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직접 보고 싶은 자유, 라이언 맥긴리 [시각 예술]

글 입력 2015.03.29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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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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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를 다니던 내내 나는 도서관에서 살았다. 그곳에서 책을 읽던 낙서를 하던 잠을 자던 학교가 끝나고 나는 그곳에 숨듯이 구석에서 책을 읽으며 도서관을 오갔다.
중학교 2학년, 15살 때 그 작가의 사진을 처음 보았다.
어린 나이+우리나라 특유의 보수적인 성향이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과 만나면서 초기에는 (컬쳐)쇼크를 받았지만 그것이 그의 스타일인 것을 깨닫고 인정하게 되었다.
그는 주로 전시회를 뉴욕에서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종종, 
어쩌면 자주 ‘라이언 맥긴리가 우리나라에서 전시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왔었다.
맥긴리는 한국에서 한 번도 전시회를 연 적이 없었다. 그러던 중, 2013년 11월 7일부터 2014년 2월까지 그가 한국에서 최초로 대림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연다는 것을 알고 누구보다 기뻐했다. 햇수로 치면 약 5년간 그가 한국에서 전시회를 열기를 바랐던 것이었다.
그러나 수험생이었던 나는 아직 입시가 끝나지 않았기에, 또한 미성년자 관람 불가라는 말에 해가 넘기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2014년 중순,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대림미술관을 힘들게 찾아갔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골목까지 길게 늘어선 줄도 추위 속에서 몇 십 분을 기다렸다. 그리고 표를 사는 순간, 매표소 직원은 나의 나이를 물었다. 해가 넘었기 때문에 20살이라고 대답했었다. 그러나 만 19세가 넘어야한단다.^^ 입국 심사를 거절당한 기분이었다. 몇 번이나 안 되냐고 계속 묻던 나에게 직원은 생일이 지나야 출입이 가능하다고 몇 번이나 대답했다.
결국 나는 5년 동안 기다리던 전시회를 나이 탓에 보지 못하고 쓴 바람을 삼키며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지나가던 진짜 성인행인이라도 붙잡고 보호자 노릇을 부탁했어야 했는지, 전시회가 정식으로 끝난 후 잠깐 후회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도 그의 사진을 볼 때마다 미국에 갈 것을 생각하며 본다.
그때의 아쉬움을 회상하며 함께 라이언 맥긴리, 그의 사진을 이야기 하고 싶다.

라이언 맥긴리(Ryan McGinley)는 미국 국적의 포토그래퍼로 26세의 최연소로 휘트니 개인전을 열었다.
라이언 맥긴리는 비대중적인 포토그래퍼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전시회를 열기 전에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예전부터 그를 알고 있었고 그의 사진을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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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처음 본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이다. 이 이후부터 나는 그의 사진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의 작품을 몇 가지의 키워드로 나열해보다면 아마 이럴 것이다.
“청춘”, “알몸”, “자유”, “불꽃”
그는 알몸은 자신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맥긴리의 사진에 나오는 사람들은 거의(옷을 입은 사람을 찾는 게 오히려 더 빠르다) 알몸 이다. 외설과 예술 사이의 그의 사진을 두고 말이 많기도 했다.
그러나 맥긴리의 사진은 외설이라고 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보일 수 있으나, 그대로 보고자 하는 이는 금방 알 수 있다. 그의 사진이 전혀 외설스럽지 않다고.
약간의 각오 없이 맥긴리의 사진을 보면 처음에는 다소 놀랄 수 있다. 성기가 그대로 보이는 채로 찍은 사진들도 많기 때문에. (그래서 컬쳐쇼크 이었다.)
 출입할 수 없었던 대림미술관의 전시회를 보고 온 사람들의 블로그 리뷰에서 봤던 사진들은 대부분 2000년대 초중반까지 찍은 사진이 많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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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맥긴리의 사진은 떨어지고, 뛰는, 역동적인 모습을 많이 담고 있다.
알몸은 인간의 가장 자유로운 상태고 그 상태에서 뛰고 떨어지는 역동적인 모습은 가장 원시의 자유를 담는다.
완전히 혼자라는 확신이 들 때, 종종 옷을 벗고 가만히 침대에 누워있을 때가 있다. 
누군가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그러는 것이 혼자서도 부끄러웠지만 의외로 편안하고 본연의 자유를 느낀 듯 전에는 경험해 본적 없는 새로운 느낌을 받기도 했다.
옷이라는 게 생각보다 많은 짐을 상징한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인간의 원초적인 단면.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작품”이라고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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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랐던 점은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이 철저하게 계획적이라는 점이었다.
 가장 원초적인 모습을 담기 위해서, 모델에게 가장 최상의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철저하게 계획한다는 그의 작업스타일.
불꽃 사이를 뛰어다니는 모델들의 사진을 찍기 위해 안전팀을 대기시키는 등, 의외로 그의 작업스타일은 철저하게 계획적이었다.
계획적인 그의 작업스타일과 원초적이고 자유를 담은 그의 사진이 이루는 대비는 꽤나 의아했고 수긍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그러나 바꿔 말하면, 그가 한 땀 한 땀 짜놓은 판에 모델들이 그를 믿고 자신을 자유롭게 보여준 것이 아닐까.
그 믿음에서 비롯되는 자유로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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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길게 내서 언젠가 해외직구 사이트에서 그의 사진집을 사려고 한다.
언제 그가 한국에 또다시 올지 모르기에, 차라리 내가 미국으로 가는 것이 빠를 것도 같기에. 그의 사진을 직접 눈으로 보는 날을 기대하며, 언젠가 그를 만난다면 꼭 해보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의 사진을 꽤 오래전부터 좋아했다고, 그 색감을. 그 자유를.     
[남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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