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예술에서 '충격'이 지니는 의미- '이불'의 작품을 바탕으로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3.14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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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서 '충격'이 지니는 의미

-'이불'의 작품을 바탕으로-






예술은 삶의 진부함과 상투성을 깨트린다.

그리고 익숙한 것에서 벗어난 사고의 전환, 지각의 확장을 도와준다.

예술의 이러한 특징은 특히 현대미술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대표적인 것으로 페미니즘 미술이 있다.

페미니즘은 그동안 억압받고 차별받아온 여성이라는 존재에 주목한다.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에 대한 차별이 제도적, 사회구조적인 문제에서 파생된다고 보고

기존의 위계적이고 강제적인 지배구조를 전복하려는 시도를 한다.

또한, 남성성과 여성성이라는 기존의 관습이 부여한 이분법적인 사고에 대항하여

남성들이 생각하는 연약하고 섬세한 여성상을 깨트리고 해체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몇 달 전, 광주 비엔날레에서 본 ‘이불’의 작품은

남성중심사회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도식화된 사고들을 한 번에 무너트린다.

 나 역시도 여자이기 때문에 부여되는 제한적이고 사회적인 역할과 규범들을 당연시하고 있었다.

그것이 익숙하고 또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주어진 일 때문에 바쁘다는 이유에서였다.

예술은 권태롭고 악습이 만연한 사회의 감각이 마비된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면서 사람들의 감각을 일깨우려 한다.

<갈망>(1989)과 <수난유감-당신은 내가 소풍 나온 강아지 새끼인줄 알아?>(1990)는 이불의 초기 퍼포먼스 작업이다.

이 두 작품에서 작가는 기형적 형태의 거대한 괴물 의상

<무제(갈망 레드, 갈망 블랙)>(1989년 작품 재구축)을 착용하고 한국과 일본의 거리를 활보한다.

팔, 다리, 촉수, 꼬리와 같은 혼성적 신체 부위가 뒤섞인 괴물의 모습은 괴기스럽고 충격적이다.

이불은 퍼포먼스를 통해 기존의 여성상을 파괴하고 여성의 신체에 가해지던 금기들을 깨려고 한다.


3(27).jpg

<무제(갈망 레드, 갈망 블랙)>,이불,1989 

7. 수난유감-당신은 내가 소풍 나온 강아지 새끼 인줄 알아_이불(Lee Bul).jpg

   <갈망>,1989


나는 이 작품을 통해서 여성으로서의 나 자신의 삶에 대해 돌아보게 되었다.

여자라는 사회적 성에 나를 가두었던 일,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스스로 한계를 긋고 하지 못했던 일, 할 엄두도 못 냈던 일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렇듯 예술작품을 통해서 사람들은 사회적 틀을 부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고 있던 지난 날을 돌아보고 새롭게 거듭날 수 있다.

그것이 꼭 현실로 실현되지는 못하더라도 새로운 문제의식과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

이것이 권태로운 세상에서 충격적인 예술이 가지는 큰 가치가 아닐까.


서포터즈3기-김소정님-태그1.png

[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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