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든든한 샌드위치 같은 영화, 아메리칸 셰프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4.25 19:2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jpg



1. 줄거리

일류 레스토랑의 셰프 칼 캐스퍼는 레스토랑 오너에게 메뉴 결정권을 뺏긴 후 유명음식평론가의 혹평을 받자 홧김에 트위터로 욕설을 보낸다. 이들의 썰전은 온라인 핫이슈로 등극하고 칼은 레스토랑을 그만두기에 이른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그는 쿠바 샌드위치 푸드트럭에 도전, 그 동안 소원했던 아들과 미국 전역을 일주하던 중 문제의 평론가가 푸드트럭에 다시 찾아오는데… 과연 칼은 셰프로서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까?



2. 꿈에 대한 이야기

주변에 사회로 진출한 선배들과 어른들은 모두 하나같이 조언해준다.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평생 즐거워.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들 스스로도 이 말대로 행동하지 못한 채 후회하고 있다. 우리는 입버릇처럼 말한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거야. 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리는 평생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현실에서는 학교 다니랴, 스펙 쌓으랴, 돈 벌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시도하기는커녕 고민할 시간조차 없다. 그렇다 보니 어느새 남들이 정해준 기준에 맞추어 무난한 삶을 살아간다. 


2015021110094634453-540x359.jpg


[아메리칸 셰프]의 칼도 비슷하다. 플로리다에서 창의적인 요리로 명성을 얻은 칼은 LA로 건너와 고급 레스토랑의 셰프로 취직한다. 점차 그는 일과 명성에 매달려 가족과 요리에 대한 즐거움마저 잃는다. 물론 열심히 일하는 건 좋다. 하지만 일의 본래 목적은 무엇인가. 일하기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삶이 즐겁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닌가? 목적도 없이 무조건적으로 일에 빠져 성취감, 즐거움,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까지 놓쳐버린 칼의 모습은 현실 속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랬던 칼은 창의적인 요리를 거부한 사장과의 갈등, '칼 캐스퍼는 자신감 없는 할머니처럼 변했다'는 SNS의 혹평, 유투브 욕설 동영상 파장으로 인해 한 순간에 백수로 전락한다. 이로써 칼의 파란만장한 도전이 시작된다. (비록 자발적으로 시작한 건 아니지만 말이다) 자신이 평생 직업이라고 여긴, 매일 같이 해오던 안정된 삶에서 빠져 나왔을 때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칼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었던 건 진짜 자기가 하고 싶은 꿈에 대한 열정과 철저한 준비가 있었기에 가능하다. 만약 그저 현실에 안주했다면 손님과 음식 평론가에게 매일 똑같은 음식을 내놓고 별 5개짜리 레스토랑의 셰프로 살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욕심이 덜 채워졌고, 그가 애초에 설정했던 행복에는 도달하지 못했기에 그것이 곧 기-승-전-푸드트럭으로 이어졌다. 물론 전처가 푸드트럭 사업을 처음 제시했을 때 그는 어떻게 셰프가 그런 격 떨어지는 일을 하냐며 질색했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건 요리, 좋아하는 것도 요리,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마저도 요리였고, 자유롭게 요리를 할 수 있는 방법은 푸드트럭 뿐이다. 다행히도 칼은 이를 빠르게 깨닫고 단순히 사회의 명성과 성공이 아닌, 꿈을 달성하기 위한 도전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막연하게 기다리지 않고 요리를 하기 전 오븐을 예열하고 재료를 손질하듯 차근차근 준비해나간다. 자존심을 버리고 전처의 전 남편에게 낡은 푸드트럭을 얻고, 또 전에 일했던 레스토랑 요리사들에게 연락을 해 도움을 요청한다. 


8ee01665ee068eab21681c4865036fbd.jpg


사실 이해가 잘 가지 않는 설정이다. 칼이 레스토랑을 떠나면서 부주방장이 된 마틴은 칼의 제안에 푸드트럭에 합류한다. 그도 진짜 자신의 꿈을 쫓게 된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칼의 경우 타인에 의해 직업을 잃었지만, 마틴처럼 자발적으로 행동하기란 엄청난 용기와 결단력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전처의 전 남편이 선뜻 푸드트럭을 내주며 도와주는 상황도 약간 부자연스럽다. 심지어 그를 사랑하는 레스토랑 매니저와 전처도 엄청난 미인이다. 칼에겐 뭔가 특별한 매력이 있는 게 분명하다. 

이러한 드라마틱한 (약간 비현실적인) 과정을 통해 칼은 자신의 꿈뿐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회복한다. 아내의 플로리다 출장에 아들 퍼시를 돌본다는 명목으로 동행하면서 오랜만에 가족이 함께 모인다. 바빠서 얼굴 보기도 힘들었던 아들과 낡은 트럭을 닦고 청소하며 이야기를 시작하고, 퍼시가 하고 싶은 게 단순히 놀이동산에 가서 시간 때우고 팝콘을 먹는 것이 아닌 아빠와의 대화라는 걸 깨닫는다. 충격의 옥수수 전분 뿌리기, 푸드트럭에서 함께 샌드위치 만들기, 1분 동영상 촬영을 통해 퍼시와 칼은 한층 더 가까워진다. 



3. 이외의 이야기 


78026123985_727.jpg

20150112122609_qxjieeph.jpg

TMP_bf22f99f89dced9b807340372e972c6d.jpg


[아메리칸 셰프]는 꿈과 가족 이라는 주제 외에도 SNS, 실직과 창업, 여행에 대해 이야기한다. 칼의 푸드트럭은 플로리다에서 시작해 여러 도시를 거치며 LA로 돌아간다. 가는 길목에 멈추어 그 지역의 맛 - 텍사스의 바베큐, 뉴올리언스 베네를 맛보며 가족들과 함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든다. 드넓은 초원과 끝없는 하이웨이를 달리는 장면을 볼 때면 미국 여행에 대한 로망을 갖게된다. 마치 [미드나잇인 파리]가 파리 여행 신드롬을 만들어냈듯, 미국으로 당장 떠나고 싶어진다. 

또 영화는 몇 년 전부터 사회적 이슈로 등장하고 있는 SNS에 대한 장단점을 보여준다. 처음 칼을 곤경에 빠트리는 주원인이 트위터, 유투브다. 요리 블로거가 올린 혹평의 칼럼으로 칼은 한 순간에 무너지고 블로거와 싸우는 동영상이 유투브에 퍼지면서 요리 세계에서 그는 설 곳을 잃는다. 하지만 그가 재기할 수 있었던 이유는 퍼시가 페이스북을 활용한 푸드트럭 마케팅이다. 푸드 트럭의 위치를 알려주고 요리 사진을 포스팅하면서 점차 그의 트럭은 인기를 끈다. 그리고 영화의 끝, 퍼시가 여행기간동안 만들었던 1초 동영상으로 멀어졌던 가족이 하나가 된다. 

음식영화로서도 최고다. 환상적인 비주얼의 음식들이 식욕 자극하면 기분까지 좋아진다. 비싼 프랑스 음식보다도 치즈 그릴 샌드위치나 쿠바 샌드위치 같은 일상의 음식이 더 맛있어 보이는 이유는 뭘까? 치즈가 녹아내리면서 불판 위에 닫는 순간 지글지글 소리가 들리면 나도 모르게 감탄 소리가 흘러나온다. 영화 개봉 기간 동안 온라인에서는 쿠바노 만드는 법이 검색어에 올랐고 쿠바 레스토랑이 맛집으로 블로그에 홍보된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스칼렛 요한슨 등 화려한 배우들로 눈요기도 할 수 있고 마이애미, 뉴올리언즈 등 미국 남부 풍경까지 둘러볼 수 있다. 간단한 점심이나 간식으로 먹는 단순한 샌드위치가 사랑, 희망, 화해의 밑거름이 되는 영화. 선선한 바람이 부는 여름날 잔디밭에 앉아 샌드위치로 때우는 가벼운 한 끼 식사 같은 영화였다.

[하민영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