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특집] Amuse in Play : 벚꽃동산 (안톤 체호프 作)

글 입력 2015.04.22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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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use in Play! : 벚꽃동산
 
 
글, 편집 - 서 지 예 (ART insight 편집팀)
 
 
서ㅛㅕ.jpg
(글쓴이 손과 대본입니다 / 그래도 멋있어 보이게 찍으려고 노력한 한 장면 / 하지만 손이 나옴 헤)
 
<벚꽃 동산> 은 러시아 사실주의 거장, 안톤 체호프의 4대 희곡 중 하나인 작품입니다. 이전에 소개해 드린 <천사여, 고향을 보라> 라는 작품도 사실적인 묘사들에 주목해 보시는 게 흥미로우실 것이라는 말씀을 드렸었어요. 이번 고전 명작인 <벚꽃 동산> 역시 절제되어 있는 일상적 모습들이 재밌게 느껴지실 수 있을 거예요.
 
19세기 러시아의 사실주의 작가로 당연하게 꼽을 수 있는 안톤 체호프의 공연도, 그 당시에는 재앙 수준의 대실패! 를 겪었었다고 해요. 오늘 저는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하겠지만, 그 밖에 안톤 체호프에 대한 흥미로운 뒷 이야기들도 다뤄보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작품에서 안톤 체호프, 그와 얼마나 가깝게 만나보셨나요?
 
 

 
 
<시놉시스>
 
 
2012년 벚꽃동산.jpg
(2012년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되던 '벚꽃동산' 의 공연 사진)

광활하고 아름다운 벚꽃 동산의 여지주 라네프스카야는 5년간의 파리생활을 청산하고 백야가 눈부신 5월에 벚꽃 동산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농노해방과 지주의 몰락으로 벚꽃 동산은 빚더미에 올라 이자를 갚지 못하면 경매 처분될 위기에 놓여있다. 상냥하고 너그러운 라네프스카야의 인품에 과거 농노시절 위로를 받았던 신흥재벌 로파힌은 빚더미에 오른 라네프스카야를 위해 벚꽃 동산을 별장지로 임대할 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라네프스카야와 그녀의 오빠 가예프는 과거의 행복했던 추억이 담긴 벚꽃 동산이 훼손되는 것을 원치 않아 로파힌의 제안을 거절하고 결국 벚꽃 동산은 경매에 붙여지게 되는데... 한편 뻬쨔와 아냐는 서로 사랑에 빠지고, 라네프스카야의 수양 딸인 바랴와  로파힌도 서로 사랑하고 있었다. 벚꽃 동산의 경매가 열리는 날, 결국 벚꽃 동산은 로파힌이 낙찰받게 되고 라네프스카야의 가족들은 모두 흩어지게 되는데, 마지막 날까지 바랴는 로파힌의 청혼을 받지 못한다. 모두가 흩어져 떠나고 남게된 늙은 하인, 피르스만이 어디로 향하지 못하고 집에 남아 홀로 죽음을 맞이한다.
 
 

 
 
<주요 캐릭터>
 
라네프스카야 (류바) - 이성보다 감성에 치우쳐 생을 살아가는 벚꽃동산의 나약한 여지주.
뜨로피모프 (뻬쨔)    - 새 시대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식인, 아냐를 보고 사랑에 빠진다.
로파힌 - 현실적인 인물이지만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상인, 바랴를 사랑하고 있다.
바랴    - 책임감이 강하지만 억척스러운 구석이 있는 여지주의 수양 딸, 로파힌과 사랑하고 있다.
아냐    - 뻬쨔와 사랑에 빠진 후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망을 품는 라네프스카야의 딸.
가예프 - 라네프스카아의 오빠, 연설하는 습관이 있다.
피르스 - 귀가 잘 안들리는 늙은 하인.
두냐샤 - 허영심 많은 젊은 하녀.
 
(이름에 대해 재밌는 점이 있는데, 러시아로 '가예프'의 뜻이 어릿광대, 익살꾼이라는 뜻이고 '로파힌'의 미들 네임인 '예르몰라이'는 둔한,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해요. 이름이 캐릭터의 성격을 나타내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jpg
(잘생기셨어요)
 
극작가 :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Anton Pavlovich Chekhov, 1860~1904)
 
그의 본래 직업은 사실 의사였어요. 1885년, 의과대학 학업을 마치기 위해 처음으로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도착했을 때, 그는 자신이 이미 유명한 작가가 되어있다는 사실에 무척 놀라워했다고 해요. 체호프가 처음 썼던 단편들은 그의 학비를 지불하고, 가사에 보탬이 되고자 별 생각 없이 썼던 작품들이었기 때문이예요. 그가 본격적으로 직업으로서의 문학에 집중하게 된 계기는 19세기 러시아 작가 'D.V.그리고비치 (드미트리 그리고비치)' 의 편지를 받은 것이라고 합니다. 당시 드미트리 그리고비치는 재능을 낭비하지 말라는 충고를 담은 편지를 안톤 체홉에게 보냈다고 해요. 체호프는 드미트리 그리고비치 외에도 극작가 막심 고리키, 배우 및 연출가 스타니슬라프스키와도 각별한 친구 사이였어요.
 
특히 사실주의 리얼리즘의 최고봉이라 불리는 콘스탄티누스 스타니슬라프스키 (Konstantin Sergeivich Stanislavki,1863~1938) 는 체호프의 주요 작품들의 연출을 하기도 했었는데, 체호프의 4대 희곡인 <갈매기> , <바냐아저씨>, <세자매>, <벚꽃동산>에서는 직접 역할을 맡아 연기를 하기도 했어요. 이번 소개드리는 <벚꽃동산>에서는 스타니슬랍스키가 '가예프' 역할을 맡아 인물을 창조해냈다고 하네요. 이런 두 사람의 연관성이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놀랍도록 사실적으로 절제되어있는 체호프의 작품과 스타니슬랍스키의 무대에 대한 생각이 잘 맞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스타니슬랍스키가 그의 초기 작업을 회고하면서 "문제는 바로 여기에, 즉 삶 그 자체를 무대로 가져오는 데에 있다" 라고 써내려 갔었거든요.
 
안톤 체호프의 작품에는 지방 중산층이 겪는 일상적인 사건과 사람들의 삶을 바꿔버리는 외부의 힘에 대한 그의 관심이 드러나있어요. 그리고 특히 희극과 비극을 교착시키는 능란함이 놀랍다고 평가됩니다.
 
예를들어,  <벚꽃 동산>에서 바랴와 로파힌은 결혼할 운명처럼 보이고, 벚꽃 동산을 낙찰 받은 로파힌 덕분에 벚꽃 동산은 바랴 가족의 소유로 남을 수도 있었어요. 하지만 로파힌은 희극적인,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우물거리다 청혼을 하지 못하죠. 이 장면이 끝났을 때 우리는 대부분 씁쓸함을 느낄꺼예요. 사실 그 희극적인 장면은 벚꽃 동산을 구할 수 있었을 마지막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체호프의 천재성은 우리에게 '희극의 저 편에는 종종 비극이 깔려있음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한다' 라고 이야기해주고 있어요.
 
 
체호프 세자매.jpg
(ⓒT.Charles Erickson / 체호프의 <세 자매> 공연 중 한 장면)
 
그리고 체호프 연극의 특징 중 또 하나는 바로 '앙상블' 입니다. 위의 사진은 예일 드라마 스쿨에서 상연된 체호프의 <세 자매> 작품 중 한 장면이예요. 제가 이 사진을 들고 온 이유는 사진 속 배우들의 앙상블을 느껴보셨으면 좋겠어서 이 사진을 들고 왔어요. 사진 속 주요 배역은 중앙의 하얀 옷을 입은 여배우와 그 옆에 쪼그려앉은 남자배우입니다. 하지만 장면에서는 주요 배역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 등장하는 모든 배우들의 호 작용에 강조를 두고 있어요. 정말 일상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일상 속 사건들을 담담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체호프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이러한 면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체호프 갈매기.jpg
(ⓒ Austrian Archives / Corbis / <갈매기>의 캐스팅을 위해 작품을 읽고 있는 체호프-중앙 )
 
 '당시에는 안톤 체호프의 공연도 재앙 수준으로 대실패를 겪었다' 라는 일화!
 
사실 그 당시 안톤 체호프는 이미 러시아 최고 수준의 단편 소설 작가 중 한 사람이었지만,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의 <갈매기> 공연은 정말 절망적일 정도로 망했었다고 합니다..ㅋㅋㅋ
 
당시 <갈매기>의 공연 극단 측은 체호프의 혁신적인 드라마 기법을 이해하지 못했고, 그래서 심지어 리허설도 거의 없던 상태로 공연이 올라갔다고 해요. 거기다 관객들은 당대 최고 인기의 여배우의 희극 연기를 기대하고 극장으로 모여들었지만, 공연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관객들은 온갖 야유와 휘파람을 불어대며 대사 전달을 방해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체호프는 그것을 견디다 못해 공연이 끝나기도 전, 마지막 막 도중에 사라졌구요. 이런 사건 이후 체호프는 한 때 '더 이상 절대로 무대를 위해 작품을 쓰지도 않을 것이며, 자신의 극작품이 공연되는 것을 허락하지도 않을 것' 이라고 맹세했었다네요. 하지만 그 후에 모스크바 극장을 설립한 '블라디미르 네미로비치-단첸코'와 '스타니슬라프스키' 는 체호프의 작품들에 완전히 매료되었고, 그래서 공연을 하지 않겠다던 체호프를 설득해 모스크바에서 공연을 올렸답니다. 그리고 그 공연은 엄청난 관객들의 반응을 몰고왔고, 이 사건으로 현대 연극의 새로운 장이 시작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게 되었어요. 그 당시 공연장 내에 있던 관객들은 "마치 댐이 무너져 내린 것처럼, 마치 폭탄이 터진 것처럼, 귀청이 터질듯한 박수갈채가 터져나왔다" 라고 이야기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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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khov’s “Cherry Orchard” at the Classic Stage Company)
 
19세기 말 러시아는 당시 문학의 황금기였어요. 인간의 이성보다 개인의 감수성을 중요시하는 고전주의와 비현실적 낭만주의를 선호하던 러시아 문학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의 '갈매기' 공연이 실패했던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요.) 이 그를 거부하고 예술적 사실주의를 채택하기 시작했던 시대가 됬을 때 예요. 하지만 그 후에 반동정치로 문학이 사회적 영향력을 상실하는 시기가 왔고, 러시아의 사실주의는 잠시 정체되었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기에도 체호프는 작품을 통해 시대의 변화와 요구에 따른 올바른 목소리를 전달하는 러시아의 사실주의 대표작가가 되었어요.

그에 따라 <벚꽃 동산> 이라는 작품 또한 19세기 말 러시아의 아름다운 벚꽃 동산을 배경으로 그려진 이야기가 되었는데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까지 변화와 격동의 시대를 겪은 러시아는 농노제가 폐지되고, 공업과 교통, 통신 제도 등이 급속히 발달했어요. 그리고 기존의 질서체계가 흔들렸고, 사람들의 가치관 또한 변화되던 시기였습니다. 이러한 시기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 속에서 시대를 보여주는 인물들을 찾아보세요.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으실거예요. 
 
 


 
오늘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풀어보았네요!
 
이 다음 작품으로 이어서 <태 - 오태석 作>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글, 편집 - 서 지 예 (ART insight 편집팀)
 
ART insight
Art, Culture, Education -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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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서적 : 세계연극사 - 에드윈 윌슨 / 앨빈 골드퍼브



[서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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