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 인생의 첫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글 입력 2015.05.12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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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는 참 즐거운 주였습니다. :) 하고 있는 일도 잘 풀렸고 무엇보다 아트인사이트의 문화 초대가 2번이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중 금요일에는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보고 왔습니다. 처음 보는 오페라라서 많이 설렜고 그만큼 준비도 많이 했습니다. 오페라 관련 책을 읽고 미리 DVD도 보고 갔기 때문에 스토리를 잘 이해할 수 있었고 음악을 충분히 즐기다 온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그 리뷰를 작성하겠습니다.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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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토리가 낯설지 않습니다.


  이런 유명한 작품에게 ‘막장’이라는 말을 붙여서 참 죄송하지만 오페라를 다 보고 느낀 생각이 그러하였습니다. 막장드라마라고 감히 이름 붙였던 이유는 극의 스토리 때문입니다. 첫 번째로 피가로가 마르첼리나와 바르톨로의 아들임이 밝혀지는 장면입니다. 고아였던 피가로가 사실은 마르첼리나와 바르톨로의 아들이었습니다. 마르첼리나가 나이가 많은 건 알았지만 아들 뻘이었던 피가로와 결혼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실소가 지어졌습니다. 갑자기 “아들”, “어머니”라뇨! 수잔나가 느꼈을 ‘멘붕’이 저에게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이 장면은 막장드라마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과 너무 유사했습니다.

두 번째로 속고 속이는 삼각관계가 너무 많았습니다. 피가로와 수잔나, 백작부인은 백작을 속이고자 편지를 썼지만 들켰고 수잔나와 백작부인은 피가로를 속이고 피가로는 수잔나를 속이고 이런 장난들이 많으니 나중에는 누가 진실이었는지 헷갈리기도 했습니다. 피가로와 수잔나는 사랑하는 사이인데도 의심하고 확인해보려고 하니 나중에 좋은 가정을 꾸릴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요소 때문에 낯설지 않고 친숙하게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아마 이 오페라가 긴 시간 동안 사랑받는 이유이지 않을까요? 극적인 전개와 속고 속이는 관계, 바람기 많은 백작과 케루비노, 그리고 각각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 등 다양한 요소들이 모여 해학적인 스토리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처음 보는 오페라인데 어렵지 않고 참 재미있었습니다.



2. 예습을 할수록 재밌습니다.


  오페라 마니아들은 같은 작품을 여러 번 감상한다고 합니다. 이는 공연 팀마다 무대 미술이 다르고 오페라 가수마다 다른 목소리로 노래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책, 영화는 2번 이상 보지 않는 제가 오페라에 대해 찾아보면서 미리 스토리를 알아가고 DVD를 보고 가라는 설명을 듣고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습니다. ‘스토리를 알고 있으면 그것을 보는 재미가 있을까?’ 하지만 오페라는 예습이 꼭 필요한 장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18세기 유럽을 바탕으로 쓰인 작품을 아무런 준비 없이 이해한다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피가로의 결혼의 경우 ‘초야권’이라는 것을 알아야 마을 사람들이 백작에게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스토리를 모른다면 자막을 읽는데 급급하여 본 공연을 온전히 즐길 수 가 없을 것입니다. 본 공연을 DVD와 비교했을 때, 순 외국 배우로 이루어진 DVD에 비하여 공연에는 한국인이 등장하여 좀 더 제 입맛에 맞았고 강남 스타일을 따라 하는 등의 동작으로 현재와 소통하는 장면이 있어 재밌었습니다. 또 다른 연출과 무대 디자인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3. 아리아가 인상깊었습니다.

 

  뮤지컬은 대사와 노래가 함께 있다면 오페라는 노래로만 이루어진 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페라에서 하는 노래에는 아리아와 레치타티보가 있습니다. 여기서 레치타티보는 다른 극에서 대사와 비슷한 것인데 아리아와 아리아 사이를 이어주는 단선율의 노래를 의미합니다. 레치타티보를 부담스럽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저는 무척 즐겁게 들었습니다. 오히려 극이 음률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레치타티보들도 좋았지만 역시 아리아가 더 깊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 ‘Dove sono I bei 그리운 시절은 가고’ 백작부인이 옛 백작의 모습을 그리워하면서 부르는 노래인데, 외로움을 느끼는 모습과 행복했던 옛 모습을 떠올리는 장면이 안타까움을 느끼게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와중에 백작부인인 홍혜경 씨의 목소리가 참 빛나는 아리아였습니다.


Dove sono I bei

달콤하고 즐거웠던 아름다운 그 시절은 어디에 있나?

거짓된 그 입술의 맹세는 어디로 갔나

나를 위한 모든 것들이 눈물과 고통으로 변하였다면

왜 그토록 행복했던 기억들은 내 가슴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아, 언제나 사랑을 갈망하는 내 변함없는 의지가

그의 무정한 마음을 바꿀 수 잇다는 희망이라도

내게 전해 준다면






- ‘Voi Che Sapete 사랑의 괴로움을 그대는 아는가’ 케루비노는 상당한 바람둥이로 나오지만 그 노래에는 정말로 사랑에 빠지고 고민하는 모습이 잘 느껴졌습니다.


Voi Che Sapete

사랑이 무엇인지 아는 여인들이여 내 맘속에 그것이 있는 것을 보세요.

내가 느낀 일을 말하지요. 새롭고 이해하기 힘든 어떤 감정을 느끼지요.

가슴 속이 기쁨인 것도 같고 괴로움 같기도 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어요.

얼음 같던 마음이 불같이 타오르고 또 갑자기 얼어붙지요.

내 자신 밖에서 행복을 찾지요.

누가 가지고 있는지,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지요.

안 그렇게 하려고 해도 한숨을 쉬게 되고

알지도 못하는 사이 심장이 뛰고 낮이나 밤이나 평안을 찾을 수가 없지요.

그렇지만 이런 것들이 좋지 않아요.

사랑이 무엇인지 아는 여인들이여 내 맘속에 그것이 있는 것을 보세요.

 





그 밖에도 ‘Non piu andrai 더 이상 날지 못하리’라는 아리아도 자주 들어 귀에 익었던 아리아였습니다. 관현악단과 오페라 가수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으니 아리아의 감동이 더 배가 되었습니다.



<끝으로>

다음은 ‘박종호에게 오페라를 묻다’라는 책의 일부분입니다.

‘오페라를 보는 행위는 우리나라나 유럽이나 특별한 행위라는 것을 생각해야해. 아무리 오페라가 보편화 된 나라와 도시라 해더라도 오페라를 보는 순간은 그 사람에게 있어서 일상이 아닌 특별한 순간이야. 그것이 그 사람에게 일 년에 한번이든 아니면 한주에 두 번이든, 그 순간만은 특별한 초대를 받은 경우인 거야.’

(중략)

‘이에 반해서 자신이 표를 직접 준비한 경우를 보자고. 그는 미리 몇 달 전부터 몇 번의 망설임 끝에 표를 예매하고, 때로는 상당한 대가를 치루기도 하지. 자신이 이 공연을 위해 이만한 지출을 해도 되는 지 스스로에게 반문했을 것이며, 공연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일을 동료에게 겨우 미루고, 중요한 약속을 변경했을 수도 있지. 그리고 공연 날짜가 다가옴에 따라서 그 오페라에 대한 대본을 읽거나 배경을 조사할 수 도 있고 음반을 사서 곡을 미리 몇 번 들어 볼 수도 있어. 여성들이라면 전날에 미리 마음 먹은 옷을 세탁소에 보내거나, 공연 날에 사정이 허락하면 미장원에 가는 경우도 있을 거야. 그녀가 미장원 의자에 앉을 때 그녀의 오페라는 이미 시작된 것이야. 그녀는 이미 감동할 준비가 충분히 되었지. 그녀는 아마 감동받을 것이야. 친구에게서 표를 얻은 사람보다는 당연히 감동할 확률이 훨씬 높지. 그녀는 자신의 옷 중에서 좋은 옷을 골라 입고, 그날은 모처럼 지하철 대신에 택시를 이용할 확률도 높아지지. 모두가 마음가짐을 위한 과정인 것이야.’


 책에는 오페라를 감상하는 태도에 대해 적은 챕터가 있는데, 아마도 작가가 서술한 내용을 보았을 때 오페라를 무척 좋아하고 존중하는 것 같습니다. 단순히 공연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많은 의미 부여를 하고 준비하는 태도가 무척 감동적이었습니다. 평소 ‘공연은 시작하는 시간에만 늦지 않으면 된다.’였지만 미리 가서 감상할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이번 공연에선 퇴근길 교통대란에 휩쓸리고 말았지만. 다음부턴 미리 준비해서 여유를 즐길 계획입니다.)


  첫 단추가 잘 끼워졌습니다. 인생의 첫 오페라 직관이었는데, 잘 즐기고 왔습니다. 좋은 경험을 하였고 앞으로 오페라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질 것 같습니다. 다른 작품들이 몹시 기대가 됩니다!



[김미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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