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특집] Amuse in Play : 맹진사댁경사 (오영진作)

글 입력 2015.06.24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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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use in Play! : 맹진사댁경사
 
 
글,편집 - 서 지 예 (ART insight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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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립무용단 대표 레퍼토리 '맹진사댁경사' , 2008)

오늘은 정통희극요소를 가득 품은 즐거운 작품입니다! <맹진사댁경사>는 교과서에도 실려있는 작품인지라, 한 번쯤은 들어보신 적이 있으실 거예요. 하지만 의외로 희곡 전문을 접하신 분들은 조금 적더라구요. 오래된 작품이지만 매력 있는 인물들도 꽤 등장하고 대사들 또한 시원시원하답니다! 그 매력들을 느껴보기 위해 함께 맹진사댁의 경사를 보러 가 봅시다!
 
 

 
 
<시놉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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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명동예술극장 '맹진사댁경사' 공연)
 
맹진사는 판서댁 아들 미언을 사위로 맞고, 김판서댁과 사돈이 되려 대감 집에 다녀왔다. 맹진사의 딸 갑분과 미언의 혼인이 거의 결정되었지만, 맹진사는 미언의 얼굴은 한 번 보지도 않은 채 세도가와의 혼인에 그저 신이 나 있다. 하지만 그 후 맹진사의 집에 잠시 머물게 된 선비의 말이 김판서댁 미언이라는 자는 병신으로 한쪽 다리를 저는 절름발이라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맹진사와 갑분의 어미는 어찌할 줄 모르고 발만 구를 뿐이다. 한편, 갑분과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 온 몸종 이쁜이는 갑분의 혼인 소식을 듣고 갑분과 헤어지지 않기를 바라며 신령님께 기도한다. 그런 이쁜이를 보고 묘책을 생각해 낸 맹진사는 갑분이를 숨기고 이쁜이를 혼인시키려 한다. 이쁜이를 좋아하는 종 삼돌이는 반발하지만 이내 혼인날이 되고, 이쁜이는 갑분이인 척 초례를 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때에 말을 타고 등장한 미언은 절름발이는 커녕 너무나도 잘생긴 사내였다. 미언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 줄 아내를 맞고자 자신이 절름발이라는 소문을 꾸며낸 것이였다. 미언을 본 맹진사는 숨겨놓은 갑분이를 다시 데려오기 위해 삼돌이에게 갑분이를 데려오면 갑분이와 혼인시켜주겠다 약속하지만, 미언과 사돈집의 재촉에 이쁜이는 그대로 미언과 초례를 올리게 된다. 첫날밤 이쁜이는 모든 것을 실토하지만, 이미 전부 알고 있던 미언은 이쁜이를 사랑스러운 아내로 맞이한다.
 
 

 
 
<주요인물>
 
 
    맹진사 : 돈으로 벼슬을 사 진사가 된 남자, 허영심이 넘치고 잔꾀가 많다.
    맹노인 : 맹진사의 아버지, 연세가 많아 말을 잘 못알아듣는다.
    맹효원 : 맹진사의 숙부, 비교적 바른 인품을 지닌 맹가네 사람
    한씨 : 갑분의 어머니, 맹진사의 아내이지만 속으론 맹진사를 무시한다.
    갑분 : 맹진사의 딸, 절음발이에게 시집갈 바에야 죽겠다고 이야기하는 철부지.
    미언 : 김판서댁 아들, 잘생기고 똑똑한 사내
    이쁜이 : 예쁜 외모와 진정한 사랑을 믿는 맹진사댁 여종
    삼돌이 : 맹진사댁 종으로 이쁜이를 좋아한다.
    김명정 : 김판서댁 사촌
 
 
 

 
 
 
오영진.jpg

 
극작가ㆍ시나리오작가ㅣ오영진 (1916-1974)
 
오영진 작가는 대학 시절 '영화예술론'이라는 논문 발표를 시작으로 문단에 데뷔하셨어요. 작가님은 영화에도 많은 흥미를 가지고 계셨는데, 그 이유가 당시 민족계몽을 위해서는 영화가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셨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선생님은 동경으로 건너가 영화작가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셨다고 해요. 오늘 소개하는 희곡 <맹진사댁경사>도 원래는 1943년 4월 발표전에 시나리오로 발표가 되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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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집가는 날' 中 한 장면)

이 작품은 1943년, <맹진사댁경사>가 연극으로 발표된 이후에 또 다시 <시집가는 날> 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발표되었어요. 이 영화로 오영진 작가님은 아시아영화제의 최우수희극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영화평론과 시나리오로 한국영화 발전에 기여하신 선생님은 <종이 울리는 새벽>, <심청> 등의 우수한 시나리오를 남기셨고, <살아 있는 이중생각하>, <허생전>등의 여러 희곡작품도 남기셨어요.
 
선생님의 처녀작은 <맹진사댁경사> 바로 전 작품인 <배뱅이굿>이란 작품인데요, 1942년 발표된 작품이에요. <배뱅이굿> 과 <맹진사댁경사> 를 연달아 발표하시며 당시 희곡작가로 각광을 받기 시작하셨죠. 이외에 많은 작품활동으로 좋은 작품들을 많이 남겨주셨지만, 한때 선생님께서는 민족지도자들의 영향을 받아 조선인학도지원병제에 반대해 일본경찰들에게 피검되기도 했고, 광복 직후 정치운동을 벌이던 '항일반공투사'이셨어요. <맹진사댁경사>가 쓰여진 배경도 1943년 일제시대 말기였는데, 이 시기에는 민족적 요소들이 사라져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 시기에 한국 전통적인 소재에 주목하고 작품을 만드셨다는 점은 지금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답니다. 그리고 작가님 말년에는 반일ㆍ반공작품을 집필하시기도 하셨고, 그 밖에 병원에 입원해 계시는 동안에도 <며느리>, <누나>, <부부>, <섹스> 등의 사이코드라마로 희곡 창작에 계속해서 힘쓰셨답니다.
 
오영진 작가님 작품은 대게 희극적으로, 어리석음이나 물욕을 비웃고 꾸짖는 경향을 띄고 있어요. 또 확실한 한가지 특징은 작품의 소재를 주로 전통적인 민담이나 고전소설에서 많이 가져오신다는 점인데요. <맹진사댁경사>도 민담에서 소재를 골라 오셨습니다. 바로 '뱀서방'이야기예요. 이 민담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봅시다!
 
 

 
 
<구렁덩덩 신선비>
 
어느 마을에 아이를 낳지 못하던 부인이 있었어요. 부인이 나이가 들도록 아이가 생기질 않아 희망을 잃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강가에서 빨래하던 부인 앞에 개울물을 타고 떠내려온 오이가 보였습니다. 그리고 부인은 그 오이를 개울에서 건져 먹었답니다. 그런데 그 이후 너무나 신기하게도 부인에게 아기가 생기게 되었어요. 부인은 기적 같은 일에 기뻐하며 아이를 출산하였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모습을 본 부인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 출산한 아이를 보니 사람이 아닌 구렁이였던 것입니다. 부인은 구렁이를 보고 놀랐지만,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이라 생각하고 삼신할머니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구렁이를 돌보아 키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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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의 이웃집에 살던 세 명의 자매는 구렁이를 보게 되는데, 첫째와 둘째는 부인이 구렁이를 낳았다고 못마땅해 했지만 셋째는 구렁덩덩 신선비를 낳았다고 하였어요. 그 말을 들은 구렁이는 부인에게 셋째와 혼인을 하고 싶다 이야기했어요. 부인은 구렁이가 조르자 자매들의 집에 찾아가 구렁이와 혼인해주겠느냐 물었죠. 첫째와 둘째는 혼인이야기가 나오자 기겁을 하며 처녀로 늙어 죽었으면 죽었지, 구렁이와 혼인은 하지 않겠다고 대답했어요. 하지만 셋째는 운명을 받아들이겠다며 구렁이와의 혼인을 결정했답니다. 구렁이는 매우 기뻤어요.
 
드디어 혼인을 한 셋째와 구렁이는 첫날밤을 맞았답니다. 구렁이는 신부에게 간장독, 밀가루독, 그리고 물독을 준비해달라고 한 뒤 그 독들을 통과했어요. 그러자 구렁이 허물을 벗고 신선같은 미남자 신선비로 변했습니다. 그들이 꿀같은 밤을 보내고 아침이 오자 신선비는 다시 구렁이로 변해있었어요. 낮에는 뱀, 밤에는 사람으로 변하기를 반복하고 둘의 행복도 깊어갈 때, 결혼 100일이 지나자 구렁이는 완전한 사람이 되어 허물을 벗었어요. 허물을 벗고 사람이 된 신선비는 과거길에 올랐고, 신부에게 자신의 허물을 주며 "이 허물이 불에 탈 경우에는 자신이 집에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고 영원히 헤어지게 된다"는 말을 해주곤 잠시 길을 떠났습니다.
 
한편 남은 첫째와 둘째는 신선비가 잘생긴 사람이 되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있는 셋째를 질투하기 시작했어요. 셋째가 결혼 후에 신선비가 집을 비웠다는 소리를 들은 자매들은 셋째의 집으로 놀러 가 이야기를 나누며 허물의 비밀을 알아냈답니다. 자매들은 셋째 머리의 이를 잡아주어 잠들게 하고 셋째가 잠이 들자 숨겨 놓은 허물을 찾아내어 불태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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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비가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고 있었지만, 그는 그의 허물이 타는 누린 냄새를 맡고 사라져버렸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신부는 남편을 찾으러 떠났어요. 그리고 그가 있는 곳을 물어물어 남편이 있는 곳을 찾아냈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지하세계에서 새 아내를 맞이하려 하고 있었어요. 자신의 아내가 찾아온 것을 안 신선비는 새로 맞이하려고 했던 신부와 아내에게 내기에 성공하는 사람을 자신의 진짜 아내로 삼겠다고 이야기했어요. 두 여자는 신선비가 부여한 수십 리 빙판길에 굽 높은 나막신을 신고 물 길어 오기, 새들이 앉아 있는 나뭇가지를 새들을 날려 보내지 않고 꺾어오기, 그리고 호랑이 눈썹 빼오기 등 어려운 내기를 했어요. 그리고 마침내 신선비의 부인인 셋째가 내기에서 이기게 되었고, 신선비와 셋째는 행복한 생활을 맞이했답니다.
 
'구렁덩덩 신선비' 설화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에로스와 프시케'로 잘 알려진 이야기와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네요. <구렁덩덩 신선비>는 '뱀서방', '구렁신랑', '구렁덩덩 소선비'등의 이름으로도 불려집니다. 이러한 민담은 변형된 것들이 많아 이야기가 조금씩 다를 수 있으니 그 점은 유의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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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맹진사댁경사 中 맹진사와 맹노인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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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국립극장 '맹진사댁경사' 공연)

<맹진사댁경사>는 한국의 양반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양반들의 권력지향성과 결혼제도의 모순, 그리고 고식적인 인습을 희화화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허욕과 우매성을 드러내면서 한국적인 해학과 웃음을 가져다 줍니다. 이런 점들은 정통희극의 요소로 풍속희극의 작품을 만들어냈어요. <맹진사댁경사>는 사실 3부작 희극 중 하나예요. <배뱅이굿>과 <한네의 승천>으로 이루어 진 3부작은 혼례, 상례, 그리고 제례를 다루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맹진사댁경사>는 혼례를 소재로 다루고 있어요.
 
이 작품의 매력은 '웃음'에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동작도 과장될 뿐만 아니라, 대사도 아주 희극적이고 풍자적이예요. 그리고 이런 점이 독자의 입장에서 아주 속 시원한 통쾌함을 가져다줍니다. 제가 작품을 읽으면서 매력있다고 생각했던 인물들은 '맹노인', '미언', 그리고 '김명정'이예요. 특히나 '미언'은 극후반 이쁜이와의 첫날밤에서 아주 부드럽고 똑똑한, 매력적인 남자의 모습을 한껏 보여줍니다.. 얼마 나오지도 않는데 멋있어요. 여성분들은 아마 깊은 공감을 하실 수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ㅋㅋㅋㅋㅋㅋ 김명정과 맹노인도 매력이 넘치는 인물들이예요. 특히 맹노인은 극에서 웃음을 담당하는 역할이라고 생각될 수 있을만큼 재밌는 장면들을 이끌어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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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전라북도립 국악원 창극단 '맹진사댁경사' 공연)
 
작품을 다 읽어보지않고 제목만 알고 계신분들은 '맹진사댁경사'라는 제목에서 완전 옛날, 지루하고 재미없는 희곡 이라고 인식하실 수도 있어요. 특히나 연령대가 어리고, 사극을 선호하지 않으시는 분들은 더 더욱이요. 하지만, 작품을 읽다보면 이 작품이 자루함과는 굉장히 거리가 먼, 즐거운 작품이라는 것을 아실 수 있을거예요. 가볍게 기분 좋아지실 수 있는, 그리 길지않은 한국작품을 원하는 분들에게 추천해 드리고 싶은 작품입니다.
 
 

 
이 다음으로 <오이디푸스 왕-소포클레스>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글, 편집 - 서 지 예 (ART insight 편집팀)
 
ART in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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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ㅣ구글, 꼭두갤러리
참고자료ㅣ네이버지식백과, 한국연극전사 - 서연호
 

[서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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