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문학]
-
내가 나에게 주는 23살 기념 생일
선물!
이었다. 이책은
입시 준비를 하면서 갖게 된 가장 큰 불만은 시에 밑줄을 치고 형광펜을 긋는 것이었다. 그리고 화자, 배경, 시점에 대해 문제를 푸는 것이었다. 도대체 시인이 어떤 생각으로 글을 쓴지도 모르면서 그것에 대해 평가하고 밑줄을 친다는 것일까? 시에서 어느 한 글자 쉽게 쓴 것이 없을 텐데, 왜 ‘꽃’은 중요하며 ‘꽃’을 표현하는 ‘흩날리는’과 같은 수식어구는 중요하지 않은 것일까? 매번 그것이 불만이어서 어느 날은 국어 선생님께 따진 적이 있었다. 선생님은 ‘시에 관해 문제를 푼다는 것은 참 안타깝지만, 그래도 너희가 시를 읽게 되어 다행이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씁쓸하지만 현실이었다. 시험이 아니었다면 공부에 찌들었던 내가 시를 읽을 수는 있었을까?
입시 속에서 그나마 재미를 주었던 건 '언어 영역 - 운문 부분'이라고 쓰여있던 문제집 한 권이었다. 다른 문제집과 다르게 그것은 나를 설레게 했는데, ‘오늘은 어떤 좋은 시를 발견할 수 있을까?’라며 항상 마음이 두근거렸다. 좋은 시를 발견하면 천천히 음미해보고 이내 곧 그것을 포스트잇에 적어 책상에 붙여 놓았던 것 같다.
그것이 습관이 되어 시를 찾아 읽었다. 시인이 시집에 실은 시이기에 어느 하나 안 좋은 것은 없겠지만, 내 입맛에 맞는 것과 맞지 않는 것으로 나뉘었고, 어딘가에 적히거나 고이 남게 되었다. 그래서 이름이 모를 시인이라도 100편의 시 중에 내 맘에 드는 몇 편을 위해 시집을 읽었다. 그 몇 편의 시를 찾음에 기분이 좋았다.
그런 것을 알기에 주변 사람들이 000이 좋아하는 시집 모음 선을 자주 선물로 주곤 하였는데, 어쩐 지 그곳에서도 내 입맛에 맞는 걸 찾기란 힘들었다. 그리고 그 000은 시에 줄곧 자신의 의견을 달아주었는데, 나는 그것이 있는 것보다 없이 나 혼자 생각하는 것이 더 즐거웠다.
이렇게 까다로운 시찾기를 하다가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실 내 입맛엔 이 책의 시가 다 맞았는데, 다른 사람들의 입맛에는 어떨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번 추천해보고 싶다. 최소한 나와 같은 입맛의 사람에게는 아주 잘 맞는 음식이 될 것 같으니, :)
내 포스트잇에는 다음과 같은 시들이 적힐 예정이다.
행복한 주말을 보냈으리라 믿고 다시 힘찬 월요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잠시나마 글을 읽고 싶다면, 무언가 감동을 얻고 싶다며 시집 한 권을 들고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나의 마음에 맞는 한 가지 시가 하루를 색다르게 만들어 줄 것이다.
[김미래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