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아 구바이둘리나의 정교한 현대음악

글 입력 2014.05.30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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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2014년 5월 26일
장소 :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Conductor Peter Hirsch
Baritone 정록기
Piano 최희연
​Cello 성현정&Julius Berger
서울 바로크 합주단
<Set List>
바리톤과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위한 칸타타 "루바이얏(Rubaijat)" <한국 초연>
피아노와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인트로이투스(Introitus)" <한국 초연>
첼로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두 개의 길(Two Paths)" <세계 초연>
​1. 소피아 구바이둘리나의 곡으로만 온전히 이루어진 콘서트였다. 마지막 곡 "두 개의 길"이 끝나고 소피아 구바이둘리나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현대음악의 여신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소피아는 여신의 비주얼은 아니었지만 저런 작곡을 할 수 있기에 그렇게 불리는 것 같다. 인터미션이 끝나고 "두 개의 길" 연주를 위해 오케스트라가 무대에서 잠깐 각자 연습을 하는 걸 들으면서 우리(나와 함께 간 사람)는 저 소리가 본공연이래도 믿겠다고 웃으며 얘기했다. 이 농담이 실없는 소리였다는게 드러난 건 "두 개의 길"의 연주가 시작되면서였다. 악기들 간의 연결이 없는 연습을 듣고 그 이야기를 하고 나서 꽤 집중해서 듣게 되었는데 구바이둘리나의 음악이 대단히 정교하게 짜여져있다고 이때 느꼈다. 현대음악은 무질서하게 소리들을 나열해놓은 음악이라고 제대로 들은 적도 없으면서 편견을 갖고 있었다. 악기들이 내는 소리로만 치자면 함께 간 사람의 표현대로 '기괴했다'. 첼로가 그런, '끼이이이이'하는 소리를 내는 건 처음 들었다. 첼리스트가 활을 굉장히 짧게 잡고 연주했다고 한다. 한 무리의 비올리스트들이 비올라 몸체를 치는 소리가 이따금 곡의 일부가 되기도 했다. 이런 건 대체 악보에서 어떻게 적히는 거야,하는 의문. 어쨌거나 보통의 클래식에서 듣기 힘든 소리는 둘째치고 지금 듣는 이 음악의 정교함을 알게 되니까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고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이런 음악을 만들어낸 작곡가와 대규모의 소리를 움직이는 지휘자, 그리고 연주자 모두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2. 독특한 이름의 "루바이얏(Rubaijat)"은 페르시아의 시인 오마르 하이얌의 시집의 제목이라고 한다. 이 곡은 소피아 구바이둘리나가 1969년에 작곡했다. 눈 때문에 자막이 안 보여서 대사의 내용이 뭐였느냐고 물어보니니까, 착한 사람은 악한 사람에게 당하기만 하고 악한 사람이 잘산다는 내용이라고 했다. 그래서 바리톤이 그리 울부짖었군. 바리톤이 "하하하하하하!"하고 웃을 때 왠지 우스워서 나도 따라 웃었다.
 
3. "인트로이투스(Introitus)"가 감명깊었던 이유는 피아니스트 허대욱 님의 공연에서 받은 느낌 중에 하나가 생각나서다. 여백. 초등학교 4학년 교실의 왁자지껄함을 억지로 가라앉히기 위해 들릴듯 말듯 열심히 속삭이는 선생님 목소리 같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그런 장면을 상상하면 안타까우면서도 한심하다. 여백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소리로 차있지 않아도 귀를 기울이고 시선을 쏟는 것이 당연한, 그런 것 같다. 조용하면서도 힘이 있고, 단조롭지 않으면서 아름답다거나 대단하다고 느끼게 되는.
 
 
[박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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