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 포르노, 캐릭터를 갖추다

글 입력 2015.03.29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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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종영한 tvN의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어촌편>은 방영 내내 호평을 받으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귀여운 강아지 산체도 유명세를 탔지만 가장 큰 화제가 된 것은 역시 직접 잡은 해산물로 뚝딱뚝딱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차승원의 요리 솜씨였다. 삼시세끼뿐만이 아니다. 스타의 냉장고 속 재료로 요리를 하는 JTBC<냉장고를 부탁해>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으며 요리 프로그램을 다수 방영하는 CJ미디어 라이프스타일 케이블방송 채널인 O'live의 프로그램들도 인기가 많다. 언젠가부터 대한민국의 미디어는 푸드 포르노가 대세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푸드 포르노는 게스트로 포르노(Gastro-porno)라고도 하는데 광고, 요리프로그램, 혹은 여타 다른 미디어에서 요리와 먹는 모습에 대한 스펙타클하게 미화된 시각적 표현방식을 의미한다. 음식이 욕망의 대상이 되도록 자극하는 글, 사진, 영상을 말하는 것이다. 몇 해 전부터 유행하여 이제는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한 먹방(먹는 방송)’이나 위에서 언급한 프로그램들이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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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생정보통> 방송 화면

푸드포르노가 미디어에서 활용된 것은 최근의 현상이 아니다. 10여 년 전 방영된 국민 드라마 <대장금>도 다채로운 궁중요리를 보는 즐거움이 있었고, 장수프로그램 mbc<찾아라 맛있는 tv>, sbs<생방송투데이>, kbs<생생정보(전 생생정보통)>에서도 오랜 시간 많은 맛집을 소개하며 먹방을 보여주었다. 오히려 최근 유행하는 프로그램의 연예인들보다 이러한 프로그램에서의 일반인들이 음식을 더 맛깔스럽게 먹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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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장고를 부탁해> 방송 화면


그렇다면 최근의 푸드포르노가 이전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어디일까? 바로 셰프의 캐릭터이다. 과거에는 낮은 화질로 레시피 위주, 맛집 정보 위주로 교양 프로에서 푸드포르노를 다루었다. 이에 비해 최근에는 초고화질로 음식을 감상하여 푸드포르노의 시각적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한편 음식에 대한 단순한 정보 외의 다른 요소가 개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셰프의 캐릭터이다. <삼시세끼>에서는 어촌이라는 열악한 상황에서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멋진 음식을 만들어내는 차승원의 캐릭터가, <냉장고를 부탁해>에서는 8명의 셰프 각각의 개성넘치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프로그램을 더욱 재밌게 만들어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제 푸드포르노는 셰프의 캐릭터를 통해서 음식의 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청자가 요리 과정 전체를 즐기도록 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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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ive 채널의 <마스터셰프코리아>는 서바이벌 형식을 통해 셰프들의 개성을 더욱 두드러지게 하고 있다. <런닝맨>, <일박이일> 등의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음식이 주제가 되었을 때 이전에는 멤버들의 먹방을 위주로 이루어졌다면 최근에는 유명 셰프를 초청해 함께 요리를 하는 특집도 방영되고 있다. 역시 요리하는 사람의 개성, 캐릭터를 통해 프로그램의 재미를 더욱 끌어올리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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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메리칸 셰프> 中

이러한 푸드포르노는 물론 tv예능프로그램에서만 활용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겨울 한국에 개봉하여 관객들의 좋은 평가를 얻은 <아메리칸셰프>는 가장 완벽한 푸드포르노를 보여주었다. 아주 단순한 토스트에서도 셰프의 개성이 느껴지고, 요리 과정만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가족의 사랑과 화해의 이야기를 담음으로써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어찌보면 단순한 스토리, 단순한 요리과정인데도 주인공의 개성, 흥겨운 음악 등 다양한 요소가 어우러지면서 멋진 영화가 탄생한 것이다. <냉장고를 부탁해>의 샘킴 셰프를 모델로 하여 2010년 방영된 드라마 <파스타>에서도 개성강한 두 셰프의 로맨스를 다루어 맛있는 파스타를 구경하는 즐거움과 로맨스로 인한 설렘을 모두 감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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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포르노는 영상 외의 매체에서도 활용된다. 대표적인 것은 웹툰이다. 다음 웹툰 <코알랄라>는 음식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요리하는 과정을 보여주어 소소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웹툰이다. 네이버의 <역전! 야매요리>는 제목 그대로 야매방식으로 요리하는 웹툰인데, ‘소금을 소금소금등과 같은 유행어에서 작가의 넘치는 재치를 엿볼 수 있다. 영상과 달리 웹툰에서는 요리과정에서의 청각적 즐거움을 누릴 수는 없지만 작가의 개성과 더불어 영상에 비해 짧은 시간동안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 덕분에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푸드포르노가 유행하는 것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외로움과 허전함이 주는 결핍이 먹방을 소비하게 한다""1인 가구의 급증과 인간관계의 단절이 원인"이라고 분석하는 문화평론가들이 있는가하면* 미네소타대학의 케슬린 보 교수와 하버드대학 연구진들이 공동으로 낸 연구논문에 의하면 음식을 먹기 전에 사진찍기 등 간단한 `의식(ritual)` 거치면 음식을 더 맛있게 느낀다고 나왔다.** 푸드포르노가 유행하는 현상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도 논의를 거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푸드포르노가 이전에는 음식에 대한 정보와 음식을 소비하는 먹방에 치중되어 있던 것에서 최근에는 셰프의 개성을 포함한 다양한 요소를 결합하여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화된 푸드포르노는 같은 푸드를 소재로 하고 있더라도 다양한 콘텐츠를 생성한다. 푸드포르노가 앞으로는 어떤 방식으로 진화할 것인지, 그에 따라 생성되는 콘텐츠는 어떤 양상을 펼칠 것인지가 기대된다.



*아시아 경제, 이규성, ‘푸드포르노에 빠진 사회, “왜 우린 먹방에 열광하나?”, 2014.12.22. http://view.asiae.co.kr/news/view.htm?idxno=2014120907214443689
**전자신문, 김명희, 더 맛있게 음식을 먹는 법, 2013.09.01. http://www.etnews.com/201308300207

 

[유윤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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