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체홉의 숨결로 주체로 거듭난 여자들- 연극 체홉, 여자를 읽다

글 입력 2015.05.06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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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홉의 숨결로 주체로 거듭난 여자들

- 연극 체홉, 여자를 읽다 -




여편네 팔자는 뒤웅박 팔자라는 속담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뒤웅박의 끈이 끊어지면 어찌할 도리가 없듯이 여자의 운명은 남편에게 메인 것과 다름없다는 뜻이다. 지금 여자들이 들으면 분개할만한 속담이다. 1960년대 이후 평등에 관한 인식이 확산되고 페미니즘 운동이 촉발되면서 여성의 권익이 높아지게 되었고 비로소 여성과 남성이 같은 크기의 목소리를 내고 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여성은 남성의 권위 아래서 억압받고 차별받는 소외된 대상이었다.

 

러시아의 소설가 겸 극작가인 안톤 체홉은 작품 속에 지극히 평범하고 보통의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다룬다. 농민, 여자, 예술가 등 사회에서 소외된 약자들은 체홉 특유의 관찰력과 상상력을 통해 극의 주인공으로 탈바꿈되었다. 연극 체홉, 여자를 읽다는 체홉의 단편인 약사의 아내’,‘나의 아내들’,‘아가피아’,‘불행을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해 무대화한 것이다. 체홉의 단편 속 여성들은 뒤웅박의 끈처럼 남성의 권위와 가부장적인 면모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지만 그 와중에도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고 마구 발산하는 매력을 지닌다.

 

체홉이 욕망의 주체들을 모두 결혼한 여성으로 정한 것은 결혼한 여성이 아내로서 가지는 사회적 책무와 의무가 더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결혼한 여성의 욕망은 결혼 전의 여성보다 사회에서 질책을 받기 쉽다. 결혼이라는 의식을 거치고 한 가정의 아내가 된 여자들은 남편의 뒷바라지를 하거나 가정에 충실해야 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자신의 내밀한 욕망을 채우려는 여자는 이기적이고 아내로서 마땅하지 않다고 치부되었다. 자신에게 돌아올 질타와 비난의 화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욕망대로 행동하는 체홉의 단편 속 여성들은 권태로운 삶에서 자신의 내부에서 들끓는 욕망을 받아들임으로써 비로소 진정한 주체로 거듭나게 된다. 약사의 아내는 한밤 중 자신의 약국을 찾아온 군은 옵테소프을 유혹하며 일상의 무료함과 스트레스를 날렸다. 시골 여자 아가피아는 남편이 돌아올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사프카에게 빠져 뜨거운 하룻밤을 보냈으며, 가부장적인 남편 밑에서 늘 주눅들어있던 소피아는 자신에게 계속해서 구애하고 안절부절하며 자신의 곁을 맴도는 일리안의 모습을 즐기며 소싯적의 설렘을 느낀다.

 

체홉의 극 속에 등장하는 남성들은 여성들을 이렇게 묘사한다.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주체하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하고는 나중에 후회하며 징징대는 존재혹은 실없는 소리만 하는 정신 나간 여편네등으로 말이다. 여기서 남자들은 여성들을 철저하게 타자화하고 있다. 이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자신들과는 다르게 감성적이고 사소한 감정 하나에 좌지우지하는 연약한 여자들을 보며 우월함을 느끼고 여자들을 자신들과는 다른 존재라고 구분 짓는 행위를 통해서 이뤄진다. 이러한 남자들의 우월의식은 자신에게 거슬리는 아내의 행동을 참지 못하고 무려 일곱명의 아내를 살해하는 라울 시냐보로다의 이야기를 통해 정점을 찍는다.

 

안톤 체홉은 남성의 권위에 묶여있던 여성들을 해방시킨다. 남편으로 인해 자신의 욕망을 마음껏 분출하지 못했던 약사의 아내와 아가피아 그리고 소피아는 결국 남편의 곁을 떠나게 된다. 남편을 벗어나 멀리 떠나기 위해 기차역에 모인 여자들은 어딘가 가련해 보이고 불안해보였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일종의 해방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었다. 여자들의 발칙하고 대담한 욕망은 여기서 막을 내렸다. 여자의 욕망에 대한 시대를 앞서가는 체홉의 관찰력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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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들을 유혹하는 약사의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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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한량 사프카에 빠진 아가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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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타고 마을을 떠나려는 약사의 부인, 아가피아, 소피아




체홉,여자를 읽다.


일자 : 2015.01.09 ~ 2015.06.07

시간 : 2015년 3월 7일(토) ~ 6월 7일(일)
화,목,금 오후 8시 / 수요일: 오후 5시 / 주말, 공휴일(5/5,6/6): 오후 6시
월요일 공연없음

장소 : 세실극장

티켓가격 : 일반석 30,000원

주최 : 지하창작소 제자백가

주관 : 제자백가

관람 등급 : 만 15세이상



[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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