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4계절을 담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5.23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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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계절을 담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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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시골의 4계절을 담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올해 시리즈로 개봉하였다. 2월에 ‘리틀 포레스트_여름과 가을’편이 이번 달엔 ‘리틀 포레스트2_겨울과 봄’으로, 일본 도호쿠현 코모리에서 1년 간 찍은 영화이다. 여주인공 이치코가 직접 수확해서 만든 각각의 가정식 요리를 통해 음식과 이웃 간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마냥 따뜻하고 편한 시선으로는 볼 수 없는 시골 생활을 잔잔하면서도 매력 있게 풀어 나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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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코의 고향 코모리 집에서 이치코와 키코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이치코는 혼자 자급자족 생활을 시작하게 되고, 고등학생 때 갑자기 떠나버린 엄마의 레시피를 떠올린다. 어린나이에 홀로서기를 해야 했던 이치코는 도시에서 마트가 공장에서 힘들게 일을 하고,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때운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생활에 대해 되돌아보며 잘 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되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각 계절에 수확한 작물들로 음식을 만들고 이를 스스로에게, 그리고 이웃과 함께 먹으면서 이치코는 자신의 삶을 찾게 된다.  

 이 영화가 재밌는 점은 먼저 영화를 4계절로 나누어 1년을 담았다는 점이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한 계절이 한 편이여서 ‘리틀 포레스트_여름과 가을’을 보면 여름편이 끝난 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다시 가을 편이 시작한다. ‘겨울과 봄’편도 같은 형식이다. 그래서 한 주제이지만 다른 이야기로 연결되는 옴니버스식이여서 새롭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포스터도 보면 두 편의 영화에서 4계절을 볼 수 있다. 여름 햇살을 보는 이치코, 가을에 익은 벼가 고개를 숙인 장면, 겨울에 눈을 치우는 이치코, 그리고 붉은 벚꽃이 풍성히 피어난 봄을 담고 있다. 나는 특히 여름 장면이 좋았는데, 땀을 흘리며 농사를 짓던 이치코가 따가운 햇살을 바라보는 모습이 순수하게 여름을 잘 담아낸 것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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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여름.가을.겨울에 따른 음식들



 이치코가 농사를 지은 것들로 음식을 만들면서, 과거 엄마가 해주었던 음식들의 레시피를 찾으려 하고, 그 과정에서 어릴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엄마를 차츰 이해하게 된다. 엄마가 남긴 것이라고는 이치코가 고향에 내려온 후 온 편지 한통이 전부인데, 영화 속에서 엄마가 왜 집을 떠났는지, 다시 돌아올지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 엄마도 이치코처럼 삶의 회의를 느끼고 떠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치코가 과거 엄마와 함께 음식을 만들고 대화하는 장면을 회상할 때 가슴이 뭉클했다. 항상 있을 때 잘해야 함을 알면서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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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식사하던 이치코


 '리틀 포레스트2’에서 이치코가 엄마의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다시 만드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 장면이 음식을 만들면서 과거 엄마와의 소통과 현재 친구들과의 소통을 보여준 장면이 아닌가 싶다. 이치코가 어렸을 때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자고 했지만, 엄마는 기독교 믿는 것도 아닌데 무슨 파티냐며 이치코에게 딱 잘라버렸다. 하지만 손님이 오는 경우에는 케이크를 만들어 함께 먹곤 했었다. 이치코가 다시 고향에 돌아와서는 그의 친구 키코와 유우타가 집에 왔고 이치코는 엄마와는 다른 레시피로 케이크를 만든다. 엄마는 적미로 만든 감주와 호박을 넣었다면, 이치코의 케이크는 적미로 만든 감주와 시금치로 각각 생지를 만들어 틀 안에 순서대로 쌓아 오븐에 굽는다. 그러면 빵에 2층으로 붉은 색과 녹색이 생기고, 그 위에 생크림을 발라 완성한다. 음식 영화인만큼 그 만드는 과정도 섬세하고 자세히 담고 있어서 이 레시피 말고도 여러 음식을 만들어 보고 싶게끔 만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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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코가 만든 크리스마스 케이크



 그 외에도 가을엔 고소한 호두밥, 여름에는 토마토를 데쳐 만든 스파게티, 그리고 봄에는 달래를 넣은 스파게티 등 다양한 음식을 계절별로 만날 수 있다. 단순히 음식 만드는 영화가 아니라 계절로 나눈 만큼 각각의 계절에 충실한 음식들을 보여준 점이 인상 깊었다. 영화 속 레시피들로 요리 책을 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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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포레스트 만화


 영화 속 이치코의 삶이 만들어진 캐릭터가 아니라 마치 나같이 평범한 사람처럼 느껴졌기에 더 공감하고 편하게 보았던 영화였다. 이 영화는 실제로 일본의 이가라시 다이스케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만화가 원작이다. 이를 모리 준이치 감독이 영화화한 것인데, 도쿄 출신인 감독은 자연에 살아가는 이야기인 ‘리틀 포레스트’만화에 빠져 영화로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만화도 영화만큼이나 계절과 그 분위기를 잘 표현했다고 하니 만화로도 ‘리틀 포레스트’를 만나 봐도 좋을 것 같다.



[황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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