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음속에 간직될 명장면, 한여름의 판타지아

글 입력 2015.07.17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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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선라이즈> 시리즈에 비견되는 로맨스" 라는 홍보문구 때문에 이 영화를 본 건 아니다. 저런 문구를 내세운 작품치고 비교된 전작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영화는 한 작품도 없었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본 이유는 지난 달 1박2일로 다녀온 교토가 자꾸 생각이 났고, 그 짧았던 시간이 아쉬웠고, 그래서 그 때 혼자 거리를 거닐면서 느끼던 그 고요함과 소박함을 다시금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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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담은 부분과 그 결과로 만들어진 벚꽃 우물이라는 이름의 영화. 물론 앞 부분도 실제에 기반한 허구이기는 하다. 김혜리 기자는 '예술의 재료와 결과가 마주보며 미소짓는 정경'이라는 말로 이 영화를 표현했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 앞부분이 지루했다는 평이 있기도 하지만,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영화는 한번도 접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상당히 흥미있었고 또 가치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벚꽃 우물이라는 결과물에서 '재료'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영화는 길 위에서 시작된 사랑의 전형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여행중 길위에서 대화를 시작하게 되는 사람은 주로 이성이다. 대부분은 몇마디를 나누다 어색한 인사로 헤어지게 되지만 그 중에 대화가 통하는 사람과는 끊임없이 말이 이어지게 된다. 낯설지만 로맨틱한 환경 속에서, 대화가 잘 통하는, 나와는 생김새가 아주 다른 사람. 이 세 가지 조건은 그 사람이 어떠한 외형을 가지고 있는지의 문제를 떠나 어떠한 '끌림'을 생성한다. 더군다나 '말은 잘통하는데 다시 볼일은 없는 사람'이기에 마음놓고 나에 대한 이야기를 다 털어놓게 되고, 그 결과 아주 짧은 시간안에 감정이 심화되는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러한 끌림이 형성되는 과정과, 그에 따라 심화되는 감정을 정말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감독이 길위에서의 사랑을 해본 것 같다. 배우들이 해봤거나. 혜정과 유스케의 서로를 보는 눈빛, 말투, 특히 헤어질 때의 머뭇거림은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표현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혜정의 태도가 아쉬운 부분이 있기는 했다. 조금 더 로맨틱할 수는 없었을까. 현실이라면 나라도 그녀와 같은 행동을 보였을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영화인데.  사실 그녀의 그러한 머뭇거림이 가장 공감가는 부분이기는 했지만 그렇기에 더 아쉽기도 했다. 사람들이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이유는 현실에서 일어날법하지만 쉽게 일어나지지 않는 일들을 보기위한 것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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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가 시작하기 전 시간이 잠깐 남아 이병률의 <내 옆에 있는 사람>의 한 부분을 읽었는데, 잠깐 읽은 그 부분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두 사람은 같은 기류 속에 있어서 같았고 지금 존재하는 모든 것을 고스란히 담아 떠날 수 없다는 사실이 또 달랐습니다. 두 사람은 다시 헤어져야 합니다. 여행자이기에 그쯤이야 괜찮을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글의 제목은 '가슴에 명장면 하나쯤 간직하기 위해 여행을 떠납니다'이다.   

 그들은 헤어져야만 했고 또 이내 괜찮아졌을 것이다. 그리고 감정의 소용돌이가 가라앉은 후, 그 자리엔 이 세상에서 오직 그들에게만 허락된 명장면을 간직하게 됐을 것이다. 그들이 소원했던대로 어디에 있든지 간에 그리고 누군가와 함께 있든지간에 행복해하고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이정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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