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폴란드, 천년의 예술

글 입력 2015.07.16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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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폴란드 천 년의 예술 전시회를 다녀 왔다.
그동안 내가 접한 전시들은 대부분 르네상스, 인상주의, 표현주의 같은, 하나의 사조를 중심으로 주제를 잡았던 반면에 이 전시는 천 년에 걸친 폴란드 작가들의 작품들을 통해 폴란드 고유의 역사와 예술을, 그리고 한때 유럽을 선도했던 선진적 폴란드로서 유럽의 역사와 예술을 보여준다. 가톨릭을 받아들여 중세 종교 미술이 꽃피던 시기, 역사화가 중심이 되었던 시기, 전쟁으로 인한 고통과 나라를 잃은 슬픔을 도피하기 위해 풍경화가 유행하던 시기, 그리고 마침내 독립하여 다양한 형태의 작품이 선보이게 되는 현대 미술까지 폴란드 예술의 흐름을 한자리에서 알아볼 수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조의 흐름이 역사와 함께하며 자연히 알게 된 폴란드의 역사가 우리나라와 그리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폴란드는 유럽의 동과 서를 나누는 경계에 위치하여 주변 여러 나라들의 침략으로 한때 나라가 없어지기도 했던 비극적인 역사를 갖고 있다. 80년대에 이르러 민주화되었다는 것도 우리 나라와 비슷하다. 이러한 격동의 역사 속에서도 자신들의 고유한 언어와 정체성, 문화를 지켜냈다는 것은 가히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느 유럽 나라들이 그렇듯, 폴란드의 중세 미술은 종교 미술을 가리킨다. 보통 종교 미술이라 하면, 다소 평면적인 얼굴에 무표정인 성경 속 인물들이 등장하고, 성인들의 얼굴을 금색 원형 고리가 밝혀준다.
이 전시는 회화 작품보다는 조각, 조형 작품들이 중세 예술의 중심이 되었는데 폴란드의 중세 예술은 주로 교회 건축 장식이나 예배를 위한 목적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특히 15세기 초 실롱스크 지역에서 제작된 피에타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와는 다르게 성모 마리아의 슬픔이 생생하게 표정에 묘사되어 있어서 상당히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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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롱스크의 [피에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16-18세기 일명 사르마티안 시대는 폴란드의 정치, 경제적 전성기로 다양한 작품들 속에서 서방보다 오히려 동방의 영향을 받은 옷이나 공예품들이 특히 눈에 띄었다. 특기할 만한 것은 ‘후사르’에 관환 회화와 갑옷, 안장 등이었다. ‘후사르’는 역사상 최강의 기병대라고도 불려지며 17세기의 폴란드 기마 군단으로 긴 창과 판금 갑옷, 그리고 등에 매단 독수리 날개 깃털을 단 것으로 유명하다. 전시 내의 많은 회화들 속에서 독수리 깃털을 매단 인물들을 찾아보는 것은 쏠쏠한 재미였다.
 

코페르니쿠스를 나름대로 큰 주제로 다루었지만 그를 다룬 작품들에서 관심이 갔던 것이라곤, 코페르니쿠스가 대학에 다녔었다는 것 정도였다. 그가 살았던 15세기 후반에 이미 여러 분과가 나누어진 대학이 존재했다는 것이 나에겐 큰 충격이었다.
 

18세기 후반에 이르러 폴란드는 러시아와, 프로이센, 오스트리아에 의해 100년 넘게 분단되어 나라가 사라지는 수모를 겪는다. 폴란드의 국민화가인 얀 마데이코는 이러한 역사를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이번에 온 그의 작품들 중 하나인 [프스코프를 포위한 스테판 바토리 왕]은 폭 6미터 높이 4미터의 대형작품으로, 이 작품을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의 역대 전시 중 가장 높은 벽면을 세웠다고 할 정도로 웅장했다. 상당히 남성적이고 거친 인상인 그의 작품들은 아마도 전시 작가들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많았고, 전시가 끝날 때쯤 그의 작품들은 명확히 알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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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스코프를 포위한 스테판 바토리 왕](1870~1872) 얀 마데이코  


20세기 직전 폴란드의 젊은 예술가들은 기존의 조국, 역사 등의 주제에서 벗어나 다양한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다. 이 시기에 이들은 정물, 풍경, 자연, 신화 등 많은 장르들에 관심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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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는 별] (1884) 비톨드 프루슈코프스키
 

그중에서도 나의 두 눈을 사로잡았던 작품은 [휘파람과 반향]이라는 제목의 청동조각이었다. 스와보미르 첼린스키가 만든 이 작품은 젊은 폴란드 시대의 가장 유명한 작품 가운데 하나로 상징주의와 초기 표현주의의 특징이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슬라브족 신화의 잊혀진 신, 휘파람과 그의 아들 반향을 그린 이 작품을 통해 유럽 전통과 신화를 역동적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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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과 반향](1910) 스와보미르 첼린스키


전시를 다 관람하고 나는 미술 전시를 관람했다기보다 폴란드로 시간여행을 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작품에 스며들어 있는 그들의 역사와 문화를 지켜보며 보다 깊게 그들의 정체성과 내면을 알게 되었으며, 우리와 비슷한 역사를 가진 그들에게 동질감이 들기도 했다. 한 나라의 여러 사조를 담은 전시를 보게 된 것은 큰 행운이었다. 한 나라에 담긴 독특함과 유럽의 보편성을 동시에 관찰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예술을 통해 폴란드를 알게 되고, 조금이나마 이해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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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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