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특집] 여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강신재의 「안개」를 읽고

글 입력 2015.05.08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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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개', 이 소설의 제목이다. 왜 작가는 이 소설의 제목을 안개라 지었을까? 소설을 읽고 난 뒤 생각을 해보았다. 저 '안개' 는 아마도 저 소설 안에서 보인 사회적 배경, 즉 가부장적인 시대의 많은 여성들의 답답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심정들 그리고 집안일 말고는 다른 것에 대한 선택권이 없던 많은 여성들의 심리를 표현해 줄 수 있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그 당시 우리나라 대부분의 여성들의 주업은 가정일과 아이 돌보기 등이 전부였고 밖에 나가는 일이라고는 장보러 가기 말고는 제한이 되어 있었다. 그렇다 보니 여성들이 갖고 있던 재능이나 능력은 세상에 출현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설사 그 능력이 발견되었다 하더라도 여성들이 설 자리는 찾아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당시 많은 남자들도 '형식'의 생각과 같았을 것이다. 아마도 작가는 그 당시 남자들의 사상을 '형식'의 입을 빌려 간접적으로 표현하고자, 또 동시에 비난하고자 하는 의도이지 않았나 싶다.
 
  '형식'은 자신의 아내 '성혜'가 글을 쓰거나 무언가 돈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 왜 그리도 싫었을까? 만약에 내가 '형식'이 었다면 나의 아내가 자신의 재능을 발견했다는 것만으로도 기뻐했을 것이다. 그것이 돈을 벌수 있는 일이던 그렇지 않던 상관없이, 그동안 몰랐던 자신의 재능을 발견한 아내를 위해 기뻐했을 것이다. 혹 그 일이 돈이 되는 일이라면 현실적으로 더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성혜'가 자신의 일에 열정과 의미를 느끼고 하는 일과 자기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될 것이고, 동시에 집안 형편도 나아질 수 있지 않은가. 일을 통해 자기 자신을 알아가고 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기쁜 일 일 것이다. 일을 하면서 아무런 의미도 기쁨도 얻지 못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성혜'가 말하는 무의미한 일이다. 일을 통해 기쁨, 뿌듯함 그리고 공장의 기계가 생산하는 것과는 다른 어떤 것이 만들어 질지는 만들어진 뒤에 알 수 있는 것들을 내 머리 속 안에서 생산한다는 기쁨을 얻는다면 그것이야 말로 우리가 살아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해보고 싶은 일을 취미로든 직업으로든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취미로 할지 직업으로 할지는 선택일 뿐이다. 그 선택은 언제나 자기 자신이 해야되며 그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도 바로 자기 자신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이 나의 선택을 대신 해줄 순 없는 것이다. 물론 나중에는 '형식'도 '성혜'가 글 쓰는 것을 허락해주고 도와줬지만, 글 쓰는 일마저도 '형식'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을 보며 참 안타까웠다. '성혜'는 개성이 없다. 아니 실은 있다, 하지만 '형식'의 참견과 선택 때문에 '성혜'의 개성은 아무런 소용이 없어 보인다. '형식'과 '성혜'의 관계를 예를 들어 표현해보면 이러하다. '성혜'는 자신이 좋아하고 추구하는 옷이 있다. 하지만 항상 '형식'이 입히는 대로 입고 형식이 가라는 곳만 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속으로 자기 자신의 모습에 대해 만족하지 못해하고 있다. 스스로가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사물과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사물은 각자 필요에 따른 목적 때문에 만들어지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단 한명의 여자도 누군가의 아내로 살기위해, 누군가의 엄마로 살기위해 태어나지 않는다. 더군다나 '성혜'처럼 살아야 된다면 아무도 태어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여자는 로봇이 아니다. 남자들이 말하면 무조건 입력해서 그대로 행동해야 되는 기계가 아니다. 나는 '형식'과 '성혜'의 관계가 꼭 부부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바로 지금 이 시대의 부모님들과 자녀들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요즘 어머니들은 학구열이 굉장하다. 좋은 학교에 가기 위해 학원을 보내고 더 좋은 과외를 시킨다. 하지만 꿈이 운동선수인 아이에게 과연 유명한 학원, 유명한 과외선생님이 필요한 것일까? 아이들에게는 꿈이 있다. 어떤 이는 운동선수가 어떤 이는 가수가 어떤 이는 연기자가 그리고 어떤 이들은 자기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부모의 역할은 그들이 본인 스스로 하고 싶어 하는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며 단지 부모의 욕심으로 아이들을 희생시키는 일은 발생시키지 말아야한다.
 
 '성혜'처럼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일이 있는데 '형식'처럼 그것을 무참히 밟고 있지는 않는지, 자신의 뜻대로 모든 것을 결정하고 있지는 않는지 우리 모두가 자기 자신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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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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