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015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 연극 '씨름'

글 입력 2015.04.11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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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4일
아트인사이트의 초대로 연극 '씨름'을 
관람하고 왔습니다.


씨름_포스터.jpg


2015년 서울 연극제 공식 참가작인 연극 '씨름'은
전쟁과 그 시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씨름'이 주가 되어 줄거리가 전개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도 더욱 무거운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동양예술극장.JPG


연극 '씨름'은 동양예술극장에서 공연 되었습니다. 
동양예술극장은 이번에 처음 방문하였는데, 
원래는 아트센터 K 공연장이었다고 하네요.
1번 출구에서 골목을 지나 조금 구석에 위치하고 있었는데요.
찾아가는 길이 약간은 헷갈릴 수 있으니, 
혹시 방문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개관한지 얼마 되지 않아 깔끔한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제가 관람한 날은 역시나, 연극 '씨름' 의 첫 공연 날이었습니다.
요즘 들어 첫 공을 자주 보러 다니는 것 같아 괜스레 뿌듯한 느낌이 듭니다.
공연장에 들어가 보니, 첫 공연인지라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고사를 지내는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씨름장을 연상케하는 무대 구조와 그곳에서 고사를 지내는 모습이
마치 시골의 잔치에 와 있는 것 같은 정겨운 느낌이 들었어요.
들어가기 전에 핸드폰을 꺼놓은지라, 미처 사진을 찍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쉬웠네요.
좀처럼 보기 드문 풍경에 관객들도 열띈 호응을 해주었고,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연극 '씨름'은 초반에는
전쟁터에서 굴 속에 함께 있게 된 웅치와 건만의 이야기를 위주로 전개되었습니다.
전쟁 속의 참혹함과 그 속에서의 인간들의 나약함, 첨예한 갈등 구조가 전개되기보다는
초반에는 주인공인 '웅치'와 '건만'이 각자 어떤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둘의 다름을 확연히 보여주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전쟁통에서도 두 주인공이 마을에 있었던 시절을 회상하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웅치'는 용감하고 능동적인 사람입니다.
마을에서 열렸던 씨름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할 정도이죠.
그래서 마지막에도 적군을 물리치고 굴을 탈출하고자 합니다.
그에 비해 '건만'은 소심하며 수동적인 사람입니다.
마을에서도 어른들이나 또래들에게 '계집애'같다고 놀림을 당합니다.
웅치가 힘을 합쳐 적군을 물리치고 굴을 떠나자고 했을 때도,
결국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고 굴에 남게 됩니다.
전쟁이 끝난 후 '건만'이 마을로 다시 돌아오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작품은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관점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쟁'의 아픔과 그로 인해 피폐해져 버린 모든 것들에 대해서나, 
한 인간의 트라우마와 희망이라는 비뚤어진 욕망에 대해 초점을 맞출 수도 있습니다.
또한 두 주인공의 경쟁구도를 통한 
무한한 경쟁 사회에 대한 비판에도 초점을 맞출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단순히 그 시대를 살아온 피해자인 '웅치'와 '건만'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요.

그러나 약간 다른 관점에서 해석한다면,
시대에 따라 점점 사라져가는 우리 고유의 전통과 
전쟁이 끝나고 급변해왔던 지금 우리의 현대 삶과의 대립구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씨름'은 우리 전통 고유의 운동 그 자체입니다.
말 그대로 심장과 심장을 맞대고 겨루는, 
한국의 정이 느껴지는 스포츠입니다.
그리고 연극 '씨름' 안에서는 '소'가 많이 등장하는데요, 
'소' 또한 우리 전통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또한 주인공 '웅치'는 그 당시의 이상적인 남성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용기 있고 어디서든지 앞장서서 행동하는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주인공 '건만'은 겁이 많고 '계집애'같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반면 섬세하며 바로 행동하기보다는 해결방안을 먼저 생각하는 신중한 성격입니다.
'건만'은 토끼를 사냥하지 않고, 미끼를 통해서 잡았다고 아버지에게 혼이 납니다.
또한 마을에서 우물에 빠진 소를 구할 때 
무작정 힘을 쓰기보다는 자신만의 방법을 생각해 냅니다.
이는 '건만'만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 현대에는 그 당시처럼 남성성과 여성성을 심하게 강요하지 않습니다.
여성스러운 남성이나 남성스러운 여성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며 
성별만으로 사람을 판단하거나 편견을 갖지 않는 것이 요즘 시대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건만'의 그러한 행동들은 그 당시에는 결코 인정을 받을 수 없었겠지요.
그렇기에 남성스러운 '웅치'가 당시의 전통상이라고 한다면,
반면 '건만'은 항상 불안해하며 끊임없이 경쟁하는 지금의 현대인과 매우 닮아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웅치'가 마을로 돌아왔을 때는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으며, 이미 논밭은 없고 그 위에 공장이 들어서 있었습니다.
그 모습이 무대에 영상으로 그려지는데, 
당시의 전통적인 것, 옛 것이 사라지는 모습이 조금은 안타까웠습니다.
고향에 돌아온 '웅치' 또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그렇게 '웅치'가 없을 동안, '건만'은 어느새 마을의 군수가 되어있었습니다.
'웅치'는 돌아와서 새로 바뀐 마을에 불만을 느끼고 술만 마시며 겉돌게 됩니다.
이는 곧 현대 문물로 인해 전통이 점점 사라져 
결국 설자리가 없어짐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웅치'가 돌아온 후 부터 
마을 사람들과 부모님께 인정받지 못하고 '웅치'에게 비교당했던 것이
항상 트라우마로 남았던 '건만'은 점점 몸과 마음이 피폐해져갑니다.
그리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마저 하게 되지요.
이 극단적인 선택은 개개인의 경쟁으로 인한 비극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이를 현대 문물의 이기심으로 인해 전통의 것이 결국 사라졌다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어찌 됐던 비극적이며 누굴 탓할 수도 없는 안타까운 결말이지요.

극은 몇십 년 후, '건만'이 자신의 아들에게 
씨름을 가르쳐 주는 모습으로 끝이 납니다.
이를 통해 '건만'이 그래도 '웅치'를, 
하나의 전통을 잊지 않았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건만'은 극단적인 선택 후에 아마 깊은 후회와 반성을 했을 겁니다.
그렇기에 '씨름'을 아들에게 전수함으로써, 
'웅치'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씨름'이라는 고유의 전통,
전통의 소중함을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의지 또한 엿보입니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한'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한'을 최대한 흥겹고, 
오히려 더욱 즐겁게 이겨내고자 노력하였습니다.
무거운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커튼콜에서 오히려 모든 배우들이 
더욱 밝은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인사할 때 그런 한의 승화가 느껴졌습니다.
힘든 세상이지만, 그래도 웃자고.





연극 '씨름'!
주인공인 '웅치'의 비중이 좀 적었고, 
이로 인해 둘의 갈등 구도가 많이 나오지 않은 것 같아
전개 면에서 조금은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제가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웃음 요소가 간간이 있고 몰입도가 뛰어난 작품이기도 합니다.
 
본 공연은 이제 딱 이틀, 12일까지 공연될 예정입니다.
지금이라도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저는 다음 공연으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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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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