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스크린으로 보는 고품격 막장 드라마, 영화 “August: Osage County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 [시각 예술]

참 지랄맞다 이 가족! 아버지의 장례식에 모인 가족들,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엄청난 비밀이 폭로된다!
글 입력 2015.07.17 20:4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만약 누군가가 “TV 드라마 중 어떤 장르를 좋아하세요?” 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면, 당신의 대답은 어떠한가? 멜로, 로맨틱 코미디, 액션, 학교 학원물 등 다양한 대답이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각광 받아온 드라마가 몇몇 있다. 흔히들 우리는 그 드라마들을 ‘막장’ 이라 칭한다. 

처음엔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라며 의문을 갖다가도, 현실적으로 사실상 말이 될 수 없는 상황설정, 빠른 속도와 동시다발적 전개를 보며 점점 알 수 없는 쾌감을 느낀다. 그리고 이 자극적이고 때로는 통쾌하기까지도 한 줄거리 전개가 이제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니 당신은 한 번쯤이라도 우연히 TV 앞을 지나가며 드라마를 보았다거나, 막장드라마의 열혈 시청자였거나, 아니면 최소한 주변에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만큼 이제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드라마의 한 ‘장르’가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영화는 어떨까?

지금부터 나는 인상 깊게 보았던 영화 중 하나인, 
소위 말하는 ‘막장’의 설정을 가지고 있는 한 영화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 한국 포스터2.jpg
 

내가 이 영화를 처음으로 접했던 건 이 포스터를 통해서였다. 지금까지 우리들이 흔히 여러 매체, 스크린에서 접한 건 화목하고 따뜻한 가족의 모습인데, 세상에 딸이 열렬히 엄마를 밀치고 죽일듯한 표정을 짓는 포스터라니.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이 영화가.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 단체 이미지1.jpg
독설가에 약물 중독인 엄마, 이혼 위기에 놓인 큰 딸, 사촌 오빠와 사랑에 빠진 둘째 딸, 큰 언니의 딸에게 치근덕거리는 중년의 약혼자를 가진 셋째 딸, 그리고 이들 못지 않게 문제가 많은 엄마의 여동생 가족들. 등장인물의 설명만 들어도 어마무시한, 모든 힘겨운 설정이란 설정은 다 모아 놓았으니 영화 포스터에도 쓰여있지 않은가. 고품격 막장 드라마라고.

이 영화가 일반적인 가족영화와 다른 점은 일단 극의 시작을 아버지의 장례식 이후의 이야기로 출발한다는 점이다. 가족 한 구성원의 결혼이나 축하할만한 일로 모인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자살’로 인한 죽음 때문에 한 자리에 모이게 된 것이다.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도 잠시, 오세이지 카운티(Osage County)에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은 점차 하나씩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든 생각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인지, 누구를 위함인지 모를 말들로 그들은 서로를 정신적으로 힘들게 하고 상처 주며 결국은 다시 그 상처를 본인이 다시 받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누가 누가 더 불행한지 보여줄까? 알려줄까?’ 하는 느낌이었고, 서로가 자초하며 불행을 만들고 그로 인한 상처 받기를 반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 딸 세명.jpg▲ 엄마 '바이올렛'을 지켜보는 그녀의 세 딸들
 

사실 인물들이 한 사람, 한 사람 처음 등장할 때부터 느꼈다. 그리고 눈에 훤히 보였다. 모든 가족들이 각각 저마다의 상처를 가지고 있다고. 그래서 그 각자의 상처가 곪고 곪아왔다가 결국은 그로 인해 서로를 또 다시 상처 주고 할퀴고 있는 것이라고. 그 모습이 처음엔 어찌나 안타깝던지, 가슴이 답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러다가도 '그래, 이런 영화도 있어야 하지 않겠나’ 라고 고쳐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이 어찌 보면 현실적인 모습이니까. 언제나 화목하고 행복한, 서로 용기를 북돋아주고 격려하며 구성원들의 성장을 칭찬하는, 웃음 가득한 가족의 모습은 만화, 드라마, 영화가 보여주는 판타지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렇게 행복하고 즐거운 가정이 이 세상에 없다고 단언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더 이상 관객들에게 좋은 것만 보여주고, 그런 영화를 보려고 하는 사람들만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배우들이 이 작품에 출연하여 열연을 펼치며 이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까? 비록 ‘영화’기 때문에 모든 요소가 총 집합하여 막장적인 요소를 지닌 것뿐이지, 역할을 연기한 배우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들이 연기하고 있는 그 역할이, 실제로 현실에 존재할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랬기 때문에 더욱, 배우들의 연기가 참 와 닿는 그런 영화였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화려한 편집장이자 “That’s all”이라는 대사를 아주 시크하고 카리스마 있게 내뱉었던 메릴 스트립은 온데 간데 없고, 병약하고 심약하여 그래서 더더욱 독하고 가엾은 약물 중독자 엄마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줄리아 로버츠, 그녀는 극 중에서 <노팅힐>의 아름다운 여배우가 아니었고, <귀여운 여인>의 사랑스러운 신데렐라도 아니었다. 그녀는 엄마를 안타까워하면서도 그녀를 이해할 수 없어하는 큰 딸의 연기를 담담하면서도 슬프게 연기했다.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 둘째 딸 커플.jpg▲ 둘째 딸 '아이비'를 위해 노래 불러주는 그의 연인이자 사촌, '찰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메릴 스트립의 모습 때문에 나는 참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원망스럽기도 했다.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그녀가 뱉은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를 상처 주었고, 그리고 결국 본인을 가장 아프고 외롭게 만들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이런 결론을 짓게 되었다. 세상에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정도의 차이는 존재할지언정 마음의 상처가 하나 없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중요한 건 그 상처를 피하고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고 직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상처가 아물 수 있게, 새로운 살이 돋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바라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자신을 위해서 말이다. 그것이 결국 개인의 삶의 방식이고, 스스로의 삶의 모습을 정하게 될 것이다. 



<영화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Agust: Osage County)"의 예고편>

<영상 출처: 유투브 홈페이지>
<사진 및 인물 정보 출처: google, 네이버 영화>


[황주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