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아일랜드 - '자유', 이상' 을 밝은 색채로 그려내다

글 입력 2015.07.07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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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연극 아일랜드를 보고 왔다.


ㅇㅇ.jpg

 
대학로 스타시티 TM 스테이지는 건물 지하에 위치해 있는데,
로비에는 매표소와 작은 카페가 한쪽에 공연장 입구가 있다.
작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구성이 잘 되어 있는 듯 했다.
연극 도중 사진촬영을 할 수가 없어 연극 사진은 찍지 않았다.
로비 사진이나 극장 구조 뭐 이런거라고 찍어올 걸.. 다음부턴 찍어야지!!
조명이 어두워 무대 사진도 잘 안나오고.. 결국 지인의 카메라로 한 장 건진 게 아래 사진이다ㅋㅋ
(양해 바랍니다. ㅠㅠ)


아일랜드.jpg
 

공연 시작하기 5분 전쯤에 공연장 안으로 입장했다.
생각보다 작은 규모의 극장이었다. 하지만 무대는 비교적 커 보였다.
가로 방향으로는 그다지 길지 않지만, 무대 뒷편으로 공간이 넓어서 보기에 안정감 있어 보였다.

무대 위에는 여러 가지 대도구와 소품들이 놓여 있었다.
무대 중앙 작은 잔디밭, 흰색 펜스, 빨간 우체통, 자전거, 작은 나무, 바구니, 새장 등.
마치 야외로 소풍을 온 듯한 느낌을 물씬 풍기는 산뜻한 소품들이었다.

'아일랜드'의 원작은 다소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인데 비해, 이번 연극 아일랜드는
원작에 다채로운 색상과 밝은 분위기를 더하여 재구성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듯이
밝고 따뜻한 무대의 첫인상이 마음에 들었다.


아, 그리고 무엇보다 인상깊었던 점은 저 사진에 나와 있는 흰색 드레스의 여배우 분이었다.
역시 배우이신 만큼 몸매와 미모가 출중하셨다. 완전 부럽.ㅠㅠ
아직 공연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공연장으로 들어오는 관객들을 환한 표정과 손짓으로 반겨주고,
갑자기 바닥 쪽으로 몸을 숙인다던지 관객석에 포즈를 취하고 앉는다던지 등등의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오직 비언어적 요소로만 모든 것을 보여 주었다.
약간 마임과 비슷한 듯 아닌 듯한 느낌? 이었달까.

공연 시작 전에, 그것도 무대가 아닌 객석에서 배우가 관객들과 얼굴을 마주한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닐텐데,
굉장히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설정을 한 이유와 의도는 무엇이었을지 궁금했다.
여배우분이 이 연극에서 상징하는 것이 '자유'인 만큼,
'연극'이라는 형식적인 틀 안에서 '배우'라는 역할에 갇히지 않고
보다 이색적인 방법으로 관객과 소통하고자 한 의도는 아니었을지.





아무튼, 시간이 되자 연극이 시작되었다.

※ 여기서부터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주의 바람


그전까지 객석에 계셨던 여배우 분은 무대 위에 바로 올라가서
놓여져 있는 각각의 소품들에 다가가, 그것들로부터 느껴지는 감정을 (나는 그렇게 해석함)
표정과 동작으로만 표현했다. 마치 자유를 표현하듯이. 그것이 첫 장면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같은 감방에 수감된 죄수 두 명이 나와서
반복되는 지루한 일과의 모습을 함축적으로,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장면이 있었다.
일어나서 호루라기 소리를 듣고, 작업장에 가서 일을 하고, 밤이 되면 잠을 자고.

이 두가지 장면에서는 배우들이 단 한마디의 대사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여기까지만 보고 '어? 이거 알고 보면 판토마임인가? 처음부터 끝까지 대사 한마디도 없는 거 아냐?'
하는 은근한 불안감에 사로잡혔지만, 그 다음 장면부터 대사가 나오기 시작했기에 안심할 수 있었다.





지금부터는 줄거리와 느낀 점 위주로 빠르게 써보도록 하겠다.


같은 감방에서 따분한 생활을 버텨내고 있는 조니와 위니.
그들은 인종차별정책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외딴 섬에 수감되었다.
(극 중에서 이 부분에 대해 따로 언급하지는 않으나 원작의 내용은 이렇다.)

종신형을 선고받은 그들은, 앞으로도 끝없는 세월을 감옥에서 보내야 한다.
언제 다시 바깥 세상과 마주할 수 있을지 희망조차 가질 수 없는 그들은
'미치지 않고 감옥 안에서 재미있게 살아가기 위해' 그들만의 놀이를 만든다.

컵을 전화기 삼아 그리운 사람과 통화하고, 둘이서 안티고네의 연극 장면을 연출해 보려 하고,
여자가 고파 둘 중 한 명을 우꽝스럽게 여장시켜 대리만족을 하고,
무한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출감하는 날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그려보기도 하고,
그렇게 그들만의 놀이를 되풀이 하며 어떻게든 비인간적이다 못해 잔인한 일상을 견뎌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이런 시도는 그들에게 일시적인 기쁨만을 줄 뿐, 진정한 자유를 누리게 하지는 못한다.
놀이가 끝나면 그들은 다시 참혹한 현실과 마주하게 되고, 좌절하게 된다.
그들이 갈망하는 자유는, 극 도중에 가끔씩 등장하는 흰 옷이 여배우를 통해서 표현된다.
(이 여배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비언어적 표현만 사용했다.

조니와 위니는 그녀를 붙잡으려 하지만, 그녀는 쉽사리 잡히지 않으며,
그들이 나름대로 절박하고 힘겹게 지어  놓은 작은 세계를 너무나도 쉽게 드나든다.
마치 '자유'가 그러하듯이.


그러던 중, 위니가 기적적으로 3개월 뒤에 출감할 수 있게 된다.
둘은 얼싸안고 기뻐하지만, 조니는 곧 좌절하게 된다.

위니는 곧 바깥 세상에 나가 행복한 삶을 살게 되겠지만,
자신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지긋지긋한 감방 생활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자신이 왜 여기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자신이 누구인지 조차 잊게 될 것이다.

이렇게 암담한 상황 앞에 조니는 좌절할 수 밖에 없다.
그런 조니의 모습을 보며 위니도 죄책감을 느낀다.


이 연극은 이 둘이 안티고네의 연극 장면을 재현하는 장면으로 마무리가 된다.


자신의 오빠의 장례를 치루었다는 이유로 붙잡혀
신의 법이 인간의 법에 우선한다고 항변했지만, 결국 사형 판결을 받게 된 안티고네.
이 연극에서 안티고네는  곧 조니와 위니의 입장을 대표하는 인물일 것이다.
본인이 죄를 짓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타인을 위한 정당한 행동을 했다는 사실이 죄목이 되어
억울한 최후를 맞아야 했다는 점을 보았을 때, 분명 그러하다.
그렇게 마주한 그들의 비참한 현실 속에서, 그들은 이상과 자유를 꿈꾸지만
그것들은 한없이 멀리 있는 듯 하다. 


결국 그 둘은 어떻게 되었을까?
연극은 뚜렷한 결말을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며 막을 내린다.
위니는 곧 자유를 누리고, 조니는 영원히 자유를 누리지 못했을까?
둘이 함께 고통의 보낸 만큼, 아마 위니는 출감 후에도 조니를 생각하며
조니가 원하는 자유를 함께 이루지 못한 것에 평생 붚편함을 느끼며 살아갔을 지도 모르겠다.





*주관적 평가* 

1. 

어둡고 딱딱한 감방을 잔디밭과 시냇물, 우체통과 소풍 바구니가 있는
아름다운 야외 풍경으로 모순적으로 표현한 것이 인상깊었다.
 그 풍경은 실제가 아닌, 조니와 위니가 창조한 그들만의 작은 세계였을 것이다
 마음껏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그런 낙원.


2.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다.
여배우분은 어떻게 대사를 한 마디도 안하고도 감정표현을 잘 하시는지..
배우라기보다는 행위예술가나 현대무용가 느낌이 나는 것 같기도 했다.
또 조니와 위니 역의 두 남자 배우분들도, 감방 안에서 좌절하기만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해학적이면서도 약간 양아치같은(ㅋ?) 찰진 연기도 맛깔나게 잘 해 주신 덕분에
관객 입장에서는 '좀 쳐지고 지루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 원작의 줄거리를 훨씬 UP시켜 주신 듯 하다.
(가끔 대사가 너무 빨라서 무슨 발음인지 몰랐다는 점이 아쉽기는 했지만. )
물론 연출진이 구성을 잘 했기 때문이겠지?


3.

어두운 원작을 밝게 재해석하고자 한 시도는 나름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약간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극이 심각해질 만 하면 우꽝스럽거나 유머러스한 장면이 나와서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살짝 혼란스러운 느낌이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원래 알고 있었던 점이긴 하지만 미장센이 많이 사용되었고, 상징적인 부분이 매우 많아서
'저 장면이 말하고자 하는 게 뭘까'를 생각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하지 않는다면
'응? 이거 뭐지?' 이런 느낌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전반적으로는 나름대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연극 아일랜드였다.^^

보러 가실 분들은, 충분히 이 연극의 상황적인 배경이나 극의 특징을 미리 공부하고 가길 추천한다.
가볍게 즐기고 웃을 수 있는 연극만을 선호하는 분들에게는
조금 지루하거나 무겁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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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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