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 속 신화 이야기 - 모노노케 히메(もののけ姫)[문화 전반]

인간과 자연의 신화
글 입력 2015.07.04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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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자연의 신화

영화 <모노노케 히메>




 <모노노케 히메>를 비롯하여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지브리 애니메이션들이다. 이는 세계적인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로, 동물 형상을 한 귀여운 혹은 괴상한 괴물들, 웅장하며 아름답게 반짝이는 숲, 하늘을 날아다니는 무언가, 강인한 여자 주인공 등이 단골 모티브로 등장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요소들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도대체 어떤 힘이 있길래 우리를 이토록 끌어들이는 것일까? 나는 여기서 바로 '신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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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까지 우리는 현대의 다양한 매체로부터 많은 신화적 요소를 차용해왔다. 그 중에서도 가장 근원이 되는 것이 바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이다. 그 관계는 대립이 될 수도 있고, 함께 공존할 수도 있다. 이때 <모노노케 히메>는 자연을 숭배하는 애니미즘과 자연을 파괴하고 새로운 문명을 개척하려는 인간의 이기심이 모두 나타나는 영화이다.


이 애니메이션에는 크게 세 인물
각기 다른 신화적 상징을 띠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ama.png▲ 왼쪽부터 아시타카, 산(모노노케 히메), 에보시
 

에미시의 차기 족장 아시타카  : 아이누 신화 


 "모로, 숲과 자연이 안 싸울순 없어?"

"시시가미는 죽지 않았어! 시시가미는 생명 그 자체니깐!"


 에미시 부족 왕가의 피를 이어받은 소년, 아시타카는 따뜻한 마음을 지녔으며 자연과 죽음의 섭리에 대하여 잘 알고 있다. 산(모노노케 히메)이 자연을, 에보시가 인간의 문명을 상징한다면, 아시타카는 인간과 자연의 싸움 중재자로 볼 수 있다. 이때 아시타카가 사슴신, 시시가미의 죽음에 대해 보는 자연관에 따르면 삶과 죽음은 완전히 분리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는 삶과 죽음을 곧 하나로 보는 신화적 사상, 미야자키 감독이 영화를 통해 추구하는 메세지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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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타카가 속해있는 에미시족을 살펴보자. 에미시족은 일본 고대의 신석기 문화의 꽃을 피운소수 민족인 아이누족으로 유추할 수 있다. 일본 내에서 아이누는 에미시, 에비즈, 에조 등으로 불리며, 현재는 일본의 차별과 억압에 의하여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빼앗긴 채 살아가고 있다. 이때, 아이누는 야수신, 즉 거대한 짐승신을 숭배했는데, 이 야수신들이 각각 하나의 산을 담당하고 있다고 믿었다. 이에 영화에서는 흰 들개(모로), 멧돼지(옷코토누시), 원숭이(성성이), 사슴신(시시가미)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이누족에게는 흰 개의 자손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일본의 옛 기록에 따르면, ‘관녀 유아나이는 그녀가 있는 곳으로 다가온 흰 개의 정(情)을 얻었다.’라고 한다. 이에 아이누에게는 인간과 늑대가 혼인한 이야기, 흰 개가 인간에게 시집와 아이를 낳았다는 이야기 등이 전해졌는데, 흰 들개 신, 모로에게 길러진 산(원령공주)는 아이누족에게 있어 전해져 내려왔던 여신 중 하나가 아니였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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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속에 등장하는 사슴신, 시시가미 또한 신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모습으로, 만물의 삶과 죽음을 주관하는 신으로 그려진다. 이때 하늘을 뻗어 길게 솟아난 사슴의 뿔은 인간과 하늘을 잇는 통로인 우주목으로 볼 수 있다. 때문에 도깨비인 코다마들이 사슴신을 향해 숭배하는 모습은 우주목을 통해 하늘로 승천하고자 하는 인간들의 영혼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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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같은 사슴신은 일본의 아이누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는데, 이는 사슴 뿔을 형상화한 신라시대의 금관과 우리나라의 고전동화나 설화에서 사슴이 인간을 돕고 의로운 동물로 등장해온 것을 통해 알 수 있다. 나아가 서양의 신화에도 영향을 주었는데, 유럽에서는 수사슴의 뿔을 생명의 나무와 같은 초자연적인 존재로 여겨 다양한 현대 매체에서 영적인 이미지로 묘사되고 있다. 영화 <나니야 연대기>의 사슴인간, <해리포터> 속 주인공 해리포터가 보는 아버지의 형태를 신이한 빛을 내뿜는 하얀 수사슴으로 표현하는 것 등을 통해 알 수 있다. 


 흰 들개 신의 딸 산 (모노노케 히메) 
 

"죽는 것 따윈 두렵지 않아! 인간을 쫓아내기 위해서라면 목숨따윈 필요없어!"


 그렇다면 주인공 산(모노노케 히메)의 신화적 요소는 어디서 온 것일까? 먼저 ‘원령(모노노케)’이란 산 사람을 괴롭히는 생령을 말하는데, 일본에서는 생전에 원한을 품고 죽은 귀족이나 왕족이 사후에 재앙을 일으키는 것을 막으려고 신으로 모시는 관습이 있었다고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산에게 '모노노케 히메'라는 이름을 붙인 까닭을 알 수 있다. 산은 들개에게 길러진, 즉 인간에게 버림받은 일종의 희생제물로서 ‘원령’을 대표하는 여성인 것이다. 또한 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점에서 신화의 ‘기아’ 모티브인 영웅성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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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모노노케 히메)의 외형적인 모습을 통해서도 샤머니즘 신화를 차용했음을 알 수 있다. 그녀는 항상 바람과 같이 빠르게 흰 개를 타고 숲을 달리는데, 이는 삶과 죽음의 세계를 통과하는 것을 의미하며, 신화적 용어로서는 이를 지하여행이라고 부른다. 즉, 산(모노노케 히메)은 지하세계와 천상세계를 잇는 교통로의 역할하는 인물인 것이다. 또한 그녀는 항상 동물의 가면과 늑대의 가죽을 둘러매는데 이는 샤먼의 표식이며, 그녀가 동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 또한 자연신들의 은총을 받은 존재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타타라 마을의 여성 지도자 에보시


"우리의 병을 두려워 하지 않고, 썩은 살을 씻기고, 붕대를 감아주셨지."

"에보시 님은 팔려나온 여자는 다 데려오시니 말이야. 맘이 좋은 분이야."
 

 에보시는 타타라 제철소 마을의 지도자로 소외된 여성들과 나병환자들을 돕는 인정 많은 여성이다. 그녀는 타타라 마을을 이끌며 모두가 살기 좋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자신의 마을을 지키기 위해 용감히 맞서 싸운다. 이와 같은 그녀의 모습에서 모성성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어머니의 역할을 하는 대지모신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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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은 제철소 마을인 타타라와 대지모신으로 보는 에보시의 필연적인 관계가 나무와 흙의 상극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나무와 흙은 상극관계이며, 이것이 이들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을까? 


 고대부터 일본에서의 토신은 대장장의 신, 타타라 마을의 사람들이 모시는 신으로 여겨졌다. 흙의 일종인 사철을 녹여 제련하기 위해서는 불이 필요했다. 하지만 불을 지피기 위해서는 나무를 베어야만 했고, 이는 결국 나무와 흙의 상극을 가져오게 된 것이다. 때문에 영화 속의 타타라 마을 사람들은 풍부한 사철을 얻음으로써, 자신들의 문명 개척을 위하여 토신, 대장장이의 신을 모시는 것이다. 이때 예부터 대장장이의 신은 ‘가나야코’ 라 불리는 여신이었다고 전해진다. 이를 미루어 보아 에보시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믿고 따르는 존재, 즉 대장장이의 신인 ‘가나야코’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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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노케 히메> 뿐만 아니라 영화 <아바타>, <천공의 성 라퓨타>, <매트릭스>와 같은 영화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이 영화들은 인간과 자연, 자연을 파괴하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 인간의 이기심과 자연의 섭리. 이 충돌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신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옴으로써 재해석, 재생산해내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영화들을 통해 여전히 어려운 숙제인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공존해나가야 하는지를 풀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들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모습을 아름답게 제시해주는 것이 아닐까.





[참고자료]

<네이버 지식백과>

김윤아 - 미야자키 하야오의 일본 신화 3부작
박규태 - 에니메이션으로 보는 일본 - 소녀와 마녀 사이
 
<위키백과>

미야자키 하야오
<도서>

표정옥 - 현대 문화와 신화
<이미지, 동영상>

구글, 네이버 검색



[박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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