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프리다 칼로 - 절망에서 피어난 천재 화가 展

글 입력 2015.06.30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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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공원 내 소마미술관에서 열린 프리다칼로 전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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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 미술관은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전시 구성이 알차게 되어 있었다.
미술관에 3시 20분쯤에 입장했는데, 4시부터 작품 설명이 진행된다고 해서
오디오 가이드를 들을까 말까 하다가, 결국 안 하고 그냥 보기로 했다.
미술관에 가면 항상 하게 되는 고민이 오디오 가이드를 들을지 말지 인것 같다 ㅋㅋ


프리다 칼로 전은, 멕시코 화가들의 작품 수집가인
겔만 부부의 컬렉션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프리다 칼로의 작품 전시로는 국내 최초라고 했다.
사진 촬영 금지인 관계로 전시실 내부나 작품 사진은 거의 찍지 못했다.
하지만 일부 전시실에서는 플래시 없이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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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6전시실로 구성되어 있는데 1-2전시실에서는 프리다 칼로와
그녀의 남편 디에고 리베라의 생애를 보여주는 연표와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을 볼 수 있었고
3-6 전시실에는 두 화가가 그린 작품들과, 칼로의 사진,
그리고 멕시코 화풍을 볼 수 있는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실을 둘러보다가 4시부터 설명을 듣기 시작했다.
핵심만 요약하자면,
프리다 칼로의 인생의 두 번의 결정적 사건이 있었는데
하나는 전차 사고로 인해 평생 육체의 고통을 감당해야 했던 일,
또 하나는 디에고 리베라를 만난 일이라고 한다.


선천적인 소아마비로 인해 이미 몸이 불편한 상태였던 칼로는
 18살 때 전차 사고로 인해 몸 여러 부분이 골절되고
쇠파이프가 허리부터 자궁까지 관통하는 (이 부분에서 정말 소름 돋았다ㅠ)
큰 부상을 입게 되어 평생을 불편한 몸을 이끌고 살아야 했으며,
총 32번에 걸친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디에고 리베라와 결혼 후 임신을 원했지만 3번의 유산을 하게 된다. 


그리고 21살 연상의 남편 디에고 리베라와의 만남 이후로,
그녀는 평생을 천국과 지옥을 반복해서 드나든 듯 하다.
(천국이라고까지 표현하기에는 그녀의 삶이 훨씬 비참했겠지만 말이다.)
디에고 리베라는 그 당시 멕시코의 벽화를 그리는 매우 유명한 화가로,
정치적인 색깔이 짙은 벽화를 반복적으로 그려 곤란에 처하기도 하는 등
정치 활동이 활발하고, 바람기가 굉장히 심했다.


연표를 보니 그는 프리다 칼로를 만나기 전에도
이미 3~4(?)명의 애인이 있었고
그 중에는 자식을 낳은 경우도 있었다.

그는 프리다 칼로와 연인으로 발전하고 얼마 뒤
또 다시 바람을 피우기 시작하고,
칼로는 심한 마음 고생을 했을 텐데도 끝내 그를 버리지 못했다.

남편이 정치 관련 시위에 참여하면
자신도 아픈 몸을 이끌고 같이 참여하고,
남편이 공산당에서 탈당되자 자신도 자진 탈당하는
아내로서 내조를 많이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치적인 그림을 많이 그린 리베라와 달리,
칼로는 자신의 내면이나 상황을 드러내는 그림을
주로 그렸으므로 정치색은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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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비참한 상황을 견뎌내기 위해서
칼로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조용히 앉아 만신창이가 된 자신의 내면을
예술적 표현으로 승화시키는 일이었을 것이다.

육체의 고통과 남편의 행동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은 그녀를 비운의 화가로 만들었지만
그녀만의 독특하고 심오한(?) 작품세계가
탄생하도록 한 강력한 원동력이기도 했다.


 
칼로의 리베라에 대한 복잡한 마음을 보여주는 그림들이 몇 점 있었는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두 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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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ove Embrace of the Universe,
the Earth (Mexico), Diego, Me and Señor Xólotl

성모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안고 있는 듯한 도상을 따 와
자신이 디에고 리베라를 품고 있는 듯한 모습을 그렸다.
달과 해는 자신과 리베라를 상징하며,
서로에게 끌리지만 가까워질 수 없는 관계를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애증의 관계..)


Diego on My Mind (Self-Portrait as Tehuana)

자신의 이마에 리베라를 새겨 넣고,
그 주위로 거미줄처럼 보이는 수많은 선들이 연결되어 있는데,
이것은 남편의 평소 행적을 살피고 그를 붙잡아 두고 싶어하는 마음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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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전시회에서는 내가 원래 알고 있었던 프리다 칼로의 그림들은
자화상과 정물화 몇 점을 제외하고는 별로 없었다.
고통을 많이 겪은 만큼, 그녀의 작품들 중에는
잔혹하고 적나라한 느낌을 주는 작품들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를 들면 유산을 경험한 후의 절망감과 수치스러움을
표현한 그림이라던지.. 따로 그림을 첨부하지는 않겠다.)


그런데 그런 작품들은 전시실에 없어서 살짝 아쉬웠다.
겔만 부부가 그런 그림을 굳이 돈을 주고 사고 싶지는 않았을 테니
없는 게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끝없는 아픔과 좌절을 겪으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홀로 그림을 그리며
아픔을 예술적 표현으로 승화시킨 프리다 칼로.


설명을 듣지 않고 그냥 감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만큼 심오한 작품들이 많았지만,
그녀의 일생을 생각하면 충분히 그럴 수 밖에 없다고 느껴졌다.
내면의 아픔과 분노를 그림으로 표출하고,
그런 과정으로부터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었기에
그녀가 끝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독특한 작품세계에 매료되면서도,
다 보고 나니 뭔지 모를 안타까움과 씁쓸함이 느껴지는 전시회였다.




아트인사이트



[박한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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