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무렴 어때, 혼자도 좋은 걸. [문화 전반]

글 입력 2015.03.29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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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혼자 공연을 보러간다. 같이 갈 사람을 구하기 귀찮기도 하고, 표를 두 장씩 사기에는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혼자 공연이나 전시를 보고 와서 친구들에게 감상평을 말할 때쯤이면, 어김없이 이런 질문을 하는 친구가 있다.

 

누구랑 갔어?”

누구랑 가긴, 혼자 갔지.”

혼자? ? 너도 참 대단하다.”

 

몇 번을 겪어 본 이런 상황은 이제 웃어넘길 수 있게 됐다. 처음에는 친구 없는 사람처럼 보일까봐 괜히 기분 나빠했는데, 지금은 신경 쓰지 않는다.

다른 사람과 함께 보는 즐거움을 모르는 게 절대 아니다. 나는 안다. 공연 시작 전 만남, 공연 중에 흐르는 교감, 끝마친 후에 여운을 나눠 즐기는 것까지의 모든 과정은 가치 있고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을. 그렇지만 혼자여도 느낄 수 있는 충분한 묘미가 분명 있다.


우선, 작품에 빠져들 말고는 신경 쓸 사람이 없기 때문에 말을 안 쏟아도 된다. 여가 시간에 하게 되는 문화생활의 여유를 오로지 나를 위해 쓸 수 있다. 같이 온 사람이 재미없어 할까봐 걱정할 필요도 없다. 그냥 즐길 나만 있으니까, 그걸로 된 거다.

또한 둘이였다면 할 수 없을 낯선 경험을 할 수 있다. 공연장 인증 사진을 남기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입장 전 시간에 사진을 찍는다. 플래카드, 팸플릿, 공연장 건물이 같이 나오는 샷을 셀프카메라로 담는데, 전신사진을 원하거나 다른 구도의 사진을 원할 때에는 다른 사람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한다. 연인, 가족끼리 온 사람들로 가득 찬 공연장에서 받는 생소한 시선이 조금 민망하긴 하지만 이것도 즐긴다면 재밌는 추억이 된다. 동행인 없이 온 것으로 보이는 사람을 관찰하며 나와 비교하거나, 그에게 말을 걸어 취향을 공유해보는 것도 무모하지만 좋은 인연을 만들 수 있는 시도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작품이 나한테 말하는 바를 독대하고 소통할 수 있다. 공연 전의 기대, 공연 중순간과 공연 후 여운을 혼자 곱씹고 곱씹는 것이다. 특히 관람 후 한 시간은 작품의 향기가 날아가기 전 마지막 순간이기 때문에 그 때를 온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혼자라면 여유롭게 그럴 수 있다. 망각은 쉬우니 그 순간을 글로 남기면 더 좋고.


지금까지 적은 혼자 보는 공연의 장점은 순 억지일 수도, 합리화 일 수도 있다. 단지 같이 다닐 사람 없어서 혼자 다닌다고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싫기도 하고, 혼자 공연 보러 다니는 것도 꽤 즐겁다고 말하고 싶었다.

다시 생각건대, 여가시간에 문화생활을 향유하는 고고한 학처럼 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둘 이상이 아니면 안 되는 사람보다는 당당하고 멋있어 보이지 않나? 옆에 같이 다닐 사람 아무도 없으면 뭐 어떤가. 그냥, 정말 그냥  혼자 다니는 게 좋은걸.

[조하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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