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로스코적인 것, ‘마크 로스코’ 전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5.30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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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전당, '마크 로스코' 전, 2015.03.23-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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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한창 인기 있는 전시로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마크 로스코’ 전에 다녀왔다. 전시 홍보도 컸고, 마크 로스코를 주제로 한 가수 윤종신의 ‘The Color’노래도 전시와 맞물려 나오면서 대중들의 관심을 많이 받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처음 마크 로스코 작품을 본 것은 리움 미술관에서 작년에 열렸던 ‘리움 개관 10주년 기념전_교감’에서였다. ‘근원으로의 회귀’의 테마에 전시되었던 무제(1962) 이었는데, 붉은 바탕 위에 검정과 오렌지색이 상하로 배치된 작품이었다. 그 때는 작가에 대해 알지도 못했고, 여러 추상주의 작품들과 함께 있어서 그다지 깊은 감정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래서 올해 열린 ‘마크 로스코’전에서는 오로지 마크 로스코 작품만을 50점 만나볼 수 있는 자리여서 좀 더 온전히 작품을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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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로스코(Mark Rothko), 1903-1970

 전시를 보러 갈 마음을 먹거나 그의 작품을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라면 아마 포스터에 실린 작품과 같이 색채만을 단순히 배열한 작품들을 떠올릴 것이다. 나도 마크 로스코가 평생 이와 비슷한 작품 활동만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그의 작품 시기를 5시대로 나누었을 때 세 번째인 ‘황금기’부터 시작된다. 즉 1949년 후반부터 로스코적인 것이 전면에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기에 마크 로스코의 작품을 시대 순으로 전시한 이번 전시에서는 그 이전의 전혀 다른 작품들(신화의 시대와 색감의 시대)도 만나 볼 수 있다. 그의 황금기 이후의 작품들도 좋지만 이번 전시를 통해 보았던 색감의 시대의 작품들도 인상 깊었다. 황금기 이후의 특징인 단순한 색채와 사각형으로 정해진 캔버스 속 모양이 나타나기 이전이라 더 실험적이고 다채롭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특히 흐려지는 듯한 색채의 표현이 한지를 찢어 붙인 것 같은 느낌도 들었고 색채들이 엉켜 뭉개지는 표현이 신선했다.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그의 마크로스코적인 작품이 나오기 까지 이러한 많은 노력과 연습이 뒷받침되었음을 단숨에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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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감의 시대를 거치면 드디어 황금기 시대의 작품들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이 시기 부터는 일단 캔버스의 크기가 확장되기에 그 크기에서 오는 거대함과 압도감을 먼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훨씬 색 덩어리들의 수가 줄어들게 되고 모양도 사각형으로 확정되면서 단순해졌다. 로스코의 작품은 오랜 시간 마주하며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많은 작품들을 하나하나 보려하기 보다는 몇 작품을 골라 온전히 감상하는 것이 이번 전시에서는 더 좋은 전시 보는 방법이 될 것 같다. 작품도 많고 사람도 많기에 한 번에 다 보려 한다면 지칠 수도 있을 듯 싶다. 나는 이 시대의 전시 공간에 들어서서 직감적으로 눈에 들어오는 작품 앞에 섰다. 첫 인상이 좋은 작품들을 위주로 보았는데 그 중 하나가 1957년 작인 ‘무제’ 이다. 이 작품 앞에는 의자도 있으니 앉아서 보기도 좋았다. 이 작품은 남색으로 바탕을 칠한 캔버스에 짙은 녹색이 상하로 배치되고 그 사이에 파란색이 놓여있는 작품이다. 마치 깊은 바다 속에 잠긴 듯한 느낌이 들었다. 캔버스의 크기 또한 가로세로 200cm를 넘기에 그 압도감도 컸다. 작품 앞에서 한 동안 있다 보니 처음에는 긴장감이 들었지만 점점 침전하듯이 마음이 고요해졌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작품으로 이 작품을 꼽을 만큼 나에게 잠시나마 마음의 평온을 주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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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로스코, 무제,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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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신 'the color' 뮤직비디오 중에서_마크 로스코 작품 앞

 전시를 보면 그가 생전에 남긴 영상과 했던 말들도 작품과 함께 볼 수 있다. 특히 글귀들이 다른 전시들에 비해 많은 편이라 추상표현주의로 여겨지는 그의 작품을 이해하고 좀 더 쉽게 받아들이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전시를 보면서 느낀 점이 그의 작품 세계와 천재성을 지나치게 높이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전시를 통해 마크 로스코와 그의 작품을 알고 즐기게 된다면 이는 좋은 일이지만, 전시 기획 자체나 전시에서 제시하는 마크 로스코에 대한 텍스트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작가를 이해함에 있어 도움은 될 수 있으나 그 보다는 그의 작품을 온전히 마주하는 데에 더 초점을 두고 전시를 본다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황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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