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평범한 여자들의 숨겨진 욕망을 살피다. - 체홉, 여자를 읽다 (파우치 속의 욕망)

글 입력 2015.04.25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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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 학교 연기 수업에서 체홉의 갈매기를 배우고 있다. 안톤 체홉은 19세기 말 러시아의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극작가다. ‘셰익스피어는 시고 체홉은 에세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의 희극은 일상성이 강하고 인간 내면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올해에는 그의 서거 110주년를 맞아 ‘체홉 다시 읽기’가 다방면에서 진행되고있다. 그 중에서도 이번에는 체홉의 공연 [파우치 속의 욕망]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공연 개요]

공연명 : 체홉, 여자를 읽다.(파우치 속의 욕망)
공연기간 : 2015년 3월 7일 ~ 2015년 6월 7일
공연시간 : 화,목,금 20시 / 수요일 17시 / 주말,공휴일 18시 (월요일 공연없음)
공연장소 : 세실극장
관람시간 : 약 90분(인터미션 없음)
관람등급 : 만 15세 이상
티켓가격 : 전석 30,000원
문의 : 세실극장 02-742-7601
번역 : 이항재
극작 : 장서현
연출 : 홍현우



아직까지도 TV에서는 막장 드라마가 대세다. 사랑, 비밀, 욕망, 거짓말... 흔하게 나오는 드라마, 영화의 소재는 바로 불륜이다. 하지만 과거에도 물론 불륜은 존재했을 것이다. 단지 더 은밀하고 어두운 곳에서 행해져서 잘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과연 19세기 러시아에서는 어떠했을까.

연극 [체홉, 여자를 읽다]의 부제는 [파우치 속의 욕망]이다. 여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다니는 필수품인 파우치. 항상 몸에 소지하고 다니는 물건 안에 들어있는 욕망이란 어떤 것일까. 핸드백처럼 겉으로 드러낼 수 없는, 그 안에 넣을 수밖에 없는 파우치 안의 욕망은 드러낼 수 없는 비밀스러운 욕심이다. 연극은 남편의 감시와 불륜에 대한 수치심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욕망하고 일탈하는 여성에 대한 이야기다. 파우치 속에서 꿈틀대는 여자들의 마음을 읽어볼 수 있을 것이다. 극은 체홉의 미발표 단편 중 4편 “약사의 아내”, “나의 아내들”, “아가피아”, “불행”의 단편들을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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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도 

반응하기에 최적화 되어있는 신체를 가지고 세상 앞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런 의미에서 체홉의 여자들은 축복받은 존재들이다. 감각세포는 끊임없이 건드려진다. 동요되고 반응한다. 도덕적 의무를 이탈하게 되는 경계선에 섰을 때 그녀들의 선예한 감각은 어김없이 반응한다. 격심하게 흔들리지만 결코 천박하지 않다. 다만 반응함으로써 자신이 거기에 명백히 존재하고 있음을 증명해보일 뿐이다. 자신의 몸에 대한 반응을 알고, 부정(否定)하지 않는다는 것. 체홉의 여자들이 아름다운 이유다. 부정(不淨)함과 동시에 순결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가장 중용에 가까운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극과 극은 언제나 연결되어있고 결국은 통하게 되어있으므로. 고요하게 순환하는 그 지점. 글을 쓰면서 내 속의 많은 것들이 건드려졌다. 동요되고 반응했으며 이쪽으로 기울었다가 저쪽으로 기울기도 했다. 우리가 균형을 잡아가는 방식은 이렇게 질고도 되다. 
각색 장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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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의도

체홉의 단편소설들 중 로맨스가 돋보이는 작품 네 개를 엮어보고자 한다. 그런데 여기서 보이는 로맨스는 단어의 상투적 뉘앙스에서 느껴지는 달달하고 애절한 느낌의 것들은 아니다. 네 작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실제의 사건들이라고 한다면, 이건 뉴스나 신문에서도 언급될만한 가히 추잡하고 역겨운 빅 스캔들일 뿐이다. 하지만 이 네 사건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귀엽다. 물론 희비극의 틀에 각 소설들을 맞추려고 한 마음의 영향이 더 크겠지만, 원본을 읽는 동안 쇼크보다는 반전의 재미가 있고, 무엇보다 캐릭터들이 재기발랄하게 느껴졌다. 또한 에피소드마다 장르의 구분을 두어(“약사의 아내”는 코미디, “나의 아내들”은 그로테스크 코미디, “아가피아”는 목가극, “불행”은 멜로드라마이다.) 소소한 변화를 느껴보는 것도 즐거운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
연출 홍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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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Episode 1. 약사의 아내 - 모두 잠든 시간. 약사의 아내는 오늘도 잠을 청하지 못하고 있다. 젊은 그녀에게 이 약국에서의 생활이 지겹기 때문이다. 약국 이층에 위치한 집에 창문을 열고 기대선 그녀. 우연히 지나가던 장교들의 말을 엿듣게 된다. 약사의 부인이 미인이니 늦었더라도 약을 사면서 얼굴이라도 보자고 떠드는 말이다. 그녀 이상하게 이 상황이 흥분이 된다. 

Episode 2. 나의 아내들 -  라울 시냐 보로다, 즉 푸른수염은 자신을 7명의 아내를 살해한 기괴한 연쇄 살인마의 모습으로 묘사한 오페라를 인정할 수 없다. 그래서 그 관계자들에게 자신의 의중을 전달하고자 편지를 쓰는데...

Episode 3. 아가피아 -  나, 사프카, 아가피아는 지금 낚시터에 있다. 나와 아가피아는 아는 사이이며, 아가피아와 사프카는 불륜관계이다. 아가피아는 기차소리가 들리면 남편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Episode 4. 불행 - 변호사 일리인은 친구인 안드레이의 부인 소피아에게 긴 시간 구애를 해왔다. 미친 짓인 것을 잘 알지만 제어하지 못하게 된 지도 오래다. 소피아는 그런 일리인의 구애를 항상 거절해 왔다. 그러나 그 거절이란 게 말뿐인 모습이다. 다시 말해서, 거절은 거절이지만 확실하지 않고 모호한, 그래서 듣는 사람은 오히려 더 오기가 발동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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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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