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폴란드, 천년의 예술이 전해오는 에너지
글 입력 2015.07.2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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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을 좋아하게 된지는 얼마 안된 것 같다지금도 비오는 날 특유의 그 정신없음은 싫다버스에서 내릴 때 우산을 한 손에 들고그 우산에 다른 사람에게 물을 튀기지 않게 조심하면서다른 한 손으로는 이어폰과 핸드폰을 돌돌 부여잡고버튼을 누르고 목걸이 카드지갑을 펼쳐(안그러면 한 장의 카드만 대라는 안내가 나온다)찍고 내리는 것이 여간 불편한게 아니지이런 비오는 날 가장 완벽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전시회를 가는 것이다오늘은 특히나, 폴란드 전을 보겠다는 그 목적 하나로 혼자 나들이를 나온 것이라더더욱 여유있게, 더더욱 천천히 많은 것을 보고 갈 수 있었다국립중앙박물관은 월요일마다 휴관이다그래서인지 정문도 그렇고 매점도 문을 닫아 상당히 당황스러웠지만이렇게 길을 타고 올라가 기획전시실에 다다르면 목적지 도착!전시장에 들어서면 맨 처음에 보이는 것은 오디오 가이드 렌탈이다원래 잘 빌리지 않는데, 아쉬울까봐 빌렸다결과는 강력추천!항상 그렇듯이 내가 어 이건 뭐지, 설명을 듣고 싶다생각하는 모든 작품을 설명해주지는 않지만오히려 스치고 지나가려던 구석들을 재발견하게 되는 맛이 있었다나는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는데,기독교의 역사가 매우 뿌리깊은 것 같았다그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것은 조그마한 피에타 상Kyrie eleison! 교환학생 당시 갔던 곳에서성가 부를때 많이 들었던 건데 왠지 모르게 반가웠다얀 소비예스키 3세의 조각상비엔나 전투에 승리한 기념으로 만든 것이고,가슴에는 훈장을 달고 칼은 날이 땅을 향하도록 오른 손에 들었으며아주 자세히 묘사된 가죽치마와 털 장식이 달린 갑옷술탄의 군대를 물리친 늠름함을 잘 구현한 동상이라고 한다그외 초상화나 공예품들도 입이 벌어질만큼 섬세한 것들이 많았다개인적으로 느끼기엔 동유럽 특유의 정서인 것 같다특히 금속 공예는 폴란드나 헝가리 체코 이쪽을 따라올 곳이 없는 듯!그리고 중간에 있는 도자 인형들은 민속 정서가 잘 보여서 맘에 드는 작품 중 하나였다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에 대한 저서가 있었는데내가 이상한건지, 사실 별 감흥이 없었다다만 괴테의 이 말을 전시에 곁들여 놓은 게 좋아서 한번 가져와 본다이렇게 다음 전시실로 가는 길도 전시의 일부로 만들어 놓은 센스그리고 2실로 들어가자마자 이러한 스테인드글라스 모형을 볼 수 있는데성당에 상당한 예술작품들이 많은데, 그걸 떼올 수는 없고이렇게 빛과 모형을 이용해 정말 성당 안쪽에 있는 것처럼 한 아이디어가 좋았다원래는 크라쿠프 프란체스코 수도회 성당의 서쪽 면을 장식한다는성부- 순리에 따르라폴란드의 유명한 역사화가 얀 마테이코의 작품들과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주제의 그림들조국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예술 역시 힘을 보태야 한다는 의미였기도 하지만별개로, 그냥 그대로 놓고 봐도 너무 훌륭한 그림이었다이어지는 자연을 소재로 한 그림들,폴란드 민속 정서를 담은 그림들,모두 너무 좋아서 하나하나 사진에 담아왔지만그걸 다 풀었다가는 너무 심한 스포일러이니유명도나 작품성 기준이 아니라 정말 극히! 개인적으로 좋았던 작품들만 소개한다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쇼팽!사실 쇼팽의 유명세 때문에 전시를 보러온 사람도 많았을 것이고전시 측에서도 그렇게 홍보를 하는 것 같았다그래서인지 유독 붐비던 전시실이라 사진만 몇 방 찍고 도망나왔으나여기서는 쇼팽의 친한 친구였다는 크비아트코프스키의 그림을 꼭 보면 좋을 것 같다그리고 20세기 폴란드 예술 또한다른 시대에 비해 양은 많지 않았지만 인상 깊었다특히나 2차 세계대전의 여파인지 우울한 분위기의 작품도 좀 있었고한편으로는 굉장히 일상적이고, 또 사진같이 잘 포착해낸 아침식사 장면도 눈에 띄었다그리고 나오는 길에 전시된 포스터 앞에서도 오랜시간 머무르게 되었다기대보다 더 알차고 호흡이 긴 전시여서 (천년의 호흡이니 어련할까!)시간 여유를 많이 두고가는 것을 추천한다개인적으로는 노트와 카메라를 둘 다 들고 다니며그림이라고 하기도 부끄러울 낙서도 끄적여보고오디오 가이드에서 재미있는 내용은 메모도 하고그렇게 3시간 정도를 보내고 나니 폴란드라는 나라에 정이 들어버렸다 :오랜만에 푹 빠질 수 있었던 전시회^^*이 글은 아트인사이트(www.artisight.co.kr) 문화초대를 통해 작성되었습니다.[권미주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