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소개] 김동률 교수의 음악 여행 에세이 인생, 한 곡

글 입력 2015.06.2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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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 교수의 음악 여행 에세이
인생, 한 곡
 


인생한곡.jpg
 
김동률 지음 | 권태균, 석재현 사진


“그때 그 노래엔 우리의 인생이 있었다”
역사의 현장에서 예술가의 도시까지
명곡의 자취가 깃들여 있는 현장을 찾아 떠난다


폭주 기관차처럼 정신없이 달리다 문득 삶의 반환점에 닿아 허망해 하는 중년을 위한 음악 여행을 떠난다. 김동률 서강대 교수와 권태균 전 신구대 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두 교수는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노래들을 찾아 배경이 된 장소를 여행하면서 노랫말을 음미하고 그 안에 담긴 스토리를 유려한 글과 사진으로 풀어낸다. 김 교수는 오랫동안 주요 일간지 기명 칼럼을 통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으며 특히 그의 에세이는 창작과비평 출판사의 고등학교 교과서에 게재되어 있다. 이 책은 두 교수가 함께 여행하면서 음미한 노래를 모으고 각각의 노래가 탄생한 장소에 관한 얘기를 곁들어 엮었다. 시대를 키우고 이끌며 지금도 성장해온 책 속 가객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이야기로 대체된다.





시대를 관통하는 노래는
어떻게 우리 삶을 위로하는가?


결혼 후 열댓 번 정도 쌌던 이삿짐 속에서도 김동률 교수가 빼놓지 않고 챙기는 것이 있었다. 비싼 것도 귀한 것도 아닌, 바로 중고교 시절 배웠던 서너 권의 빛바랜 ‘음악 교과서’였다. 그는 말한다. 음악책을 넘기면 그 속엔 자신의 십 대가 고스란히 살아온다고. 그리고 그때처럼 선명한 그 음률들이 자신의 고단한 삶을 위로해준다고 말이다. 그는 어떤 노래건 노래에는 삶을 어루만지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그런 그가 지금의 허리 세대 한국인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던 빼어난 명곡들을 찾아 나섰다. 폭풍 같은 청춘기를 지내고 삶의 신산함을 겪은 중년들에게 노래가 주는 위로는 인생의 깊이만큼이나 깊고도 넓다. 그는 그 노래들 위에 자신만의 감성과 통찰을 더함으로써 노래 한 곡이 우리 인생에게 건네는 이야기에 주목한다.


그리고 오늘 책을 내면서 보통 사람에게 오랫동안 감동을 주는 늙은 노래가 많이 불리는 사회가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임을 문득 깨달았다. 인생도, 청춘도, 꿈도 노래와 함께 간다. 맞다, 열아홉 순정은 황혼 속에 슬퍼지고 얄궂은 노래와 함께 세월은 간다. 이 책은 삶의 신산함을 겪은 이 땅의 중년에게 바치는 소박한 헌사다. - 서문 중에서 -


《인생, 한 곡》은 김동률 교수가 권태균 교수와 함께 여행하면서 음미한 20곡의 노래를 책으로 묶고 각각의 노래가 탄생한 장소에 관한 얘기를 곁들인 음악 여행 에세이다. 두 사람은 시대를 관통하는 노래들의 배경이 된 장소를 찾아 노랫말의 행간을 나란히 거닐며, 노래가 탄생한 배경과 의미, 당시의 시대 상황과 비하인드 스토리, 그 시절 청춘들의 낭만과 사랑, 그리고 각각의 노래가 이 땅에 미친 영향을 탐색한다. 노래는 명곡의 반열에 오른 대중가요로 지금도 회자되거나 리메이크되는 곡들이 대상이 된다.

김 교수는 치밀하면서도 유려한 문체로 사람들의 근원적인 내면을 건드려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권 교수는 오랫동안 한국의 문화와 역사의 사진적인 접근에 관심을 갖고 있는 당대 최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다. 두 사람은 한 시대의 삶을 노래를 통해 반추함으로써 같은 세대에게는 추억과 동질감을 주고, 젊은 세대에게는 그 노래들이 보통 한국인에게 던지는 귀한 감동과 교훈을 전해준다.



우리 삶을 웃고 울게 하는
대중가요의 마력


절절한 서러움이 묻어나는 <봄날은 간다> 같은 명곡을 듣고 있으면 우리는 “심금을 울린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대중가요는 아주 미묘하게 우리의 마음을 휘젓고 또 달랜다. 우리의 정서에 아주 긴밀히 맞닿아 우리 삶에 관여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대중가요에 대한 우리의 시선은 여전히 이중적이다. 브람스나 바흐 음악 같은 클래식은 위대한 것으로 인식하지만 정작 자신의 슬픔을 달래주는 대중가요에 대해서는 내려다보는 이른바 미적 야만주의(aesthetic barbarism)에 사로잡혀 있다. 김 교수는 대중가요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감정의 풍요와 인생의 교훈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조명함으로써 음악에는 계급이 없음을 강조한다.

《인생, 한 곡》에 수록된 20곡의 노래들 중에는 열병처럼 지나온 젊은 날의 사랑과 그리움이 녹아 있는 곡들이 많다.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어서 생각하라고 속삭이는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를 비롯하여 마음 한 켠에 남아서 가끔 슬퍼지거나 외로워질 때 덕수궁 돌담길과 함께 맴도는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 같은 노래들은 가버린 젊음과 사랑을 추억하며 묵직한 그리움에 젖게 한다.


서른을 많이 넘지 않은 사람들은 노랫말이 주는 의미를 알아채지 못한다. 그러나 서른 즈음 사랑에 내동댕이쳐져 뜨거운 순대국밥을 허겁지겁 먹어본 사람은 안다. 그리고 서른을 훌쩍 넘긴 사람들은 <서른 즈음에>가 주는 그 슬프고도 시린 마음에 잠을 뒤척인다. 노래를 듣기 전에는 치기 어린 사랑 투정이라 지레짐작했을 그 노래가 얼마나 가슴을 치는지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다. _머물러 있는 청춘은 없다 <서른 즈음에∖김광석> 중에서


또한 이 책에는 청춘을 내던지고 격동의 시대를 외면하지 않았던 숱한 노래들이 담겨 있다. 절제된 감정과 차분한 어조로 우리 시대의 현실과 핍박받으며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슬픔을 노래한 정태춘의 <북한강에서>, 깨어진 보도블록을 던지며 “산 자야 따르라”를 목 놓아 외치게 했던 김종률의 <임을 위한 행진곡>, 여성 보컬과 건반의 경쾌한 연주와는 대조적으로 여공들의 단조롭고 고통스러운 삶을 노래한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사계>를 통해 이 책은 대중가요가 한국인들의 시대정신(zeitgeist)과 어떻게 호흡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사계>를 듣는 순간만큼은 그 시절 벌집에서 살았던 사람들에 대해 한없는 연민과 함께 예의를 차려야 한다. 겸손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가족의 미래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이 땅의 많은 누나, 여동생들이 흘린 회한과 고독의 눈물에 대해 우리는 오늘 말을 아껴야 한다. _역사에 내던진 청춘을 위로하다 <사계∖노래를 찾는 사람들> 중에서



우리 시대를 함께한 대중가요 속에는 이처럼 사랑도, 이념도, 청춘도, 그리고 인생도 녹아 있다. 이런 노래가 우리 인생에 던지는 의미를 들여다보면 그 속에 과거를 지나 우리가 앞으로 내디뎌야 걸음이 보일 것이다.



명곡으로 만나는
인간 본연의 노스탤지어


지금의 중년들은 살면서 많은 것들을 떠나보냈다. 젊은 시절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냈고, 철들어서는 일하러 또 공부하러 고향을 떠나왔으며, 지금은 흘러가는 시간을 떠나보내고 있다. 그래서 《인생, 한 곡》에는 그리움을 향한 곡들이 많다. 사랑했던 사람이 보고 싶고, 두고 온 가족과 고향이 가슴에 사무치도록 간절하고, 지나온 청춘이 그립다. 이 책은 그리운 대상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인간적인지를 노래 한곡 한곡에서 보여준다. 그리고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는 중년의 고독을 위로하는 한편 또 다른 용기를 건넨다.


마음은 아직 ‘연분홍 치마가 휘날리는 봄날’에 서성거리고 있는데 시간은 어김없이 사람들을 한 해의 끝자락으로 야멸차게 세워두고 있다. 떠나보내지 못할 미련과 안타까움이 남아 있지만 우리는 언제나 ‘나뭇잎이 우수수수 떨어지는’ 이 가을을 뒤로하고 떠나는 한 해를 보낼 채비를 서둘러야 한다. _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오빠 생각∖박태준 최순애>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봐도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뿐이고, 무엇을 할 것인가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모두가 돌아앉았지만 우리는 떠나야 한다. 동해 바다로 삼등삼등 완행열차를 타고 떠나야 할 때다. 노래 <고래사냥>은 우리더러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 잡으러 떠나라고 부추긴다. 그러나 고래는 삶에 찌들린 저마다의 가슴에 숨 쉬고 있다. _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는 그대 가슴에 <고래사냥∖송창식>


이번 기획을 위해 10여 년 가까이 함께한 김 교수와 권 교수는 강원도 비무장 지대에서부터 완도 앞바다 외로운 섬 노화도까지 오지 여행을 하며 고향을 떠나온 한국인들에게 추억을 남겨주었다. 이 책은 두 교수가 노래를 찾아 함께했던 전국 곳곳의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두 사람은 부산 오뎅과 단팥죽을 나눠 먹으며 유쾌하게 국제시장 골목을 거닐었고, 정지용의 <향수>로 도배가 되어 있는 옥천에 머물며 함께 문인을 기억했다. <물레방아 도는데>를 위해 경남 하동 금오산 자락에 안긴 성평리를 찾았을 때는 물레방아 터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모습 앞에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도 했다. 그런 권태균 교수가 답사를 다녀온 이틀 뒤 2015년 1월 한마디 남기지 않고 심장마비로 이승을 떠났다. 하지만 두 벗이 함께 우리의 노래를 따라 거닐며 나누었던 수많은 이야기들은 글로, 또 사진으로 남아 있다. 지금은 그의 뒤를 이어 저명 사진작가 석재현 대구미래대 교수가 함께한다.
이처럼 노래에는 우리의 인생이 있다. 이 책은 그 인생에 대해 말하고 있다.





차  례


서문_ 늙은 노래를 위한 찬가


1장. 노스탤지어, 그리움의 노래

열병처럼 지나온 젊은 날의 기억 <광화문 연가∖이문세>
그대, 고향에 다시 못 가리 <물레방아 도는데∖나훈아>
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오빠 생각∖박태준> 
참하 꿈엔들 잊힐 리야! <향수∖정지용>


2장. 청춘의 그늘, 음악이 되다

머물러 있는 청춘은 없다 <서른 즈음에∖김광석>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는 그대 가슴에 <고래사냥∖송창식>
묘지 위에 붉게 타오르는 태양 <아침이슬∖김민기>
얄궂은 노래 속에 인생도 간다 <봄날은 간다∖백설희>


3장. 슈퍼스타의 탄생, 낭만을 노래하다

낭만은 아득하고 추억도 세월 속에 야위어간다 <낭만에 대하여∖최백호>
첫 키스는 왜 늘상 골목길에서만 이루어졌을까? <골목길∖김현식>
기쁜 일이면 저 산에, 슬픈 일이면 님에게 <세노야∖김광희>


4장. 불멸의 시대에 바치다

그의 노래에는 설움에 쩐 소주 냄새가 난다 <북한강에서∖정태춘>
병든 장미는 뙤약볕에 시들어간다 <부용산∖안치환>
금순이도 늙었고 국제시장도 남루해져간다 <굳세어라 금순아∖현인>
울어주던 산새 소리에 애간장만 타들어간다 <칠갑산∖주병선>
역사에 내던진 청춘을 위로하다 <사계∖노래를 찾는 사람들>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임을 위한 행진곡∖김종률>


5장.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다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 것 <세월이 가면∖박인희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가고 싶다 <한계령∖양희은>
<긴긴날의 꿈, 저 동백처럼 붉었다 <돌아와요 부산항에∖조용필>
한 사람, 삶, 人生을 보내며_ 오, 장려했으니 우리 시대의 작가여


[오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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