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연극 배우의 쓸쓸한 죽음, 예술인 복지법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문화 전반]

글 입력 2015.06.28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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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돌들의 생활은 화려하다. 수많은 팬들의 대포 카메라 세례를 받고, 기자들도 끊임없이 기사를 올려주며 소속사에서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포털 사이트의 메인에는 예쁜 아이돌의 셀카 사진이 올라와있다. 추천수는 300을 넘어가며, 시기 질투하는 댓글들도 있지만 대개가 칭찬글이며, 부러움이 가득 담긴 글들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는 일부 아이돌에 불과했다. 얼마 전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에서 걸그룹 타히티의 멤버, 아리에 대한 방송을 내보낸 적이 있다. 아이돌 가수 딸을 두었지만 4년간 수입이 0원이었다는 아리. 필자 또한 타히티라는 그룹은 들어보았지만 한 번도 이들의 노래를 들어본 기억은 없었다. 방송에서 나온 바에 따르면, 이들은 죽 한 그릇을 몇 명이서 나누어먹고 연습을 계속한다. 언젠가 스포트라이트가 자신에게도 비추어질 것이라 기대하면서, 연습실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과정을 계속해나간다.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지만 주어진 길이 그 길 뿐이라고 생각해서 그런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실제로, 냉혹한 현실은 이를 사실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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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연극배우 김운하씨가 고시원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사망의 주요 원인은 지병이라고 하지만, 사실상의 원인은 생활고에 있었다. 고시원이라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 배우의 특성상 뚜렷한 수입도 없이 하루하루를 살다가, 그렇게 세간의 관심 밖에서 고요히 사라진 것이다. 대중들은 톱스타들의 사생활과 트위터, 인스타그램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하지만 원래 연예사업은 인기가 수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왜 톱스타만 찾느냐'라고 대중을 탓할 수도 없다.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잘 사는 연극배우들도 많은데, 고 김운하씨가 부족해서 이런 일을 겪을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전혀. 말도 안된다. 우리는 구조에 주목해야한다. 근본적 구조를 고치지 못한다면 비극은 완벽히 해결되지 못할 것이다. 실제로 예술인의 생활고에 대한 사회적 이슈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1년에는 시나리오 작가 고 최고은씨가 생활고로 인해 숨진채 발견되면서 2012년, '최고은법'이라고도 불리는 '예술인 복지법'이 시행되기 시작했다. 이번에 숨진 고 김운하 배우는 활동이 없는 배우가 아니었고, 몇 달 전에만 해도 연극에서 중요한 조연 역할을 맡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활고에 시달렸던 것이다. 


지난 24일 방송된 CBS FM '박재홍의 뉴스쇼'에서 있었던 서울연극협회 임선빈 사무국장과의 인터뷰 내용에 의하면 연극배우들은 작품당 50만원 정도의 수입이 발생한다고 한다. 1년에 3편의 연극을 한다고 해도 150만원의 수입이 생기는 것이다. 사실상 생활 유지가 불가능하다. 흑자는 커녕, 적자만 커질 뿐이다. 또한 임선빈 사무국장은 예술인 복지법이 보편적 복지가 아닌 선별적 복지라는 점에 주목하였다. '예술인'에 속하는 사람들에 대한 자격 요건을 만들고, 예술인에 대한 파악이 명확히 이루어지지 않아서 사실상 지원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낭만이 깨진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예술인에게 예술은 직업이고, 일이며, 생계의 수단이다. 돈이 없다면 예술도 멈출 수 밖에 없다. 물론, 돈이 없는 상황에서도 예술을 해 나간 사람들에 대한 찬사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비용에 대한 지원도 없으면서 작품만 기대하는 것은 우리의 욕심일 뿐이다. 얼마 전, 우연한 기회로 합정역 근처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게 된 한 여성 미술 작가분은 홍대가 핫플레이스로 등극하고, 합정역까지 강력한 상권 지역으로 등극하면서 많은 갤러리들이 없어지고 예술가들이 설 자리를 잃어 문래동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죠. 예술가는 가난하잖아요. 비교적 낙후된 지역이더라도 가야지 어떡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치부해버리면 그 이상의 해결은 불가능하다. 예술인 복지법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시급하며, 정책에 대한 보충이 필요하다. 좋은 작품을 기대하는 만큼 예술가의 생활에 대한 관심과 고려가 필요하다. 


[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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