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웃긴 사진의 대가, 엘리엇 어윗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4.14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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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갤러리에 두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고야의 [옷 입은 마하 부인]과 [옷 벗은 마하 부인]이다. [옷 벗은 마하 부인] 앞에는 남자들이 우글우글대며 그림(과연?)을 감상한다. 하나같이 진지한 태도로 팔짱을 끼고 그림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다. [옷 입은 마하 부인] 앞에는 여자 한 명이 덩그러니 서있다. 외로워 보인다. (1995년, 마드리드)




위의 유명한 사진을 촬영한 작가가 바로 엘리엇 어윗이다. 엘리엇 어윗은 위트 넘치는 유머 사진작가다. 현존하는 매그넘의 최고령 회원인 그는 1930년대 후반부터 사진을 배우기 시작해 반세기가 넘도록 광고, 패션, 뉴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진을 찍어왔다. 그의 사진철학은 ‘사진은 유머를 담아야한다’로 표현할 수 있다. 진지할 수 있는 소재에도 유머러스한 요소를 꼭 하나쯤은 넣고, 피곤하고 지루한 일상을 재치 있게 풀어낸다. 화려한 기교도, 묵직한 저널리즘도 없지만 그의 사진 하나 하나에는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렇다고 해서 웃긴 사진만을 찍는 것은 아니다. 다른 작가들이 진지한 관점에서 시사성있는 주제를 바라볼 때 엘리엇은 가볍게 접근한다. 대중들은 의미를 파악하려 애쓰지 않아도 쉽게 사진을 접할 수 있어서 그의 사진을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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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성이 짙은 사진 중 하나. 1950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찍은 이 사진은 인종차별을 고발하고 있다.




엘리엇의 유명한 사진집들 중 [핸드북 handbook]을 소개해보려 한다. 핸드북은 영어로 소책자, 가이드북을 의미한다. 하지만 엘리엇 어윗은 [핸드북]을 말 그대로 핸드-북, 손을 찍은 사진을 모은 책으로 새롭게 해석했다. [핸드북]은 손이 가진 다양한 의미와 기발한 메시지들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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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은 교감이다. 손과 손이 맞닿는 순간 내 옆에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으면서 위안을 느낀 적이 있다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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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인사? 기도? 손이라는 한 가지 생물학적 장기만으로도 다양한 기능을 취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단지 물리적인 행위가 아닌, 서정적인 감성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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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슬픔, 좌절... 희노애락을 표현하는 손은 마치 인생의 축소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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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손이라는 동일한 소재가 주는 지루함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재료를 찾아 헤맸다. 자연, 동상, 텍스트까지. 그의 유머러스함에 늘어질 틈이 없다. 


세상에서 제일 웃긴 사진작가 엘리엇 어윗. 그는 ‘사람을 웃게 만드는 것이야말고 큰 성공이다. 어려운 일이기에 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엘리엇 어윗은 세상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진작가일지도 모른다. 


[하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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