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소개] 문학의 숲을 거닐다

글 입력 2015.04.23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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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문학의 숲을 거닐다
저자: 장영희
출판사: 샘터
정가: 12,000원





<책소개>

조선일보의 '문학의 숲, 고전의 바다' 코너에 실렸던 장영희 교수의 북칼럼 모음집. 척추암 선고를 받기까지 약 3년간 연재된 글들을 모았으며, 세계의 고전문학들이 그녀 자신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였는지 편안하고 솔직한 문체로 써내려가고 있다. 

저자는 애초 신문 칼럼 연재를 시작한 취지대로 '독자들이 이책을 보고 책방으로 뛰어가 여기에 소개된 고전들을 들춰보고픈 충동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로미오와 줄리엣', '주홍글씨', '위대한 개츠비',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등 우리에게 제목은 익숙하지만 막상 읽어 보지는 못했던 고전들을 소개하면서 일상 속에 녹아있는 문학의 위대함과 즐거움을 전하는 책이다. 

『내 생애 단 한 번』이라는 수필집에서도 보여주었듯이, 신체적 장애라는 고난의 시간 속에서도 발랄한 유머와 이웃에 대한 사랑을 잃지 않는 그녀는 자신의 삶에서 '문학의 힘'이 단지 허상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다시 일어설 것을 약속하면서 이 책을 끝맺고 있다. 청소년들에게는 교양필독서로서, 또한 성인들에게는 문학을 통한 삶의 교훈과 감동을 전하는 책으로서 소장의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책속으로>

뭐니뭐니 해도 내가 이제껏 본 사랑에 관한 말 중 압권은 에 나오는 "애지 욕기생 愛之 欲其生", 즉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살게끔 하는 것이다"라는 말이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하지만 사랑의 모든 것을 품고 있는 것이다.--- p. 68

문학은 인간이 어떻게 극복하고 살아가는가를 가르친다.
그렇다. 문학은 삶의 용기를, 사랑을, 인간다운 삶을 가르친다. 문학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치열한 삶을, 그들의 투쟁을, 그리고 그들의 승리를 나는 배우고 가르쳤다. 문학의 힘이 단지 허상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다시 일어설 것이다.--- p. 318

때로는 선생이라는 내 직업이 두려울 때가 있다. 내가 별 생각없이 한 말이 젊은 학생들의 마음에 두고두고 남거나 어떤 때는 그들의 삶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지난 스승의 날 병희에게서 온 편지에는 "선생님 말씀에 힘입어 저는 교사가 되었습니다. 인문관 앞 벤치에 앉아 있는 제게 선생님이 '졸업하면 뭐 하니? 넌 좋은 선생이 될 텐데'라고 말씀하셨지요. 그래서 전 선생님이 되었습니다"라고 쓰고 있었다.
좋은 선생이 되기에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병희이지만, 난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는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지난 주 청첩장을 들고 찾아온 민우는 병약하다고 부모님이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사귀었던 여자 친구와 결혼한다고 했다. "선생님이 말씀하셨죠. 사랑의 힘은 위대하다고. 사랑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 줄 겁니다." 오래 전 영문학개론 시간에 내가 브라우닝의 시를 가르치면서 결론적으로 그렇게 말했었다는 것이다.

(중략)

민우가 자신의 청첩장에 인쇄한 이 시는 영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사랑의 이야기로 꼽히는 로버트 브라우닝과 엘리자베스 배릿 브라우닝의 열애의 기록으로서, 마흔 살의 노처녀이자 장애인이었던 엘리자베스 배릿이 당시로서는 무명 시인이었던 여섯 살 연하의 로버트 브라우닝의 끈질긴 구애를 받아들이면서 쓴 연시이다.
현재는 문학사적 위치가 남편의 명성에 가려졌지만 당시만 해도 그녀는 남편보다 훨씬 유명한, 워즈워스의 뒤를 이을 계관시인의 후보로 꼽히는 시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재기가 뛰어나 네 살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던 그녀는 이미 열한 살 때 <마라톤 전쟁>이라는 4권으로 된 서사시를 발표했다.
유복한 가정, 아름답고 전원적인 환경 속에서 시재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던 배릿의 소녀 시절은 행복했다. 그러나 열다섯 살 되던 해에 그녀는 말에 안장을 얹다가 척추를 다치고 다시 몇 년 후에는 가슴이 동맥이 터져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는다.

(중략)

아마도 민우를 가르칠 때 내가 이런 브라우닝 부부의사랑이야기를 해주었나보다. 사랑의 힘을 믿는 민우의 앞날에 행복과 축복만이 가득하기를 절실히 소망하며 나는 결혼 축하 카드에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또 다른 시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느냐구요?>를 적어 주었다.

내가 당신을 어떻게 사랑하느냐구요?
방법을 꼽아 볼게요. 내 영혼이 닿을 수 있는
깊이만큼, 넓이만큼, 그 높이만큼 당신을 사랑합니다...  닫기 --- p. 27


<추천평>

문학의 최종 목적은 사랑이 아닐까 한다. 장영희 교수는 그걸 찾기 위해 문학의 숲을 거닐었을 듯싶다. 그는 문학에서뿐 아니라 삶 자체에서 부단히 신의 존재와 영혼의 존엄성, 진리와 미, 그리고 사랑과 기도를 믿으려고 애써왔다. 그 값진 노력이 결집된 이 책을 통해 함께 공감하게 됨을 기쁘게 생각한다. 문복文福만큼 건강의 복도 함께하길 빈다. 
--- 피천득 (영문학자, 수필가) 

장영희 님은 우리 지상의 삶과 하늘의 섭리를 드러내기 위해 특별히 선택 받은 사람인가 봅니다. 깊은 흐느낌을 삼킨 그의 영혼의 무기는 오직 이 세상과 자신에 대한 감사와 사랑뿐이며, 그는 끝끝내 그 공손한 삶의 길을 지켜가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빛과 향기가 지금껏 만나온 여러 고전 작품들의 감동과 어우러져서 우리 삶과 세상을 밝히는 귀중한 지혜의 보석들로 결정結晶되고 있습니다. 
--- 이청준 (소설가) 


정확하고 온화하게, 그리고 표 안 나게 강한 글을 장영희가 쓴다. 그는 생각의 심지가 굳건하게 아주 깊게 우주에 박혀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나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 질 것이다. 장영희는 그런 힘이 있다. 그런 힘은 많은 지식과 긴 연마를 통해서 얻어진다. 이 책은 이미 드러난 한 부분이고… 꿈꿀 수 있는 상상의 씨앗을 한 움큼 쥐어주는, 힘차게 살아갈 힘을 주는 책이다. 그것도 문학이라는 향기 나는 처방을 통해서. 
---김점선 (서양화가)




[나유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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