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의 어린왕자는 어디에 있나요? [문학]

글 입력 2015.04.11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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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밤 하늘을 바라본다.
어린왕자, 양, 꽃, 그의 별을 찾기 위해.
어딘가 있을 나의 별을 찾기 위해.

내가 초등학생이었는지, 중학생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처음 접했을 때, ‘코끼리를 통째로 삼킨 보아구렁이’ 그림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저렇게 나타낼 수도 있구나!’
내가 그 그림을 그렸다면, 입을 벌리고 있는 보아구렁이를 그렸을 것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
‘상자 속의 양’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 상자 속엔 어린왕자의 양 뿐만 아니라 내 양도 같이 살고 있었다. 
내 양과 어린왕자의 양은 상자 안에서 다정하게 뛰어놀고 있었다.
어린왕자의 탐험일지. 그 탐험일지도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었다.
왕도 이해할 수 없었고, 술을 먹는 술꾼도 이해할 수 없었고, 지리학자도 이해할 수 없었다.
오직 가로등을 키고 끄는 사람만이 대단해보였다. 마치 어린왕자와 흡사했다.
어린왕자를 처음 접한 나는 그랬다.
마치 어린왕자가 당시의 내 옆에 있는 것 같았다.
그때의 나는 그랬다.

그리고 고3 수능이 끝난 09년 12월. 그 때 읽은 어린왕자는 달랐다.
물론 똑같은 비슷한 부분도 있었다.
‘코끼리를 먹는 보아구렁이’ 그림이라던가 어린왕자의 탐험일지.
이 두 개는 처음 접했을 때와 별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더 이상 나의 양은 ‘상자’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 상자 속엔 어린왕자의 양 한 마리만 있었고,
그 양 혼자 상자 안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부터 였을까? 어린왕자는 내 곁에 있지 않았다.
어린왕자는 멀찌감치 떨어져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그랬다.

10년 12월 이후 연례행사로 어린왕자를 읽기 시작했다.
11,12,13,14 그리고 올해도 여전히 어린왕자를 읽었다.
지금, 나의 어린왕자는 어떨까?

그 전에 나의 꿈 변천사(?)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처음 가졌던 장래희망은 과학자였다.
집에 있던 제품을 뜯어보고, 버튼 하나하나 다 눌러보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고 재조립했었다. 미니카, 자명종, 비디오 테잎, 오디오 카세트, 비디오 플레이어까지! 집에 있던 눈에 띄는 거의 모든 건 뜯어보고 다시 조립했었다. 모든게 신기했었다. 그래서 꿈이 과학자였다.

그 뒤, 장래희망은 야구선수였다.
아빠 손 잡고 야구장을 갔을 때, 현대 유니콘스의 경기를 보며 마운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모습이 너무나 멋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동경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장래희망이 야구선수 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2년 뒤, 나의 꿈은 수학선생님으로 바뀌었다.
그 땐 수학이 좋았다. 수학 문제를 푸는게 좋았던 것도 있었다.
내가 푼 풀이과정과 다른 사람이 푼 풀이과정을 서로 비교하면서, 색다른 풀이과정을 찾는 것이 재밌었다.
그리고 증명이 매우 흥미로웠다. 수학에서 이루어지는 ‘매우 엄밀한’ 증명.
물리학도의 입장에서 봤을 때, 수학의 ‘엄밀한 증명’은 물리의 그것과는 다르다. 조금 다른 게 아니라 완전히 다르다. 중학생이었을 때, 몇 가지 간단한 증명을 배우면서 ‘매우 엄밀한’ 수학의 세계에 매료됐다. 그 꿈은 한동안 지속됐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방학이 오기 전까지..

고등학교 2학년에서 3학년으로 넘어가는 겨울방학이 왔다.
나의 꿈은 수능 준비를 하면서 야심차게 변화한다.
‘물리학자’!! 그래 나는 ‘물리학자’가 될 거야!
이 꿈의 시작은 제임스 글릭의 저서 ‘CHAOS'라는 책에서 시작됐다. 그 책에 실려있는 'Strange Attractor’가 신비로웠고, 패턴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있기도 했다. 그래서 대학교에 진학하고 나서, 교수님과의 첫 상담시간에 뭘 하고 싶냐는 질문에 이런 대답을 했다.
‘Chaotic dynamics, 비선형 동역학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 지금의 나는 어떠한가?
4학년. 물리학과 4학년이다. 하지만 꿈은 다르다.
아니 꿈이라고 할 수 없다. '목표‘라고 정정하는게 맞을 것 같다.
지금은 클래식 공연기획사에서 일하고 싶은 ‘목표’를 잡고 있는 4학년이다.

다시 어린왕자 이야기로 돌아가야지.
어린왕자는 더 이상 내 곁에 남아있지 않다.
그는 하늘 위로 돌아가고 여기엔 없다.
보아구렁이 그림도 그저 모자일 뿐이고,
양이 들어있던 상자도 이젠 2차원 평면위에 그려진 윗면 없는 육면체에 불과하다.
왕의 입장도, 술꾼의 입장도, 가로등을 켜는 사람의 입장도 모두,
내겐 더이상 '이해할 수' 없는 존재들이 아니었다.
현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이야기였다.

어렸을 적 어린왕자와 같이 있던 시간들은 이제 뇌세포 어딘가에 곤히 잠들어 있다.
그 뇌세포는 깨어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아니, 이미 새로운 세포로 재탄생해서 그 기억이 온건히 남아있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의 나는 이렇다.

하지만 나는 그와 같이 있고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밤 하늘을 바라본다.
어린왕자, 양, 꽃, 그의 별을 찾기 위해.
어딘가 있을 나의 별을 찾기 위해.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을 보기 위해.

'어린 왕자'

박민규문화초대문영팀원-태그.jpg



[박민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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