는 별명을 붙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8일, 김고은 측은 홍설 역을 수락했다고 밝혔습니다.



 드라마의 캐스팅 과정을 볼 때, 처음에는 저도 웹툰 ‘치즈 인 더 트랩’의 팬으로서 최선의 캐스팅을 위해 팬들의 반응에 제작사가 귀기울여줬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이들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는 없는 법이며, 팬들의 반응이 부담되어 배우가 드라마 출연을 꺼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캐스팅만이 드라마 성패의 키를 쥔 것이 아님을 우리는 ‘내일도 칸타빌레’를 통해서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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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다메의 이미지와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를 대중들의 의견을 십분 반영하여 골랐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드라마를 한국적 정서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색함이 발생하여 결국 드라마는 좋지 못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배우 심은경의 연기 또한 ‘과하다’라는 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는 산으로 갑니다. 웹툰 원작 팬들의 지나친 개입은 드라마의 성공에 장애물이 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단점은 웹툰의 드라마화가 드라마의 질은 생각하지 않은 채 그저 아이돌 가수들의 부담없는 연기무대 도전 정도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MBC EVERYONE에서는 ‘툰드라쇼’라는 테마를 설정하고 많은 웹툰을 드라마화하고 있습니다. 현재 방영중인 ‘우리 헤어졌어요’를 비롯하여 다양한 ‘툰드라마’들이 등장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주연배우는 아이돌 가수들 위주입니다. ‘우리 헤어졌어요’에는 2NE1의 산다라박, WINNER의 강승윤이 주연을 맡고 있으며 앞으로 제작될 툰드라쇼에는 EXID의 정화가 출연을 확정했습니다. 물론 그들도 나름의 강도 높은 연기 트레이닝을 받고 있다는 점은 알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준비되지 않은 아이돌들의 연기를 보는 시청자에게 불편함을 주고, 데뷔 무대를 꿈꾸는 무명 배우에게는 좌절감까지 안겨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발전 방향



 웹툰 시장은 ‘컷툰’을 개발하면서 예전 만화책의 넘기는 느낌도 재현해가며 점점 발전하고, 커지고 있습니다. 다양하고 신선한 소재들이 넘쳐나는 것도 당연하고, 이를 본 제작자가 재창작의 욕구를 느끼는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드라마의 ‘질’을 우선시 여겨야 합니다. 어떤 행동이나 요구가 한국 드라마의 성공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재고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웹툰, 다음 웹툰
네이버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네이버 웹툰 '치즈 인 더 트랩' 공식 홈페이지
KBS '내일도 칸다빌레' 공식 홈페이지


[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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