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RIDING HAPPINESS, 아띠인력거 [문화 전반]

글 입력 2015.04.29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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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ding Happiness. 서울을 달리는 아띠인력거.



  계속 뛰어도 앞이 보이지 않던 2013년. 나는 수능을 두 달 앞둔 불안한 고등학생이었다. 그 날도 손에 잡히지 않는 공부를 겨우 마치고 집에 돌아와 무심코 TV를 틀었다. KBS 문화·교양 프로그램 ‘문화책갈피’, 그 중에서도 ‘김창완의 예술수다’라는 꼭지가 방영 중이었다. 가수 김창완 씨가 북촌한옥마을을 달리는 아띠 인력거 대표인 이인재 씨를 만났다. 김창완 씨가 인력거를 직접 끌어보고 자신의 모교인 중앙고등학교 한 켠에 앉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어떻게 인력거꾼이라는 일을 하고 다리로 뛸 생각을 했는지, 왜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직장을 포기하고 이 일을 하게 되었는지…. 인터뷰의 마지막은 이인재 씨가 ‘월든’이라는 책에 감명을 받고, 인생의 무대를 찾았다는 이야기로 마무리 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거창한 메시지는 아니었지만, 자신만의 길을 가는 젊은 인력거꾼의 모습에 반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짤막한 영상을 보며 많은 생각이 오고갔고, ‘서울에 가면 반드시 인력거를 타보리라.’ 결심하며 다시 공부할 마음을 붙잡았다. 열아홉의 나에게 위로가 되었던 15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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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대에 인력거라니, 신기하고도 생경하지 않은가. 나에게 인력거라고 함은 ‘운수 좋은 날’ 김 첨지가 몰고 다니던 예전의 물건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인재 씨는 먼 기억 속에 존재한 인력거를 현대의 서울로 다시 가져왔다. 보스턴에서 공부를 하고 전도유망한 외국계 증권사에 취직한 그는 직장을 돌연 그만두고 한국에서 인력거 사업을 시작했다. 그의 이력에 집중한 사람들은 의문을 품었지만 그는 그저 이 일이 좋았기 때문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보스턴 유학시절, 장애인 친구의 휠체어를 자신의 자전거와 연결하여 차에서는 보기 힘든 학교의 구석구석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얻은 뿌듯함과 기쁨이 밑거름이 되었다. 미국에서의 자전거 인력거 경험들을 바탕으로 아띠 인력거는 이인재 씨가 2012년 7월말에 시작하여 현재 28명의 라이더를 주축으로 2만명 이상의 손님과 함께 인력거에 행복을 싣고 달렸다고 한다. 아띠는 서울의 북촌과 서촌을 돌며 무심코 지나쳐 버린 서울을 다시 발견하고, 수많은 손님들과 소통한다. 


  아띠인력거의 인력거꾼들은 라이더라고 불리우고 그들만의 별명을 사용한다. 인력거는 철저히 사람의 다리 힘으로만 움직이며 숙련된 라이더들이 손님을 태운다. 인력거 하나에 최대 성인 2명이나, 어린이 3명이 탈 수 있고 1시간 또는 30분 씩 인력거를 운행한다.  신입 라이더들은 무료로 사람을 태우기도 한다. 2013년 문화책갈피를 봤을 때는 자전거 6대와 15명 가량의 라이더가 있었는데, 방송 후 일년 반 정도가 지난 지금은 28명의 라이더로 는 것으로 보아 라이더의 수가 점점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아띠는 그동안 청년 창업의 독특한 예시가 되기도 했고, 여러 매체를 타고 이름을 알리고, 전국 곳곳으로 출장을 나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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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스는 로맨틱, 역사 등의 테마로 나뉘고 위와 같이 선택할 수 있다. 

    
  작년 5월에 아띠 인력거를 탔을 때는 무작정 혼자 갔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코스를 정하지 못했다. 어떤 코스를 탈지 갈팡질팡 하고 있을 때에 라이더 잭슨이 말했다. '그럼 제가 좋아하는 길로 갈게요.'
  잭슨은 달렸고 나는 뒤에 앉았다. 서울을 이렇게 달려보다니! 걸어가던 시선들은 인력거에 집중되고 나는 뭐라도 된 것 같은 기분에 민망했지만 잠시뿐이었다. 인력거의 적당한 속도를 즐기게 되었고 얼굴에 닿는 바람은 매우 기분 좋았고 간질거렸다. 잭슨은 북촌을 진입하고 마을 주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뒤에 앉아있는 나에게까지 느껴지는 정겨움. 그는 가끔 인력거를 멈추고 내려 적당한 곳에서 사진을 찍어주기도 했고 내가 무료하지 않게 끊임없이 대화할 수 있게 도와줬다. 보통 가족이나 연인 단위로 많이 온다는데, 종종 나와 같이 여자 혼자 여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조금 민망했지만 오히려 혼자 인력거에 타는 경험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력거와 함께한 시간은 한 시간이었지만, 나는 서울에서 느낄 수 있었던 특별한 정취와 공기를 아직 기억한다. 그게 그리워서 조만간 아띠 인력거를 다시 찾으려고 한다. 여유가 필요한 지친 사람들, 아띠에서 잠깐 쉬어가시라! 



참고/출처
아띠인력거 (ARTEE) www.rideart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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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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