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누군가를 위로하고 싶어서 쓰는 위로의 추천글 [공연 예술]
글 입력 2015.05.29 18:18
-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몰랐고, 이 다음에 무엇이 되고 싶은지도 몰랐던 스무 살 여자애였다.세상은 텅 비어 있었고 무엇을 해도 심심했고 아무것도 긍정할 수 없었다. 다만 아주 막연히 어딘가로 가고 싶었다.전경린의 장편소설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의 한 구절이다. 처음을 시작하고 5번째 문장이다.요즘 주변에서 앓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대학생이라는 특성상 학기의 패턴은 항상 비슷하다. 학기가 시작하고, 수업을 한참 듣다가 중간시험을 치고 과제를 좀 하다가 축제가 끝나고 과제가 휘몰아치면서 다시 시험기간이 다가오고 숨을 한번 고르면 쨍-한 여름이 성큼 코앞에서 그 면상을 들이민다.사람이란 비슷한 패턴의 반복은 심적으로 지치기 마련이고, 지치는 시점은 비슷하기 마련이며 내가 앓는 소리를 듣고 나 역시 앓는 소리를 하게 되는 시점 역시 항시 비슷하다.4년제 대학교를 다니는 친구들은 과제와 시험이 많다고, 전문대를 다니는 친구들은 졸업이 서어어엉큼 다가오며 불안감과 해야하는 실습의 압박을 받으며 다들 조금씩 아픈 소리를 내고 있다.그 중 조금은 다르게 마음을 아프게 앓는 친구의 소리가 들렸다.꿈꾸고, 열망했던 학과에 진학후 실습을 나갔는데 '이건 아니였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미 눈 앞으로 성큼 다가온 졸업과 집안사정은 그녀를 더욱 앓게 만들고 있는 모양이다.20살을 넘어 21살이 된 후, 정말 '거짓말처럼' 어느 '시점'을 지나니까 구구절절 이야기하지 않게 되었다.왈칵 외로움을 느낀 이후 오히려 반대로 구구절절 이야기하지 않고 누군가 물으면 함축해서 이야기하고 있다."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건 용서가 아니라 위로야."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서 주인공 오영이 오수에게 한 말이다.사람이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건 용서가 아니라 위로. 그러나 때로는 구구절절한 사람의 위로가 위로가 되지 않을 때도 있어서, 함축적으로 말하게 되고 있는 조용히 그 아이에게 넘버 제목이 적힌 쪽지만 건넸다.1.뮤지컬 <풍월주>- <너의 이유>무엇이 이리 당신을 힘들게 하는지 몰라도중요한건 눈에 보이지않는 것들이니무엇이 이리 당신을 상하게하는지는 몰라도이렇게 세상의 무거운 짐을 모두 다 모두 다 내려놓고서이렇게 아플땐 좋았던 일만 이렇게 슬플때는 기뻤던 일만당신의 마음만 그저 당신만을 생각하며 사소서이렇게 아플땐 좋았던 일만 이렇게 슬플때는 기뻤던 일만당신의 마음만 그저 당신만을 생각하며 사소서2.뮤지컬 <서편제> - <살다보면>혼자라 슬퍼하진 않아돌아가신 엄마 말 하길그저 살다보면 살아진다그말 무슨 뜻인진 몰라도기분이 좋아지는 주문 같아너도 해봐 눈을 감고 중얼거려그저 살다보면 살아진다그저 살다보면 살아진다눈을 감고 바람을 느껴봐엄마가 쓰다듬던 손길이야멀리보고 소리를 질러봐아픈내마음 멀리 날아가네소리는 함께 놀던 놀이돌아가신 엄마 소리는너도 해봐 눈을 감고 소릴 질러그저 살다보면 살아진다그저 살다보면 살아진다눈을 감고 바람을 느껴봐엄마가 쓰다듬던 손길이야멀리보고 소리를 질러봐아픈내마음 멀리 날아가네3.뮤지컬 <모차르트> -<황금별>아주 먼 옛날에한 왕이 아들과 함께살았다네세상을 두려워하면서늘 왕자 걱정에잠들 수가 없었지성벽을 높히고문도 굳게 닫았네어느 날 바람결에 실려온 그리움혼자 있는 왕자에게 속삭였네북두칠성 빛나는 밤에하늘을 봐 황금별이 떨어질꺼야황금별을 찾기 원하면인생은 너에게 배움터그 별을 찾아 떠나야만해왕은 말하곤 했지이 세상은 파멸로 가득 찼다난 결코 밖을 보지 않아저 세상에서 널 지키겠다 하셨네성벽을 높히고 문도 굳게 닫았네하지만 뛰는 가슴 멈출 순 없어왕자 성벽 넘어 세상 꿈꾸었네자 여길 떠나 저 성벽 넘어그 별을 찾으러 여행을 떠나야 해험한 세상 너 사는 이유이 모든걸 알고 싶다면너 혼자 여행 떠나야만해사랑이란 구속하지 않는 것사랑은 자유롭게 놓아주는 것때로는 아픔도 감수해야 해사랑은 눈물 그것이 사랑황금별이 떨어질때면세상을 향해서 여행을 떠나야 해북두칠성 빛나는 밤에저 높은 성벽을 넘어서아무도 가보지 못한 그 곳으로저 세상을 향해서 날아봐날아 올라4.뮤지컬 <레베카> - <행복을 병 속에 담는 법>안돼 울지마감사하며 이별할래함께한 시간들추억이니어색했던 첫 만남도아름다웠지그 바다처럼 빠질 것 같던당신 눈빛난 너무 두려웠어몸이 떨렸어 겁에 질려그런 나를 잡아준당신의 따뜻한 그 손길 그리워난 정말 꼭 알고 싶어영원한 추억을 갖는 법마법 같은 순간지나가지 않게간직해 두는 법사라지지 않게시간을 병 속에 담을까언제나 다시 열 수 있게매일을 그 날처럼 살게바닷바람 한껏 맞으며 걸었지당신과 함께한 하루하루내 초라한 모습들은눈 녹듯 사라져수줍게 당신 바라보니걱정 말라 했지그 긴 해변을 따라태양빛 가득 출렁였고서로 빠져들듯이바라만 보았어키스할 때까지난 정말 꼭 알고 싶어행복을 병 속에 담는 법순간의 마법을내 꿈의 진실을사랑의 추억을지나가지 않게시간을 잡아둘 순 없나?영원히 깨지 않는 꿈그 속에서 살 수 있게사실 알고 있었지깨질 꿈이란 걸그래도 난 후회는 안 해당신이 내 안에 있으니까난 정말 꼭 알고 싶어영원한 추억을 갖는 법마법 같은 순간지나가지 않게간직해 두는 법당신이 없어도나 어쩜견딜 수 있어함께 한 그 모든 순간들을유리병에 담는다면구구절절한 말의 위로가 위안이 되지 않아서, 내가 나에게 스스로 주었던 사람의 위로였기에..모두 말이 아닌 다른 형태이지만 사람의 위로이기에,그래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그녀에게 내가 받았던 위로를 보내고 싶다.[남민정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