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린다 매카트니와 우리, 그 희미한 경계를 넘어서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4.09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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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매카트니와 우리, 그 희미한 경계를 넘어서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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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어렵다. 음악은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표현하며 4분이라는 시간 동안 슬픔을 달래주기도 하고, 희망을 전해주기도 한다. 미술작품은 음악처럼 직관적이지는 않지만 오래 보고 있노라면 화가가 그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감정이나 생각이 드러날 때가 있다. 강한 터치감이 느껴질 때, 안개가 끼인 것처럼 오묘한 색이 보일 때와 같이 말이다. 그런데 사진은 나에겐 너무도 어려운 표현처럼 느껴졌다. 유명한 사진작가들의 인터뷰를 보면 그들은 주로 구도나 분위기 등을 통해 그들의 생각을 전한다고 했다. 하지만 사진에 관한 기본지식 조차 없는 나에게는 여전히 어려운 언어였다. 그렇지만 한 편으로는 그렇기에 더욱 이해하고 싶었다. 그런 고민들이 오고 갈 때쯤,
‘린다 매카트니(Linda McCartney)’의 사진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녀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비틀즈의 멤버 ‘폴 매카트니’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세기의 뮤지션 중 하나로 꼽히는 비틀즈의 멤버의 부인. 그녀를 가리키는 수식어는 많았겠지만, 우리에겐 이 수식어가 가장 익숙할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더욱 더 그녀의 작품이 궁금했다. 혹시 폴 매카트니의 후광에 가리어져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녀의 작품 세계가 폴 매카트니에게 영향을 주었을까 하는 등의 질문들이 쉴새 없이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그녀의 사진이야기에 살포시 발을 내딛었다.
 

 이어폰으로 도슨트 오디오의 설명을 들으면서 그녀의 작품을 살피기 시작했다. 사진이 아직도 낯설었던 나는 그녀의 작품을 내가 이해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과 걱정으로 가득 찼다.

그 때 내 눈에 들어온 한 문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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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나는 사진들이 개인적이고 자연스럽기를 바란다.
엄마의 신조는 ‘단순하게’ 였고, 나 역시 그렇다”

 
린다 매카트니의 딸인 메리 매카트니가 자신의 엄마를 떠올리며 한 말이었다. 그 순간 나는 지나쳐 온 린다 매카트니의 사진들에 대해 진정한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그녀의 사진이 나에게 계속해서 낯설게 다가 온 이유는 그 사진들이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본래 사진이라 함은 전문적인 구도와 화려한 색감, 그 속에 숨겨진 깊은 영감 혹은 의미가 있는 것들 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그런 사진들로부터 내가 무엇을 느껴야 하는가를 계속 묻게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사진은 의도 자체가 달랐다. 유명인사로서의 폴 매카트니가 아닌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의 모습, 완벽한 구도를 자랑하는 자화상 대신 얼굴의 주근깨가 불긋한 ‘진짜’ 자신의 모습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사진’이라는 언어를 너무나 어렵고 멀게 만 느끼려고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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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찍는 순간 그 작가가 있었을 뿐, 보이는 장면에 대한 인위적임은 전혀 없는 언어였던 것이다. 사진전을 찾지 않는 많은 사람들의 일부도 나와 비슷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진을 사진 그 자체로 보는 것에 대한 두려움 같은 생각 말이다.

자신의 가치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우리 사회에서 작은 어느 하나도 의미를 부여하고, 그 의미로 자신의 가치를 찾으며 희열을 느끼는 우리의 모습은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가장 솔직한 언어인 ‘사진’ 마저 너무나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오히려 그렇기에 우리는 ‘사진’이라는 솔직한 언어와 이야기를 해볼 만하다. 하루에 수백 컷의 사진을 찍는 우리가 정말 우리 스스로와 대화를 할 수 있기 위해서 말이다.
 
처음 사진전을 들어서며 떠올랐던 린다 맥카트니에 대한 질문들이 사진전을 모두 둘러보고 나갈 때쯤 나는 너무도 부끄럽게만 느껴졌다. 그녀를 유명인사의 아내쯤으로 생각했던 나, 그녀의 사진 속에 수 많은 의미들을 찾겠노라 다짐했던 내가 어쩌면 너무도 복잡한 세상에 길들여진 사람 같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사진까지 화려한 구도 한 번 없이 사람의 표정을 담아 낸 린다 매카트니의 진심이 비로소 이해가 되는 순간이었다.

린다 매카트니 사진전을 전시하고 있는 대림미술관은 ‘역대 최다 관객’을 이끌어 낸 이 사진전을 며칠 더 연장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혹 누군가는 나와 같이 이 사진전을 본 후 지쳐있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다면 더욱 아름다운 사진전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진정한 자신’을 갖춘 그녀처럼 우리도 그렇게 살아 가려 노력한다면, 폴 매카트니도 린다 매카트니에게 한 말을 우리에게도 해 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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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의 사진에서 묻어나는 진심,
그리고 꾸밈없는 시선은 언제나 새롭게 다가온다."
- 폴 매카트니-

 
[서혜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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