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디어셀러의 양면성에 대하여 [문화 전반]

글 입력 2015.03.0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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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셀러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영화드라마예능 등 미디어에 노출된 이후 주목을 받으면서 베스트셀러가 된 책을 일컫는 말입니다. 작년에 큰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등장한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이나 역시 많은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미생>의 원작 <미생> 등이 대표적입니다. 지난해부터 출판시장에서는 이러한 미디어셀러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추세가 눈에 띕니다. 다음은 한국출판인회의가 교보문고, 예스24 등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 8곳에서 2015226일부터 34일까지 판매된 부수를 종합한 31주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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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움받을 용기(기시미 이치로·인플루엔셜)

2.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채사장·한빛비즈)

3. 하버드 새벽 4시반(웨이슈잉·라이스메이커)

4. 비밀의 정원(조해너 배스포드·)

5. 대화의 신(래리 킹·위즈덤하우스)

6.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2(채사장·한빛비즈)

7.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요나스 요나손·열린책들)

8.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히가시노 게이고·현대문학)

9.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1 (E.L.제임스·시공사)

10. 센트럴 파크(기욤 뮈소·밝은 세상)

 

 

7위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은 작년에 동명의 영화가 개봉한 이후 판매량이 훨씬 늘었다고 합니다. 9위인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역시 최근에 동명의 영화가 개봉하여 베스트셀러 순위가 오르고 있는 미디어셀러입니다. 2위와 6위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팟캐스트를 책으로 엮은 것인데요, 출판물이 미디어의 영향을 받았다는 점에서 미디어셀러와 같은 맥락에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출판물이 미디어의 영상물 등에 영향을 받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어두운 출판 시장에서 해당 미디어셀러의 판매량이 급증하는 등 출판 시장의 한줄기 빛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영화 <인터스텔라>가 흥행한 이후 영화에 나오는 과학적 지식을 다루고 있는 교양우주 관련 서적의 판매량이 증가했다는 것은 미디어의 영향을 받아 독자들의 관심 분야가 확대된 예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디어셀러가 출판계의 치료제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습니다. 여전히 출판계는 불황인 상황에서 미디어셀러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출판 시장이 미디어에 종속되어 자생력을 잃어간다는 증거라고 보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본래 미디어콘텐츠는 인문학, 자연과학, 사회과학 등 다양한 출판물의 영향을 받아 제작되는 것이 많습니다. 문학평론가이자 대학교수인 황현산 교수는 산문집 <밤이 선생이다>에서 외국 문학을 포함한 인문학의 효과는 우리가 미시는 공기처럼 이 삶의 안팎에 퍼져 있으나 그것을 의식하는 사람은 적다. 그 효과가 어디서 오는지 아는 사람은 더욱 적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비단 인문학뿐 아니라 출판물에서 얻을 수 있는 공기와 같은 효과는 매우 소중한 것입니다. 하나의 콘텐츠를 영화, 게임, 음반, 애니메이션, 캐릭터상품, 장난감, 출판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판매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방식인 원소스멀티유즈(one source-multi use)'를 통해 하나의 콘텐츠를 감상하는 방식이 다원화되는 것은 분명 즐거운 현상입니다. 그러나 출판물이 단순히 인기 있는 영화, 드라마 등의 미디어콘텐츠에만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출판 시장이 다시 호황을 누리기 위해서는 시장 구조, 정부 대책, 출판사의 마케팅 등 다양한 방면에서의 전략이 필요할 것입니다. 미디어셀러에 의존하는 것은 장기적인 방법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보다는 그러한 미디어 콘텐츠가 왜 인기를 끌고 있는지, 당대에 공유되고 있는 문제의식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분석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디어셀러가 그 콘텐츠의 흥행에만 멈추지 않고 독자들의 관심을 반영하는 지표로서의 역할을 하여 출판 시장에 이 아닌 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유윤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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