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체홉_여자를 읽다

글 입력 2015.05.11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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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체홉, 여자를 읽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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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수궁 너머에 위치한 세실극장에서, 연극 '체홉, 여자를 읽다'를 보고왔다. '파우치 속의 욕망'이라는 부제가 알려주듯, 체홉이 묘사한 가지각색의 여성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19세기 러시아 작가에게 쓰여진 원작의 캐릭더들이, 시대도 문화적 환경도 판이한 지금 어떻게 그려졌을지가 무척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총 4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야기의 시작을 끊은 여성은 가부장적이고 탐욕스러운 약사 남편을 두고 낯선 여행객(군인)에게 설렘을 느끼는 약사의 아내였다. 약사의 아내는 가족 구성을 단 하나의 목표로 한 남녀의 계약관계에 놓여있는 듯, 무미건조한 애정결핍의 결혼생활에 시들어 있었다. 끝내 집을 떠나고 마는 그녀의 모습은 부녀자의 외도이기보다 감정적 탈출에 가까워 보였다. 무대 위 인물들의 대화와 함께 들려오는 여주인공의 독백이 특히 인상깊었는데, 그녀가 얼마나 강렬히 로맨스를 갈구하는지를 관객석에서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약사의 아내 뒤에 이어진 에피소드 나의 아내들에서는, 전 부인 7명을 모두 살해해야 했던 남편의 변명이 늘어진다. 남성의 통제를 벗어난 여성의 생활은 제거당하고, 미약하고 수동적인 존재로 갇혀버린다. 가부장적인 권력 아래 아내의 역할은 여성에게 멍에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마를 찌르는 듯한 눈썹분장, 독백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 남자 배우의 강한 에너지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다양한 인물들의 등장으로 다소 정신없었던 무대 뒤로 세번째 에피소드 아가피아가 이어진다. 바로 직전과는 상이하게, 무대 위에는 답답할 정도의 고요함과 적막이 흘렀다. 무대의 분위기가 중심 캐릭터에게 그대로 흡수되는듯, 이번에는 차마 입 밖으로 꺼내기도 어려운, 절절하고 애틋한 사랑을 하는 여성의 이야기였다. 아가피아가 사랑하는 청년에게 사랑한다는 말 대신 불어대던 피리 소리는, 본능과 욕망의 소용돌이가 그녀가 처한 상황-유부녀와 낚시꾼의 불륜-, 그녀를 재단하는 사회적 껍데기에 갇혀 더욱 매섭게 몰아치는 소리 같았다.

 


  마지막 에피소드 불행 역시 가정과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 갈등하는 여성을 그려내었다. 이야기의 끝에서, 여자(소피아)는 결국 본인의 안정적인 생활과 사랑하는 사람과의 인연 모두를 포기한채 떠나고 만다. 아마 네가지 이야기를 통틀어 가장 불행한 여성이 아닐가 싶다.

 


  에필로그에서 위 주인공들(약사의 아내, 아가피아, 소피아)이 모두 기차역에 모여 감자를 나눠 먹는다. 그 사이에 연쇄-아내살인마가 유머러스하게 등장한다. 19세기 안톤체홉의 이야기, 신데렐라 스토리, 운명적 로맨스를 좇는 여성들. 여자를 읽는 맥락은 여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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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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