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종일관 들썩들썩한 염쟁이와 사람들-염쟁이 유씨

글 입력 2015.05.07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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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 모든 수업을 마치고

젊은 향기가 오롯한 대학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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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쟁이 유씨”라는 연극은

세대를 불문하고 즐길 수 있는,

어쩌면 조금 더 전통에 가까운 세대를 겨냥한 소재라는 점에서

아버지와 함께 볼 수 있는 연극이라고 생각되어 함께 방문했다.

 

조금은 예상했던 것과 같이,

극장에는 손을 꼭 잡고 오신 할머니, 할아버지와

중장년층의 직장동료들의 모임처럼

조금은 연령층이 있으신 분이 눈에 많이 띄었다.

오히려 20대 초반의 친구들이나 연인들이 생소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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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의 시작과 함께 나는 묘한 생경함을 느꼈다.

염쟁이 유씨는 내가 봐왔던 대학로의 연극과는 달랐다.

배우들의 연기를 관람하는 것을 넘어,

관객과 함께 주거니 받거니 소통하게 되는 극장은

공연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연극은 1인극으로만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주도적으로 연기를 이끌어 가시는 한 분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무대 위에 없었다.

 

나는 이 부분이 관객과 그토록 자연스럽고 위화감 없는 소통을 이룰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여러 배우들이 등장하게 되면 다 같이 호흡을 맞추는 연기를 선보이게 되지만,

배우 한 명이 등장하는 연극은 관객과 함께 극을 이끌어나가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유씨는 관객들(주로 앞쪽에 앉으신 분들)을 뽑아

극 중의 등장인물로 삼아 함께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관객들은 뽑힌 사람이 무대 위에서 잡히지 않을 것만 같던 배우와 함께

배우의 리드에 따라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게 되는 것을 보며

그 자리를 부러워하기도 하고, 자신과 같은 관객이 연기를 하는 것에 즐거워하면서

극에 점점 더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

많은 관객들 앞에서 배역을 맡고 큰소리로 특정 제스쳐나 대사와 같은 연기를 하게 되면,

재미있게도 선택된 관객들은 붉게 상기된 얼굴로도 스스로를 즐기고

그것을 보는 관객들은 배꼽이 빠져라 웃게 되는,

극장은 그러한 참으로 즐거운 저잣거리와 같이 변하게 된다.

 

유씨의 연령과 인상 역시 이러한 분위기에 보탬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보았던 연극은 배우 신현종 씨의 연극이었는데,

똘망똘망하면서도 익살스러운 인상이

사람들로 하여금 조금 더 배우에게 친근하고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아

소통에 거리낌 없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연극을 보는 관객들보다 조금 더 높은 그의 연령이

관객들로 하여금 그가 주도하는 무대가 너무 가볍게 느껴지지 않도록 하며

먼저 다가와 무대로 초대하는 그의 손에 대해 어떠한 신뢰와 존경을 담아내도록 한다.

 

마치 조금은 수다스럽고 싹싹한 동네 할아버지처럼,

연극은 내내 유씨의 손 끝과 혀 끝에서 오르락 내리락

웃음이 끊이지 않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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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번 연극은 나에게 매우 생소한 연극이었다.

관객과 함께 울고 웃는 배우에게서

나는 연극을 ‘보았다’기보다는 ‘놀고’왔다고 느꼈다.

 

대학로의 수많은 연극 중에서도

단연 그 독특한 속을 뽐내는 연극이었다고 생각한다.

 

 

[정종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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