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트래쉬’, 쓰레기 더미에서 정의를 주운 소년들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6.07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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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리우에서 살아가는 열네 살 소년 라파엘과 가르도는 
어느 날 우연히 쓰레기 더미에서 지갑을 발견하게 된다.

뜻밖의 행운에 기뻐한 것도 잠시,
곧 경찰이 들이닥쳐 어마어마한 현상금을 걸며 지갑을 수소문하고, 
지갑에 중요한 무언가가 있음을 직감한 두 친구는 
하수구에 사는 일명 ‘들쥐’에게 지갑을 맡긴다.

라파엘, 가르도, 들쥐의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챈 경찰은 
세 소년을 쫓기에 이르고, 아이들은 지갑을 둘러싼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수수께끼를 풀어나가기 시작하는데…….


  워킹 타이틀의 신작 ‘트래쉬’.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 또한 워킹 타이틀의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이번에도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트래쉬’를 예매했다. 워킹 타이틀에서 신작이 나왔다 길래 달콤한 로맨스를 내심 기대했지만 이번 영화는 아니다. 우연히 쓰레기장에서 지갑을 주운 빈민가 소년들의 모험을 다뤘다. ‘어바웃 타임’, ‘러브 액츄얼리’, ‘노팅 힐’의 각본가 리처드 커티스와 ‘빌리 엘리어트’,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의 스티븐 달드리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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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명의 소년이 출연한다. 릭슨 테베즈, 에두아르도 루이스, 가브리엘 와인스타인. 이들은 리우 데 자네이루에서 수천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 됐다. 이들은 실제로 빈민가 출신의 소년들로 연기 경험이 아예 없는 소년들이다. 감독 스티븐 달드리는 영화의 진실성을 담기 위해 리우에서 공개 오디션을 열고 이들을 캐스팅했다고 한다. 연기 경험은 없지만 열정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던 세 사람은 이런 저런 훈련을 통해 진정한 캐릭터로 거듭났다. 뛰어내리고 달리는 열차에 올라타고 창문을 넘어서는 등 아찔한 액션이 영화를 압도하는데, 오히려 성인배우가 했다면 느낄 수 없을 날렵함이 대단했다. 천진하고 용감한 그들의 연기는 말할 필요도 없고!

  ‘트래쉬’는 앤디 멀리건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소설에서의 배경은 제 3세계 어딘가의 빈민가의 쓰레기장이다. 영화에서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지닌 리우 데 자네이루를 배경으로 삼았고, 브라질의 정치적 상황과 리우의 분위기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다양한 배경음악은 브라질 특유의 열정 넘치는 분위기를 살렸다. 지저분하고 가라앉은 빈민가의 느낌은 소년들의 에너지로 모험의 장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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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히 지갑을 쓰레기더미에서 주운 라파엘이 지갑에서 수상함을 느끼고, 경찰에게 곧이곧대로 가져다주지 않는 것에서부터 영화는 시작되고 세 소년들은 지갑의 정체를 찾으려 고군분투한다. 경찰에게 잡히고 고문당해도 그들은 자신들도 모른 채 ‘정의’라는 하나의 가치를 실현하려 한다. 그게 옳은 일이니까. 가끔은 바보 같아도, 재기 넘치고 신속하게 비밀의 단서를 찾는다. 자세히는 몰라도 어른들의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더럽다는 것을 이 아이들도 짐작하고 있었으리라. 두려움 없이 뛰어드는 라파엘, 사람을 당황스럽게 하는 매력을 지닌 활기 넘치는 가르도, 작지만 강한 소년 들쥐의 합은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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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동화일수도, 환상일수도 있다. 사회의 소외된 곳에서 시작된 용감하고도 작은 물결이 결국에는 옳은 것을 쟁취하니까.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무엇이 중요한지 되묻는 영화이다. 나는 옳은가? 그렇게 살고 있는가? 아니, 정의롭지 못한 것에 정의롭지 않다고 말을 할 용기는 있는가? 내가 이 작은 소년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생각보다 컸다.
  리우의 이국적인 분위기와 소년들의 액션을 느끼고 싶다면, 그리고 사는 데 지쳐 나사가 하나 빠진 기분이 든다면 워킹 타이틀이 선사하는 동화 ‘트래쉬’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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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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