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경험주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의 관점으로 보는 연극 시에나, 안녕 시에나

글 입력 2015.03.12 01:59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5000251-02.jpg



경험주의 철학자 데이비드 흄의 관점으로 보는

연극 <시에나, 안녕 시에나>  



 


 흄은 생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 “이성은 정념의 노예다.” 정념, 즉 감정이 이성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말이다. 이는 경험주의 철학자로서 인간의 감정을 중요시했던 흄의 사상을 압축하여 보여준다. 유럽 근대 철학은 크게 합리주의와 경험주의로 나뉜다. 데카르트와 스피노자로 대표되는 합리주의 철학자들은 이성이 경험을 초월하여 구성한 사유 체계로 근원적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고 여겼다. 이에 반해, 영국 경험주의 철학자들은 인간 이성의 인식능력은 한계가 있다고 보고 모든 지식의 원천은 경험이며 이성과 직관 혹은 상상력 등으로 얻은 지식은 모두 허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경험주의 철학자 중에서도 흄은 감정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인간에게 가지는 감정의 역할과 그 중요성을 연구한 학자이다. 흄에 따르면, 인간 행동의 동기는 정념이다. 그가 말하는 정념(passion)은 감정과 다양한 욕구를 포괄하는 개념인데, 욕구, 혐오, 비탄, 기쁨, 희망, 두려움, 긍지, 겸손, 사랑, 증오 등을 말한다. 사람들은 정념에 따라서, 즉 자신의 감정이나 욕구에 따라서 자신이 추구하는 목표를 정한다. , 이성이 정념을 지배하고 인간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정념이 인간의 행동과 사고를 유발하고 정념의 노예인 이성은 단지 정념이 추구하는 바를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수행하게끔 보조하는 역할이라는 것이다.


Allan_Ramsay_-_David_Hume,_1711_-_1776._Historian_and_philosopher_-_Google_Art_Project.jpg

David Hume, 1711~1776



  이러한 흄의 관점으로 연극 <시에나, 안녕 시에나>에 등장하는 이성적인 부모님과 감정적인 시에나의 캐릭터를 바라보면 이렇다. 흄에 의하면 감정을 온몸으로 느끼는 시에나가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다. 감정을 온 몸으로 체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렸기에 언어를 습득하지 못해 감정을 표현할 수 없었을 뿐, 시에나는 외로움, 절망, 분노, 언짢음 등의 감정을 지속적으로 느꼈다. 이러한 정념이 관심을 요구하는 행동, 예를 들어 발을 구르고 문을 긁고 물건을 떨어트리는 행동을 유발한 것이다.


  시에나의 부모님은 이성으로 감정을 억누르려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이성이 감정을 지배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들은 이성주의자인 동시에 합리주의자이다. 흄에게는 이들이 허상 속에 살고 있다고 느껴질 것이다. 냉철하고 합리적인 면모를 강조하는 시에나의 부모님도 결국은 감정에 의해 행동을 지배받는 경험적인 인간이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환경운동을 하는 것도 결국은 감정이 행동을 유발한 결과이다. 이에 대해 의구심이 들 것이다. 감정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극도로 혐오하는 시에나의 부모님이 사실은 감정적인 인물이었다니. 하지만, 이는 흄의 논리를 따르면 설명된다. 시에나의 부모님에게 왜 환경운동을 하는가?”라고 질문했을 때 사라져가고 멸종해가는 생물들을 되살리기 위해라는 이성적인 답변으로 자신의 합리적인 면모를 과시하려들 것이다. “왜 사라져가고 멸종해가는 생물들을 되살려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들은 그것들을 동정하기 때문이다. 어미 고래가 아프다는 전화가 왔을 때, 부모님은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시에나를 집에 혼자 놔두고 아픈 어미 고래를 걱정하며 집을 나선다. 어미 고래를 동정하는 감정이 그들을 환경 운동가의 길로, 환경을 지켜야겠다는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행동으로 이끈 것이다.


시에나의 부모님은 시에나에게 나이에 걸맞은 행동을 요구했다. 나이에 걸 맞는 행동이라기보다 마땅하고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는 자신들의 생각이 전제가 된 일방적인 요구였다. 부모님이 일을 할 때는 조용히 할 것, 시간이 늦으면 떼쓰지 않고 방에 들어가서 잘 것, 손님이 오시면 얌전하게 굴 것 등등... 데이비드 흄이 살아 있다면 시에나의 부모님에게 이런 말을 했을 것이다. “당신들이 말하는 필연성과 확실성은 어디에도 없다. 모든 지식은 인간의 감정을 닮아있다. 자신이 느꼈던 낯선 감정들의 정체를 찾기 위해 아픈 먼 과거와 마주했던 시에나는 마지막에 자신의 아픈 감정을 부모님에게 알리고자 한다. 물론 이성적인 척을 하는 부모님은 시에나의 절박한 외침에도 끄떡없었지만. 이는 분명히 감정표현에 서툴렀던 시에나에게는 크나큰 도전이었으며 도약이지 않았을까?



 _

연극 <시에나, 안녕 시에나>

제작

창작집단 빛과돌

티켓가격

전석 30,000

할인

창작집단 빛과돌의 [완벽한 관계]티켓 소지시 40% 할인

학생할인 40%

예술인할인 40%

국가 유공자 및 장애우 할인 50%

공연시간

평일 오후8

주말 오후 4,7

월요일 공연 없음

문의

010-2961-2722




서포터즈3기-김소정님-태그1.png


[김소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