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받고 싶은 여자들의 앙큼한 속내 - 체홉, 여자를 읽다.

글 입력 2015.05.11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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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로 복닥복닥한 도심 탓에

빙 둘러온 버스로 조금 더 걸은 후에야,

덕수궁 뒤편에 얌전히 자리한 세실극장을 찾을 수 있었다.

공연 시작보다 조금 일찍 온 탓에

바로 앞에 있는 작은 카페에서 요기를 하고 들어갈 수 있었다.

 

나에게 소극장의 연극을 제외한

극장의 연극은 처음이었기에

조금 더 넓고 낙낙한 자리에 신선함을 느끼며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극이 시작된 이후,

나의 머리는 부단히도 극 중의 인물들을 이해하기 위해 굴려졌지만

얼마 못가서 이것이 나에게는 불가능한 일임을,

같은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머리로 그들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보다

그 마음을 헤아리는 것이 훨씬 그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방법임을 깨달았다.

 



 


[약사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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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극은 여자의 내레이션과 함께 모든 지문의 효과음을 배우들이 스스로 내는 형식의 연극이었다.

조금은 생소하기도 하고 낯선 형식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색함을 소화해내는 배우들이 대단해보였다.

또한 2층으로 된 집 구조를 계단과 커튼을 통해 구성한 것은

관객들이 그 배경을 무리없이 이해할 수 있게하며

배우들로 하여금 쉽고 다양한 연기를 펼칠 수 있는 장치였음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이 극에서의 약사의 아내는

전형적인 여자로써 받을 수 있는 사랑과 관심에 목마른여성이었다.

분명 뭇 남성들을 잠 못 이루게 했을 그녀의 미모는

결혼한 이후에 묶여졌을 것이고,

남편의 무관심 속에 너무나도 외로웠던 그녀가

충동적으로 떠나 행복한, 사랑받는 자신을 그릴 수 있는 매개가 되었을 것이다.

 

 

[나의 아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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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연극을 대중들에게 재치있는 형식으로

가장 쉽게 전달했던 에피소드였다고 생각한다.

 

일곱명의 각기 다른 성격을 지닌 아내를 살해한 라울 시냐 보로다.

여성들의 거의 광적일 정도로 극단적인 모습아래 고통받는 그의 모습을

위트 있게 각색한 연극은 쉽고도 재미있게 전달되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이야기였다.

 

 

[아가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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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나의 경험과 연륜으로는 이해하기 가장 힘들었던 에피소드였다.

 

아가피아와 사프카의 불륜은

어쩌면 아가피아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로 유지되어 갔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아가피아가 그 날,

돌아가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어쩌면 자신도 이미 자신의 연인인 사프카의 진심 아닌 면모를 알고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의 사랑을 확인하고 싶은,

그리고 그것이 진짜라면 어쩌면 자신의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절박한 마음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세상물정 모르는 순진한 생각이었으며

확실하지도 않은 그에게 기대어 그가 모든 것을 해결해주기 바란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이라 여겨졌다.

 

내가 이 에피소드에서 감명을 받은 부분은 조명이었다.

다른 에피소드에서보다 유독 조명이 빛을 발하는 에피소드가 이 부분이었다.

숲속에서 낚시하는 배경을 꾸미기 위해

뒤편에 쏘아진 나무 조명은,

실제 숲 속인 것처럼 초록빛의 울망울망한 느낌을 잘 살려내어

언제나 실내였던 이전의 에피소드와 전혀 다른 배경을 연출해내는 데 손색이 없었다.

 

 

[불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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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에피소드는 안드레이라는 남편의 무관심 속에서

끊임없는 남편의 친구 일레인의 구애를 받으며 고심하는 소피아의 이야기이다.

 

자신을 함부로 여기는 안드레이와의 결혼생활 아래,

자신을 너무나도 사랑해주는 일레인을 딱잘라 거절할 수 없었던 소피아.

그녀는 그 누구를 선택하는 길을 걷는 대신,

홀로 떠나는 길을 선택한다.

 

 

각 에피소드에서 특징적인 물건을 꼽자면 나는 에 주목했다.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갈등하는 여자들은 모두 술을 통해 그 갈등을 해소하고자 했다.

 

약사의 아내는 사랑받을 수 있는 자신의 가치를

병사들과 술을 나누며 어필하는 것으로 자신의 욕망을 표현했으며

아가피아 역시 돌아가야 하는 시간에 남을 것인지, 귀가할 것인지에 대한 갈등에서

술 한잔을 들이키는 것으로 자신의 욕망을 선택할 것을 암시했다.

마지막으로 소피아 역시 안 마시던 술을 하는 것으로

자신의 내면에 있는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주정처럼 쏟아내기 시작하기도 한다.

 

마지막 장면의 여성들의 가방은 이 연극의 부제인 파우치 속의 욕망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사랑에 목마른 그녀들은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그녀들이 들고 있는 가방의 모양과 내용은 제각기인 것처럼,

여자들은 그 각자가 다른 로맨스와 감정을 품고 산다.

 

이처럼 이미 남편이 있고

한 남자에게 받는 사랑이 익숙하고 닳아 여자인 자신이 무뎌진다고 여겨져도,

여자들에게는 언제나 조금은 앙큼하고 순수한 욕망이 잠들어있다.

누구도 그 욕망을 나무라거나 잘못되었다고 할 수 없다.

 

여자는 사랑받기 위해

사랑으로 더욱 빛나면서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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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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