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물 속, 환상의 세계로의 초대 [시각예술]

ZENA HOLLOWAY전을 다녀와서
글 입력 2015.07.18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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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 환상으로의 초대
-ZENA HOLLOWAY 사진전, THE FANTASY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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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오랜만에 예술의 전당을 방문했습니다. 덥지만 아주 습하지는 않은 날씨에 괜히 신이 날 정도의, 쨍쨍한 날이었어요. 누구에게나, 무엇에게나 처음은 있는 법이고, 이는 설레기 마련입니다. 저에게 제나 할러웨이 사진전은 첫 사진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 같아요.
 
 글을 읽는 분들이 좀 더 편히 읽을 수 있는 말투로 제나 할러웨이 사진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전시장 안에는 두 곳의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처음 입구에 나와 있는, 대만 홍보 자료로 쓰인 사진과 작가의 방이에요. 안쪽 구역은 사진으로는 담을 수 없습니다. 눈으로 감상해주시길 부탁드려요. 
(항상 ‘이걸 다시 사진으로 남겨두고 봐야지’라고 생각하고, 후에 사진을 확인하면 실망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그 때 그 전시장, 공연장에서 눈으로 보았던 장면과 분위기를 사진이 완벽하게 반영하기란 어려우니까요. 
눈으로 천천히, 충분히 즐겨주세요.) 
입구 왼편으로는 전시 관련 상품들을 판매합니다. 엽서와 도록 등을 판매하는데, 
제나 할러웨이가 삽화에 참여한 <워터 베이비(THE WATER BABIES)>는 품절되었습니다.

 ‘THE FANTASY’는 아시아 최초의 수중사진 전시입니다. 수중사진은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분야가 아닙니다. 
특히 욕조 안에서의 촬영은 가끔 TV에서 모델들을 뽑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나 뮤직비디오 촬영, 
드라마 촬영이 아니면 보기 힘든 장면입니다. 사진 분야는 희귀성이 더 큽니다. 
 
 작가에 대한 소개를 먼저 드리자면, 제나 할러웨이는 세계 최초이자 최고의 수중사진 작가입니다. 작년, 현 메디치 가문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영국의 수퍼 컬렉터 찰스 사치(Charles Saatchi)가 자신의 컬렉션의 제나 할러웨이의 Swan Song을 추가하면서 더욱 유명해 졌습니다. 그녀는 1973년 바레인 태생의 영국인으로, 18살 생일에 어머니로부터 수중카메라를 선물받으면서 수중 사진의 세계에 입문했습니다. 제나는 스쿠버 다이빙 안내원 아르바이트와 함께 수중 촬영 기법을 익혀나갔고, 22살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수중사진을 공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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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보며

 

전시를 보는 내내, 정말 다른 세상에 와있는 것 같았습니다. 역동적인 사진에서 느껴지는 고요함은 쉽게 겪을 수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모델의 머리가 흐트러지고, 천이 그려내는 유려한 곡선, 그리고 모델의 신체가 만들어내는 역동적 이미지만 생각해보면 다소 산만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물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어요.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마치 귀가 먼 듯한 느낌을 줍니다. 고요함 속에서 느껴지는 역동성이죠. 


 THE FANTASY 사진전의 대표 사진으로 꼽히는 붉은 천과 모델의 조화는 영상으로 보았을 때 더 빛을 발합니다. 영상에서 보면 모델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붉은 천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칩니다. 모델의 신체 움직임과 천의 움직임은 물 속에서 대단히 매력적으로 다가와요. 
전시회에 가셔서 사진의 분위기와 영상의 분위기도 비교해보시기를 바랍니다.


 작가는 많은 기업들의 후원을 받고 광고의 목적으로 다양하고 매력적인 작품들을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저는 작가의 개인 사진들도 대단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대부분 신체를 그대로 나타낸 것이었는데요, 실 한오라기 걸치지 않은 (어찌보면 외설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 여인의 신체를 담아낸 사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외설적이라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어요. 오히려 신비롭다, 아름답다, 그리고 인간이 얼마나 대단히 아름다운 존재인가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그런 주제를 살리기 위해서 몸매가 예쁜 모델들을 대상으로만 사진을 찍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인체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것이라면, 이렇게 일반적 미의 기준에 해당되는 사람의 몸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는 말도 해줄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 같아요. 
 
 ‘순수’라는 제목의 작품도 기억에 남습니다. 정말 화려한 색을 입고 있었던 모델이 점차 색을 벗고 태초의 순수함으로 돌아가는 것이죠. 순수 사진이 걸린 반대편 벽에서는 영상이 전시되고 있었는데, 보랏빛 잉크가 물 속으로 자연스럽게 퍼져나가는 것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도슨트의 설명에 의하면 이는 사진을 물에 넣고, 잉크를 그 위에 뿌린 것이라고 해요.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사진 촬영을 시도했구나-라는 것이 와닿았습니다.

 



 전시의 마지막 부분, 하이라이트는 역시 아이들의 사진입니다. <워터 베이비>라는 동화의 삽화로 쓰인 사진들을 전시한 것인데요, 작게 인쇄한 사진들이 더 크게 걸렸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물들과 아이들의 교감이 잘 나타나는 사진들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언제 봐도 정말 빛나고 아름다운 존재였습니다. 진작 가서 동화책을 살 걸-이라는 후회가 절로 드는 순간이었어요.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공간이 협소합니다. 워낙 작은 전시실이라서 사진이 매우 많다고 느껴지지도 않았고, 중간중간 전시되는 영상들의 소리가 사진에 대한 온전한 집중에 방해가 되었어요. 작품들 사이 거리가 매우 짧았거든요. 영상의 소리를 줄이자니 들리지 않고, 그렇다고 키우자니 다른 사진들의 감상에 방해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물 속에서 찍은 사진들이니만큼 물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고요함을 재현했으면 더욱 좋은 전시였을 것 같습니다.


 
 “물 속 이미지 창조 작업은 미지의 영역을 탐색하는 것과 같아요. 이 세계의 이미지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에겐 경외감 그 자체이죠. 그것이 내가 수중자신을 통해 보여주려는 것입니다.”



 제나 할러웨이는 물을 통해 극도의 자연스러움을 연출했습니다. 자연스러움을 연출했다니, 다소 역설적인 것 같기도 하지만 물이 주는 자연스러움을 잘 담아냈다는 의미입니다. 
물 속에서 빛과 모델로 그려낸 멋진 환상의 세계. 앞으로도 정말 많이 기대가 됩니다. 



 전시 관람에서의 추천) 주변 소음이 들리지 않는 커널형 이어폰을 이용해서 잔잔한 음악을 들으면서 전시를 관람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영상을 보실 때에는 이어폰을 빼시더라도, 온전히 사진에 집중할 수 있을 거에요. 

 도슨트 해설은 약 20분이 소요됩니다. 
도록에 대부분 나와있는 정보들이지만 길지 않으니 들으시는 걸 추천합니다. 
도슨트 전에 한 번, 도슨트 후에 한 번 더 보시면 충분히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자료 및 인용) 한겨레 GALLERY ‘ZENA HOLLOWAY’ VOL. 1
사진 출처)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


[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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