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왕' 연극을 보고

글 입력 2015.03.2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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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왕 연극을 보고
 
 
 
 
예술 작품에서 어떤 느낌을 받는 다는 것은 작품 그 자체뿐만이 아니라, 작품을 만들어낸 작가의 의도에 공감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오랜 시간 동안 대중들에게 사랑 받는 작품의 작가들은 그들의 감성과 표현력 속에 시대를 뛰어넘는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갖추고 있을 것이다. 이번 학기 내내 셰익스피어라는 작가를 접했다. 매 시간 그의 작품을 읽고, 보고, 또 비판하면서 처음으로 작가로부터 작품을 배워가는 것이 아닌, 작품에서 작가를 찾아나가는 방법을 배운 것 같다. 어릴 적 읽었던 어린이를 위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을 이제 욕망’, ‘실재와 환상등의 우리 삶을 둘러싼 다양한 언어로 함축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기쁜 일이었다. 특히 셰익스피어라는 작가가 생각하는 삶의 구성요소들을 만나 볼 수 있었던 기회라 더 값졌다. 그런 나에게 이번 연극 햄릿은 작품의 주제, 배경, 혹은 배우의 연기력보다 셰익스피어 작품의 마지막 연극으로서의 의미가 더 컸다. 마지막 작품이라는 아쉬움이 컸던 것은 많은 셰익스피어 작품들을 통해 셰익스피어가 어떤 생각과 표현력을 갖춘 작가인가 상상해 마치 그를 내가 아는 사람인 것처럼 만들어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소극장 공연이었기 때문에 공간의 변화를 나타내는 소품들은 도드라지게 없었다. 오히려 사방이 검은 공연장은 높이 떠있는 조명들의 다양한 변화를 통해 공간의 변화를 표현해 내었다. 특히 좁은 공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물들의 등장하는 루트를 한 개로 정해 두지 않고, 관객석 뒤편이나 관객석에서 아주 가까운 출입구에서 등장하는 방법이 흥미로웠다. 이러한 점은 소극장 전체가 극장이 된 듯한 느낌을 주었다. 따라서 작품에 더욱 몰두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이번 공연이 그 전의 공연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점은 조명을 다양하게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조명이 가장 도드라진 장면은 마지막 장면에서 레어티즈와 햄릿의 펜싱경기였다. 나는 이 장면에서 펜싱 경기를 지켜보는 인물과 경기를 치르는 인물의 경계를 어떻게 표현해낼지 궁금했다. 특히나 멕베스나 노래하는 샤일록 에 나오는 계단과 같은 소품이 없는 연극이므로, 좁은 공간에서 두 공간을 동시에 표현하는 것이 쉬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 두 경기자들을 주목하게 하는 조명은 경기를 지켜보는 자들과 경기를 하는 자들의 경계를 표현해 내었다. 공연 동안 조명을 이용한 장면 중 가장 놀랐던 장면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나는 이 연극을 보면서 앞에서 말했듯이, 셰익스피어가 비극 작품들에서 표현하고 싶어 한 다양한 삶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멕베스, 리어왕 등 다른 비극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이번 연극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연관 짓게 된 것이다. 대표적 인물은 클로디어스다. 그는 그에게 가까운 사람인 형의 자리를 빼앗고 왕의 자리에 오른다. 이는 덩컨왕의 자리를 빼앗고 왕이 되는 멕베스의 삶과 유사하고 따라서 내적 심리 또한 유사함을 분명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그가 곤자고의 살인을 쥐덫으로 각색한 공연 보는 중 불안함에 자리를 뜨는 장면은 멕베스와 그의 부인이 덩컨왕을 살해한 후, 그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심리가 대표적인 장면일 것이다.
. 다음으로 아버지의 권위적인 태도에 순응하는 딸 오필리아를 들 수 있다. 자신에게 구애를 표현하는 햄릿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말에 따라 그녀는 그를 거절한다. 결국 비극을 맞이하는 그녀의 인생과 아버지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표현하면서 비극적 결말을 맺는 리어왕의 마지막 딸 코딜리아사이에는 이름의 유사성처럼 분명히 유사한 감정선이 느껴진다. 물론 내가 이렇게 느낀 것에는 최근동안 많은 셰익스피어 작품을 접했고, 그 과정에서 각 인물에 대한 이해가 큰 흐름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연극에서 돋보이는 것은 단연 이었다. 레어티즈와 오필리아의 아버지인 폴로니어스가 햄릿에 의해 살해당한 후, 오필리아는 사랑하는 이를 잃고 큰 상심에 빠져 미치게 된다. 이 때 오필리아가 미쳤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소재가 꽃인 것이다. 노래하는 샤일록에 등장한 샤일록의 딸 제시카가 사랑을 잃고 미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아버지의 장례식 후 오필리아는 꽃을 들고 나와 꽃말을 하나하나 되새기며 결국 그녀 아버지의 죽음과 무관하지 않는 많은 사람들에게 꽃을 전해준다. 꽃은 원래 청혼을 할 때, 사랑을 표현할 때 많이 사용하는 소재이다. 그러나 사람이 죽거나, 아플 때 전해주기도 한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소재 중 하나인 것이다. 그 중 이 작품에서 의미하는 꽃은 무엇일까. 뒤의 장면과 연관을 짓는다면, 꽃은 오필리아의 미친상황을 대변할 뿐 만 아니라 그녀도 곧 죽을 것임을 암시한다. 왜냐하면 그녀가 죽고 난 뒤 무덤에서 햄릿의 어머니인 거트루드가 꽃잎을 뿌려주며 슬픔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의 인생은 가장 아름다운 나이에 빠르게 시들고, 떨어진 꽃과 유사하다. 햄릿이라는 작품을 떠올리면 꽃 사이에 파묻혀 장례를 치르는 오필리아의 장면이 생각나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전의 작품들 보다 상대적으로 공간도 협소하고, 공연시간도 짧은 연극이었지만 햄릿에서 표현해야 하는 햄릿의 고뇌와 오필리아의 죽음 등의 중요한 감정들을 잘 표현한 연극이라 생각했다. 셰익스피어의 극을 많이 읽고 보게 되면서 그의 작품을 읽을 때 마다 어떤 면이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감정인지, 삶의 모습인지 고민하는 자세를 갖게 되었다. 연극이 끝난 후 햄릿처럼 삶의 진정한 의미를 고민하는 셰익스피어의 모습이 떠올랐다.
 
[서혜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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