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공간과 사람의 향연- 노래하듯이, 햄릿

글 입력 2015.06.12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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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저녁, 친구와 함께 서울역을 찾았다.

 

서울역 너머 그리 멀지않은 곳에 위치한 국립극장은

한 눈에 보기에도 그 선명한 붉은 빛이 눈에 확 들어오는 곳이었다.

 

널찍한 공간을 만들어낸 붉은 컨테이너 사이로 걸어 들어와

연극이 준비되는 곳에 들어왔을 때

생각보다 깔끔하고 현대적인 내부구조가 나를 맞아주었다.

 

이번 문화초대에서 맞게 될 노래하듯이, 햄릿

단순한 연극이 아니라 프레스콜로 진행되는 연극이었다.

 

프레스콜이란 연극이 개시되기 이전에

언론과 다양한 문화단체를 초대하여 극을 소개하고

취재할 수 있도록하는 일종의 시사회와 같은 개념이다.

실제로 연극 중에는

다른 관객들의 관람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의 촬영이 허용되었다.

티켓 대신에 프레스킷이라는 소개 유인물을 받아들고,

극장으로 입장했다.

 

극장은 내가 주로 공연을 즐기던 소극장과는 달리

꽤 널찍한 규모를 자랑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무대의 크기였다.

수레와 같은 소품,

그리고 뒤편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서라도

굉장히 넉넉함직한 무대 위에 배우들이 드문드문 서 있었다.

배우들은 연극이 시작되기 전이었지만

극 중의 어릿광대에 쏙 빠진 듯한 모양새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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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의 줄거리는

죽은 사람의 영혼을 달래주는 어릿광대들이

햄릿의 영혼을 맡게 되어 그를 위로한다는 내용이다.

 

누구나 한번씩은 들어보았을

셰익스피어의 비극 속 햄릿의 이야기.

간단한 줄거리는

왕자 햄릿이 부왕이 죽고난 이후

숙부와 결혼한 어머니 때문에 방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후 햄릿은 아버지의 유령을 만나

그를 죽인 것이 숙부이며 복수를 해달라는 그의 말을 실행하리라 다짐한다.

그는 그 생각에 사로잡혀 약혼녀 오필리아를 죽음으로 몰고

숙부의 계략에 의해 죽을 위기에 처하나

그를 죽이고 자신 역시 죽음에 이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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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햄릿의 이야기는

과거 이야기의 형식으로 중간중간 삽입되곤 하는데,

햄릿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들은

마치 원시부족사회의 것과 비슷한 가면으로 표현된다.

배우들을 가면을 쓰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천과 의자, 꽃과 같은 소품들로 또다른 객체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마치 마리오네트처럼

그렇게 얼기설기 얽힌 인형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연기해낸다.

 

정말 놀라웠던 것은,

배우들이 그 인형을 정말 살아있는 것처럼 다룰 줄 알았다는 것이다.

동작의 유연성 역시 그에 일조할 수도 있었겠지만

내가 정말 살아있는 인형과 같다고 느낀 이유는

등장인물의 감정을 너무나도 고스란히 동작 하나하나에 담아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도 배우들의 감정연기에 몰입하다보면,

책 속의 글자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그리고 어쩌면 주인공이 햄릿이기에

그저 스치듯 자나갈 수 밖에 없었던 다른 인물들의 저미는 듯한 감정까지

절절하게 느낄 수 있었다.

진정 연기가 책 속에서는 부족하게 전해질 수 밖에 없는 감정을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장 잘 살린 예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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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햄릿의 이야기를 전해들은 어릿광대들은

그의 넋을 위로하는 춤으로 극을 끝맺는다.

 

햄릿이 세계명작으로 손꼽히는 문학작품으로

수많은 형태로 각색이 되었지만,

이 연극 역시 그 형태의 하나로

충분히 그 몫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햄릿의 줄거리를 가면이라는 방식으로,

꽃과 천을 이용하여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기까지의 수많은 고뇌와

마치 무용을 하는 듯

자신의 몸을 감정을 담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더해져

정말 독창적이고 감정적인 재해석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고전 명작이 지루하다면,

일상적인 무미건조한 감정을 풍부하게 하고 싶다면,

새로운 햄릿을 만나볼 수 있는 노래하듯이, 햄릿

만나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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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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