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연애 권하는 사회 [문화 전반]

글 입력 2015.05.01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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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것은 천국을 살짝 엿보는 것이다.”라는 카렌 선드의 말처럼, 사랑은 오랫동안 고귀한 가치로 추앙받아왔다. 물론 역사를 걸쳐 끊임없이 드러난 사랑의 힘만 봐도, 사랑의 가치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지금의 사회는, 도를 지나쳤다는 생각이 든다. 연애하지 않으면 불쌍하게 바라보고, 할 생각이 없다고 하면 이상한 취급하기 일쑤다. 커플은 대단하다고 인정받는 반면, 솔로는 ‘모태 솔로’, ‘마법사(연애를 오랫동안 못 한 사람)’ 등 온갖 창의적인 말로 희화화된다. 술 권하는 사회가 아니라, '연애 권하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대체 이 연애강박증은 어디서 온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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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세이의 제목처럼, 지금 연애하지 않는 자는 죄인이 되는 우리 사회.


 우선 대중매체에 의한 연애의 노출은 연애강박증에 크게 기여했다. ‘미국 드라마의 형사는 수사를 하고, 일본 드라마의 형사는 교훈을 주며, 한국 드라마의 형사는 사랑을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드라마는 사랑에 초점을 맞춘다. 뿐만 아니라 영화, 기사, 소설, 심지어는 만화에까지 연애가 등장하니, 무의식중에 연애를 당연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 여기에 대중매체가 그리는 비현실적인 연애는 연애 욕구를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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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나온 드라마 중, 사랑을 소재로 하지 않은 것은 되려 찾기 드물 정도다.


 커플 중심의 소비문화와 SNS의 확산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발렌타인데이, 화이트데이 등 각종 기념일들은 모두 연인들을 위한 날이며, 커플링, 커플티 등 커플만을 위한 물건들과 이벤트가 넘쳐난다. 이렇게 커플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면서, 혼자라 이를 향유할 수 없는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고, 연애를 의무사항으로 여기게 됐다. 여기에 접근성과 확산성이 뛰어난 SNS가 가세하면서 이를 느끼는 대상은 더욱 확대됐다.


 그러나 연애 권하는 사회는 오히려 ‘진짜 연애’를 어렵게 했다. 사람들은 진실한 애정이 생기기도 전에 주위에 떠밀려 ‘연애를 위한 연애’를 시작한다. 사랑 없는 연애가 길게 지속될 리 없으니 연애 기간은 짧을 수밖에 없다. 대학생들의 평균 연애기간 조사 결과 ‘100일’이 1위를 차지했다는 충격적인 기사도 있었다. 이런 인스턴트식 연애는 남녀 관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피상적이고 왜곡된 연애를 조장, 궁극적으로 사랑이 빈곤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사랑의 표상인 연애가 사랑을 저해하는 모순적인 결과이다. 

 연애하지 않는 사람들은 주위에 의해 고통 받게 됐다. 연애에 대한 강박관념은 혼자면 불행하다는 괴상한 편견으로 확장됐다. 게다가 일부는 연애하지 않는 사람들이 연애를 못 하는 것이라 여기며, 그 사람이 이상한 사람은 아닌지 의심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시선에 더불어, 커플 중심 소비문화, SNS, 대중매체까지 모두 합세해 연애를 홍보함으로써 솔로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더욱 고착화하고 비정상의 낙인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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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체 왜 축하할 일인걸까? 혼자인 것은 불행한 일인가?


 행복을 줘야할 연애가 행복을 망치는 안타까운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혼자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이다. 사실, 모두 혼자를 경험했고, 그것이 우울하고 비정상적인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주위에 의해 형성된 편견을 부수고, 연애를 강요하는 어리석은 짓을 그만 둬야 한다. 또 연애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통해 자신만의 가치관을 확립하고 주체적인 연애를 해나가야 한다.


 연애는 사람이 서로 교감하고 동시에 사랑의 행복을 나누는 좋은 경험이다. 그러나 이대로 간다면, 사랑은커녕 메말라가는 사랑 속에 연인도, 솔로도 모두 불행한 결말로 마무리될지 모른다. 어쩜 연애 권하는 사회란, 사랑이 빈곤한 우리의 현실을 반증하는 게 아닐까? 개인과 사회 모두를 위해서, 연애에 대한 진지한 고찰은 꼭 필요하다.

[최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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