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변하는 게 무섭나요? 뮤지컬 '김종욱 찾기' [공연]

글 입력 2015.05.17 21:2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김종욱.png



 지난 5월 10일, 대학로 더 씨어터 소극장에서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관람했다. 대학로라길래 혜화역에서 여유로이 과제를 하고 있었는데, 대학로보다는 오히려 종로5가에 가까운 곳이어서 부랴부랴 찾아갔다. 골목 끝에 숨어있는 지하의 소극장은 아담해서 배우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겠다는 느낌이 물씬 났다.

 아마추어 배우가 공연한다는 것에 대한 나의 기대는 특이하게도 컸다. 학교에 있는 뮤지컬 동아리의 공연이 늘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극 초반부는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화음도 잘 맞지 않고 음정도 불안했으며, 연기 역시 어색했다... 내가 기대를 좀 많이 한 걸까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집중하려고 애써 자세를 다 잡기를 한 20분? 쯤 했을까. ‘그 남자’가 첫사랑 주식회사를 설립한 후부터 흡입력이 급속도로 좋아지기 시작했다. 극이 진행되면서 배역에 완전히 몰입한 것 같았다. 그 뒤부턴 시간이 순식간에 흘러가서 어느새 끝나버렸다.

 무엇보다 깊이 감명 받은 것은 배우 분들의 열정이었다. 내가 본 캐스팅은 박만규 배우, 이경희 배우, 김형석 배우였는데 그 열정이 정말인지 온 몸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후에 소감 말하는 시간에 들으니 연습 시간이 그렇게 많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이정도로 만들어 냈다는 건 확실히 그 열정이 대단하다는 반증이었다. 그런 분들의 공연을 보았다는 것이 뿌듯했고 감사드리고 싶었다.

 내용도 참 좋았다. 뻔한 사랑타령이 아니었다. ‘변하는 게, 상처받는 게 두려워 사랑하지 못하는 그 여자’,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었나 싶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중고등학교 때 만났던 끈끈하고 깊이 있는 인연이 아닌 피상적인 인연을 만나 상처 받으면서 점점 더 사람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만나던 사람들만 계속 만나고, 새로운 인연을 만날 수 있는 자리는 일부러 피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나 자신을 ‘나는 좁고 깊게 만나는 게 좋아!’라는 말로 합리화시켰다. 사실은 무서워서 그런 거면서. 그래서 그 여자의 모습은 나를 보는 것 같았고, 그 남자의 말은 마치 그런 나에게 말하는 것만 같았다. ‘끝까지 가보지도 않았으면서 그걸 어떻게 아냐’고.

 다만 역시 노래와 연기, 그리고 특히 딕션이 아쉬웠다. 딕션이 모조리 뭉개져서 빠르게 말하거나 노래할 때 거의 들리질 않았다. 그래서 감정과 스토리 전달이 잘 안된 게 아쉬웠다. 이쪽이 보완되어서 다음에는 더 좋은 공연을 올릴 수 있기를.

 생각해보면, 삶은 끊임없이 변한다. 매일 똑같은 친구를 만나도 만날 때마다 서로의 관계에는 진전이든 후퇴든 조금씩의 변화가 일어나고, 매일을 살아가며 겪는 사소한 일, 가령 식탁에 무릎을 부딪치는 아주 사소한 일조차도 나의 삶을 변하게 한다. 변하지 않으려면? ‘별에서 온 그대’의 도민준처럼 시간을 멈추는 방법밖에 없다. 불가능한 거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우리의 18번을 외치자.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서포터즈4기_최민희님.jpg


[최민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