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타인에 대한 ‘기대감’을 극복하는 방법 [문화 전반]

글 입력 2015.04.30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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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 대한 ‘기대감’을 극복하는 방법


 
우리는 본래 살아남기 위해 산다.
그렇기에 그 삶은 자기 중심적이고 이기적이다.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들 마저 그 존재의 목적이 복제를 통해 살아남으려고 하는 본능에서 시작 되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우리의 내면적 이기심은 당연한 감정일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식욕, 성욕, 혹은 사랑, 질투와 같은 모든 감정과 생각이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의 일종일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인간에게 내가 아닌 ‘남’에게 내가 가진 무엇인가를 주는 것은 애초부터 위험한 발상이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어려워져 내가 가진 것만 가지고 있는 것으로는 살아남기가 부족한 세상이 되었다. 그러면서 타인이 필요해지고 이해심 혹은 배려라는 개념들이 크게 부각되었다. 그것이 공감, 혹은 동양사상가가 말하는 ‘측은지심’ 등으로 발달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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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여기부터다. 본능적으로는 자신만이 살기 위해 처절하게 생겨난 이기적인 인간이, 아이러니하게도 남에게 주고, 받음으로 인해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이 되어버리니 그 관계는 고통 없이 유지될 수 없다.
사실 그것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남에게 주는 그 자체가 아니라, 남에게 무언가를 (혹은 사물, 동물에게) 주는 행위를 통해 내가 생존에 필요한 무언가를 자연히 원하게 되는 감정일 것이다. 이것을 나는 ‘기대감’ 이라 부르고 싶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받는 인간관계의 스트레스는 대부분 이런 ‘기대감’에서 비롯되는 고통일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친구 생일이어서 케이크를 선물로 주었다고 하자. 나는 그 생일 케이크를 위해 내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소비했다. 나를 위해서가 아닌데도 말이다. 그럼 나는 자연스럽게 그 친구도 내 생일을 챙겨주기를 은근히 기대한다. 이건 이기적이고, 의도적인 마음이라 하기엔 너무 자연스러운 느낌이 든다. 혹은 내가 받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해서 준 선물일 지라도, 내 생일에 그 친구의 연락 한 번이 신경 쓰이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행동일 수 도 있다. 이런 사소한 일뿐만 아니라 남녀가 헤어지는 일, 직장 상사와 부딪히는 일, 부모님과의 갈등 등 인간과 인간 사이에 일어나는 문제 그 중심에는 ‘기대감’이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인간관계가 그렇다.
 

그리고 나를 제외한 타(他)적인 모든 것과 관계를 가지는 순간
우리는 흔히 말하는 'GIVE AND TAKE' 즉,
주고받는 것에 잠재적인 의무자가 된다.
물론 더 올바른 표현은 ‘GIVE TO TAKE' 일 것이다.
받기 위해 주는 행위를 하는 것.
 

이 때 우리는 서로에게 자신이 희생한 만큼의 무언가를 ‘기대’한다. 그리고 당연히 내가 아닌 타인은 내가 기대한 만큼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없다. 여기서 미묘한 감정선이 생기는데 이 순간이 ‘기대’가 ‘실망’ 이나 ‘상처’라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변화되는 시점이다.
 

 그럼 이런 기대감으로 비롯되는 마음의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렇게까지 생각한 후에야 ‘무소유’와 같이 욕심을 버리라는 현자들의 말을 생각해본다. 우리는 단지 타인은 내가 아니고, 내가 기대한 만큼을 당연히 채워 줄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것이 첫 발걸음이다. 그까지 이해가 된 후에는 우린 우리를 속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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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믿음을 주는 것이다.
 

 내가 지금 타인에게 준 것이 결국은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는 것. 그 믿음 하나로 우리는 자연스레 생기는 기대감이라는 감정을 상처나 패배로 만들지 않고 기대감이 주는 그 행복한 기운을 유지시킬 수 있다. 당장 내가 타인에게 준 것을 받으려는 조급함을 버리는 것, 그리고 믿음이라는 무모한 감정으로 기대감을 꾸준히 머릿속에 남겨주는 것. 그것이 가장 나를 괴롭게 하지 않는 생각이라 믿는다.
 

  모두들 인간은 사회적 인물이고, 그렇기에 남을 배려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우리는 우리에게 자책감을 동반한 차가움을 전가하고 있다. 이럴 때 오히려 반대로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본래 이기적인 동물이다. 나의 이기적임은 당연한 것이다. 환경이 변화하면서 인간에게 요구되는 것도 변했다. 이제 우리는 타인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타인에게 무언가를 해주는 것은 무의식적인 ‘기대감’을 동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를 위해 무작정 믿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기대감을 없앨 수 없다면 기대감을 연장시키는 것이다.
짧은 우리 생이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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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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